이스라엘 對 아랍권 대결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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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팔레스타인의 잇따른 자살폭탄 공격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유혈분쟁이 악순환되는 가운데 5일 이스라엘 군이 테러조직을 지원한다는 이유로 시리아 영토를 폭격함에 따라 분쟁이 주변지역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1년 만의 시리아 공격=이스라엘군은 4일 북부지역 하이파에서 팔레스타인 자살폭탄 공격이 일어나자 가자지구 민간인 거주 지역에 있는 지하드 지도부의 거처 두 곳에 대해 미사일 공격을 감행하는 등 즉각 보복공격에 나섰다.

이스라엘군은 이어 시리아 영토 내에서 활동 중인 팔레스타인 무장조직 훈련캠프를 공격 대상으로 삼았다. 이스라엘이 시리아 영토를 직접 공격한 것은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소탕을 위해 레바논을 침공한 1982년 이후 처음이다.

라아난 기신 아리엘 샤론 총리 대변인은 "시리아가 계속해서 테러조직을 지원한다면 이스라엘은 또다시 시리아 영토를 공격할 수도 있다"며 시리아를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기신 대변인은 또 "시리아 내 팔레스타인 무장조직 훈련 캠프를 공격한 것은 테러를 부추기고 지원하는 집단은 어디에 있든지 책임을 면할 수 없음을 경고하기 위한 것"이라며 "더이상의 자폭공격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샤론 정권의 강경한 입장을 강조했다.

◇중동문제로 비화 가능성=그러나 이번 사태는 이스라엘이 국경을 넘어 제3국을 공격했다는 점에서 이스라엘과 아랍권 국가들의 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크다.

시리아 정부는 즉각 항의성명을 발표하고 "이 문제를 유엔 안보리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으로부터 테러지원국으로 지목된 시리아는 유엔안보리와 아랍연맹 등을 통해 이스라엘의 부당성을 호소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스라엘에 대한 국제사회의 반응도 냉랭하다.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과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는 "테러조직 소탕을 구실로 이뤄진 이스라엘의 국경을 넘는 공격은 결코 용납될 수 없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프랑스 외무부는 "이스라엘의 시리아 침공은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고 밝혔다. 요르단 정부도 "이스라엘의 시리아 영내 공습은 아랍 형제국에 대한 침략"이라고 경고했다. 아랍연맹은 5일 밤(현지시간) 긴급회의를 열어 이 문제를 논의키로 했다.

◇자살폭탄 공격의 악순환=이번 사태의 도화선이 된 하이파의 팔레스타인 자폭 공격은 올 들어 13번째 테러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인 지하드는 "이날 공격은 이스라엘군에 의해 오빠를 잃은 여성 법학도 하라니 자라다트(27)의 보복공격이었다"고 발표했다.

5년 전까지 요르단에서 법학을 공부한 자라다트는 다음주 변호사 견습생활을 끝내고 자격시험을 칠 예정이었다. 지하드는 "그런 그가 지난 6월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목숨을 잃은 오빠의 복수를 하기 위해 자폭공격에 자원했고, 이날 오후 유명 음식점 '마콤 막심'에 들어가 몸에 감고 있던 폭탄을 폭발시켰다"고 밝혔다.

외신에 따르면 어린이 3명 등 모두 19명이 그 자리에서 숨지고 약 60여명이 크게 다쳤다.

정용환 기자

<팔레스타인 자폭공격 일지>

-2003년 1월 5일 텔아비브 도심 한 가운데서 2명이 자폭해 23명 사망, 1백여명 부상

-3월 5일 하이파 시내버스 폭발로 15명 사망, 40명 부상

-4월 30일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총리 취임하자 텔아비브 도심 카페에서 자폭, 4명 사망

-6월 11일 예루살렘에서 버스 폭발, 16명 사망

-8월 19일 예루살렘에서 버스 폭발로 20명 사망, 1백여명 부상

-9월 9일 텔아비브와 예루살렘에서 동시 자폭, 15명 사망

-10월 4일 하이파 레스토랑 자폭으로 19명 사망, 60여명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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