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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그 영화 이 장면

사마에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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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김형석 영화평론가

김형석 영화평론가

현재 상영 중인 다큐멘터리 ‘사마에게’는 내전이 한창 중인 시리아의 알레포에 대한 이야기다. 언제 어떤 일이 터질지 모르는 그곳. 이 영화의 감독이자 저널리스트인 와드는 의사인 함자와 결혼했고, 전쟁의 한복판에서 딸 사마를 낳았다. 어쩌면 이 ‘사마에게’는 엄마인 와드가 딸에게 보내는 영상 편지이며, 여기엔 가감 없는 기록이 있다.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가운데에서도 와드의 카메라는 멈추지 않는다. 특히 남편 함자가 일하는 병원은 가장 극적이면서도 생지옥 같은 공간이며, 어느 산모에 대한 에피소드는 아마도 이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평생 기억할 만한 대목이다. 폭격으로 다친 만삭의 산모가 응급실로 들어온다. 의사들은 아이를 살리기 위해 급하게 제왕절개 수술을 하지만, 신생아에겐 좀처럼 생명의 징후가 나타나지 않는다. 이어지는 심폐 소생술. 긴 노력에도 아이는 깨어나지 않고, 관객들마저 포기할 즈음, 그 절망의 끝에서 아기는 갑자기 잠에서 깬 듯 울음을 터트린다. 살아났다. 그리고 산모 역시 건강을 되찾는다.

그영화이장면용사진(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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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심한 스포일러가 아니냐고? 장담컨대 ‘백문불여일견’, 아무리 자세히 설명을 듣고 극장에 가더라도 막상 이 장면과 맞닥트리면 관객은 압도당하게 된다. 그리고 그 장면을 카메라에 담은 감독의 소명 의식과 용기에 감사하게 된다. 그래도 생명은 이어져야 한다는 작은 희망의 메시지. 와드 알-카팁 감독의 카메라가 담아낸 작은 기적이다.

김형석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