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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 방문 식당 확인해달라" …신종 코로나 문의 폭증하는 다산콜센터

중앙일보

입력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에 있는 다산콜센터. [사진 다산콜재단]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에 있는 다산콜센터. [사진 다산콜재단]

지난 4일 오전 11시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에 있는 다산콜센터. 보안과 발열 여부 확인을 거친 뒤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사무실에 들어가려면 손 소독까지 해야 했다. 문을 들어서자 한눈에 큰 화면의 현황판이 보였다. ‘현재 상담 건수’를 알려주는 안내판이다.

확진자 이동경로 묻는 전화 늘어 #인력 확충과 유관기관 협조 속 #질본 1339는 응대율 80%로 높여 #화내는 분, 장난전화로 어려움도

이 곳에서 쉴새 없이 걸려오는 전화를 받는 직원은 230명. 주간 기준이다. 통상 다산콜센터에 걸려오는 문의 전화는 신혼부부 주택마련 자금지원 등 서울시나 각 구청의 지원 제도에 대한 내용이 대다수였다.

급증하는 신종 코로나 상담 전화 

그런데 최근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과 관련한 상담 전화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달 20일 첫 확진자가 발생하고 설 연휴 이후 서울시가 다산콜센터에서도 신종 코로나 상담 전화를 받기로 하면서다.

확진자가 늘면서 상담 전화 건수는 폭증했다. 지난달 24일 상담 전화(6622건) 중 신종 코로나 관련은 0.5%에 불과했지만 이 수치가 지난달 28일에는 6%로 높아졌다. 전화건수는 2만건을 넘어섰다.

신종 코로나에 대한 검증되지 않은 가짜뉴스가 세간에 떠도는 등 일반 시민의 불안감은 상담 전화 건수로 고스란히 드러난다. 지난 3일 상담 전화(2만562건) 중 6.3%가 신종 코로나 증세에 대한 문의였다.

이처럼 신종 코로나 상담 전화가 늘자 다산콜센터는 기존 음성안내를 바꿨다. 0번을 신설해 신종 코로나 상담 창구로 정했다.

상담사들이 신종 코로나 관련 전화 상담을 하고 있다. [사진 다산콜재단]

상담사들이 신종 코로나 관련 전화 상담을 하고 있다. [사진 다산콜재단]

"00식당을 가려고 하는데요, 혹시 확진자가 다녀갔나요?"

다산콜센터에는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수준으로 다양한 내용의 문의 전화가 걸려온다. 신차등록ㆍ세금 납부, 위치 안내까지 질문의 내용은 다채롭다.

신점자 다산콜 재단 팀장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늘면서 최근의 상담 전화의 대세는 ‘확진자가 다녀간 식당’ 여부 확인이 됐다. 그러며 신 팀장은 최근의 한 사례를 소개했다.

“식사하러 가려는데 해당 식당이 안전한가”를 물어오는 전화에 상담사는 “확인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알아보고 전화드리겠다”고 응대했다. 그리고 20여분간 해당 지역 보건소 등에 전화를 걸어 사정을 설명하고 문의 내용에 대해 확인한 뒤 민원인이 질문한 식당이 확진자가 방문했던 곳과 거리가 멀다는 사실을 안내했다.

신 팀장은 “이런 경우는 상담사가 노력해서 운 좋게 확인을 해드릴 수 있었던 것”이라며 “신종 코로나 상황이 장기화하며 힘들어하는 상담사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확인되지 않은 가짜뉴스가 돌면서 불안감에 “어느 백화점, 어느 식당까지 확진자의 동선을 묻는 전화가 늘어 곤란한 경우가 많다”며 “상담사의 85%가 8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베테랑인데도 어려움을 호소한다”고 말했다.

"봉사하고 싶다" 전화도 

신 팀장은 “신종 코로나 환자가 발생한 뒤 시간이 흐르며 문의 양상도 바뀌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말까지는 ‘발열, 기침’ 관련한 문의가 많았는데 최근 들어선 민원성 문의가 많아졌다고 했다. 어떤 물건을 지원해주느냐“는 전화나 ”환자가 다녀갔다, 어떻게 해야 하냐"는 전화가 온다는 것이다.

또 “의대생이라고 밝힌 한 분이 자원봉사하겠다”고 전화를 해서 질병관리본부에 연결을 해줬다고 설명했다. ‘황당’한 민원 전화도 있다. “콘서트를 못하게 해달라”거나 “키우는 강아지가 기침하는데 신종 코로나일까 봐 걱정된다”는 전화가 걸려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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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대율 80%로 올린 1339 

질병관리본부가 운영하는 상담 전화인 1339 상담사의 고충은 더 크다.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나오기 이전엔 하루 300건 전후로 전화가 걸려왔지만, 최근엔 하루 평균 2만 건을 넘어섰다. 19명에 불과한 상담인력이 밀려오는 전화를 받지 못하다 보니 ‘전화를 받지 않는다’는 불만과 지적이 이어졌다. 보건 당국은 1339 인력을 188명으로 늘렸다.

상담 전화의 대부분은 ‘기침 등 증상이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 선별진료소는 어디인가’를 묻는 내용이지만 최근에는 확진자들의 이동 경로, ‘확진자와 접촉한 것 같다’는 문의 전화도 늘어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증상을 말하고 ‘뻥이야’라고 하는 장난 전화도 있고, 왜 빨리 전화를 안 받느냐고 화를 내는 분들도 계셔서 상담사들이 힘들어 우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응대 지연 문제가 불거지면서 1339에는 우군이 등장했다. 건강보험콜센터와 보건복지상담센터의 상담사들이다. 인력난으로 1339 상담사들이 허덕이자 회선을 연결해 상담 전화를 함께 받아주고 있다.

건강보험공단 콜센터 상담사는 오후 6시면 퇴근하지만 30명이 야간근무에도 지원했다. 24시간 돌아가야 하는 1339의 어려움을 돕기 위해 나선 것이다.

건강보험 콜센터에서 300명이, 보건복지상담센터에서 100명이 상담에 나서며 응대율은 80%로 올라갔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국민 입장에선 불안감에 왜 빨리 전화를 안 받느냐 불만을 토로할 수 있겠지만 최전방에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관기관과 함께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현예 기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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