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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참사 막았다…쓰러진 버스 운전사 대신한 여행가이드에 표창

중앙일보

입력

인천대교에서 관광버스를 운전하던 기사가 흉통을 호소하면서 쓰러지면서 차량이 중앙분리대와 수차례 충돌했다. [사진 인천소방본부]

인천대교에서 관광버스를 운전하던 기사가 흉통을 호소하면서 쓰러지면서 차량이 중앙분리대와 수차례 충돌했다. [사진 인천소방본부]

지난 4일 오전 9시22분쯤 인천시 중구 운서동 인천대교를 달리던 한 관광버스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버스 운전기사 A씨(75)가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지면서 1차로를 달리던 이 버스는 중심을 잃고 중앙 가드레일과 수차례 접촉했다. 버스에 동승한 정모(46·여)씨는 다급히 운전석으로 달려갔다. 소리를 지르며 A씨를 수차례 흔들었으나 깨어나지 않았다. 상태가 심각하다는 것을 인지한 정씨는 직접 차량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다. 버스는 간신히 멈춰섰고 대형 참사로 이어지지 않았다.

경찰에 따르면 이 버스는 대만에서 방한한 여행객들을 태우고 인천국제공항에서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로 가던 길이었다. 당시 A씨가 운전하던 버스에는 대만인 관광객 17명과 여행가이드 정씨가 타고 있었다. 정씨가 신속하게 버스를 세우고 119에 연락한 탓에 관광객 중에는 다친 사람은 없었다. 정씨는 “버스가 수차례 중앙분리대를 충격하면서 승객들이 많이 당황했고 운전자 상태가 심각해 보여 우선 차량을 멈춰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출동한 경찰이 이 버스를 일반도로까지 옮겼고 관광객들은 대체버스를 타고 목적지로 이동했다.

인천대교에서 관광버스를 운전하던 기사가 흉통을 호소하면서 쓰러지면서 차량이 중앙분리대와 수차례 충돌했다. [사진 인천소방본부]

인천대교에서 관광버스를 운전하던 기사가 흉통을 호소하면서 쓰러지면서 차량이 중앙분리대와 수차례 충돌했다. [사진 인천소방본부]

운전 중 가슴 통증으로 쓰러진 A씨는 심정지 상태에서 구급대원의 응급치료를 받으며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다. 탑승한 승객들에 따르면 A씨는 의식을 잃기 전까지 운전대를 놓지 않았다고 한다. 경찰은 부검을 통해 A씨의 정확한 사망원인을 파악할 계획이다.

한편 경찰은 기지를 발휘해 대형사고를 막은 정씨에게 표창장을 주기로 했다. 인천지방경찰청은 7일 오전 인천청에서 신속하고 과감한 조치로 대형사고를 예방한 공로로 정씨에게 표창장 수여식을 열 예정이라고 5일 밝혔다. 이준섭 인천지방경찰청장은 “위험한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고 신속하고 적절한 조치로 교량 추락 등 대형사고를 예방해 준 정씨에게 감사하다”는 뜻을 전달했다.

심석용 기자 shim.seok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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