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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증인이 코로나 의심이라 휴정합니다” 법조계도 연기·취소

중앙일보

입력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입국장에서 여행객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을 예방하기 위해 마스크를 쓴 채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입국장에서 여행객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을 예방하기 위해 마스크를 쓴 채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오늘 증인이 코로나 의심 환자라고 해 못 나온다고 하니까 휴정합니다.”

큐브스(현 녹원씨엔아이)의 전 대표인 정모(45)씨의 재판이 4일 진행되지 못했다. 이날 증인 신문이 예정된 A씨가 최근 중국에서 돌아온 뒤 열이 나 참석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재판부에 전달한 것이다. 클럽 ‘버닝썬’ 사건과 조국 전 법무장관 일가 사모펀드에 연루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는 정 전 대표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과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사태로 재판과 법조계 행사들이 줄줄이 연기되거나 취소되는 등 차질을 빚고 있다.

우선 이날 예정된 김명수 대법원장과 전국 신임 법원장들의 만찬 행사가 취소됐다. 지방에서 서울을 올라와야 하는 법원장들도 많은 만큼 이들을 한 공간에 모으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기 때문이다. 대신 상대적으로 이동거리가 짧은 서울 내 신임 법원장만 김 대법원장을 만나 식사 대신 간단히 티타임을 갖는 형태로 대체한다고 한다. 지난 3일로 계획됐던 법원 내 합창제도 취소됐다.

이날 예정된 ‘2020 국회 신춘음악회 - 평화와 화합의 어울소리’ 행사도 없던 일이 됐다. 문희상 국회의장을 비롯해 김 대법원장, 정세균 국무총리,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등 5부 요인이 참석하는 큰 행사지만 바이러스 전파 차단을 위해 국가적 역량이 집중되고 있는 만큼 많은 사람이 모이는 행사는 자제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각 정당 대표 및 원내 대표, 7대 종단 대표, 국회의원, 중앙행정기관 장·차관, 시·도지사, 시·도의회의장, 경제계·노동계 등 각계대표, 주한외교사절 등도 참석할 예정이었다고 한다.

법무부도 이날 전국 교도소와 구치소 내 교화 행사와 장소 변경 접견 등 외부인이 방문하는 행사를 잠정 중지했다고 밝혔다. 교정시설 간 수형자 이송 역시 잠정 중단했다. 교정 시설 내로 바이러스가 유입될 가능성을 원천 차단한다는 취지에서다. 이와 함께 전국의 교도소·구치소에서 수용자와 접촉하는 직원과 정문 안으로 출입하는 외부인에 대해서는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다.

검찰 내 안내 데스크에도 손소독제가 비치됐다. 조사 받는 피의자 및 참고인 등 방문자들이 신분증을 내기 위해 들러야 하는 곳이다. 한 안내 직원은 “코로나 사태 이후 (세정제가) 새로 놓였다”며 “사람을 만나는 업무다 보니 마스크를 자발적으로 착용하는 직원들도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국내 8번째 확진 환자가 법원과 검찰이 몰려있는 서울 서초동 일대에서 음식점을 이용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근 업소 출입을 자제하는 법조인들도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김수민‧백희연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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