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옆집 부부의 얘기? 이럴 때 나도 이혼해버리고 싶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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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가 좋아 죽겠어서 살면야 백점 만점이겠으나, 살 맞대고 살면서도‘마지못해’살고 있는 부부들이 꽤 된다. 차마 저지르지는(?) 못하지만, 이럴 땐 정말 나도 이혼하고 싶다는 부부들, 어떤 이유에서일까.

기획_안지선 기자
사진제공_영화‘The Break Up’

전반적으로 이혼에 대한 생각은 여자들에게서 조금 더 높게 나타난다. 연령대로 분류해본 결과 30대, 40대 부부들보다는 신혼인 20대 부부나 결혼 생활을 오래한 50대 이상의 부부들에게서‘전혀 그렇지 않다’라는 답이 확연히 높게 나타났다.

주관식으로 받은 답을 정리한 것인데 이혼을 생각하는 이유는, 확실히 남녀 차이가 심했다. 남자들은 주로 아내들이 경제적인 문제로 바가지를 긁거나 아내의 잔소리 혹은 아내에게서 무시당했을 때 이혼 생각을 한다면, 아내들은 고부 갈등과 성격 차이, 무능한 남편,외도, 욕설과 폭력 등 다양한 대답이 나왔다. 최근 결혼한 사내의 한 여기자는 남편이 라면 끓인 냄비와 물컵을 한꺼번에 설거지통에 넣어놨을 때‘도대체 가정 교육을 어떻게 받은 남자인가’싶어서 이혼하고 싶다는 (피식 웃음나게 하는) 대답을 했는데, 이는 지극히 젊은 부부들 간의 트러블 양상. 오래 산 부부임에도 이혼을 고려하고 있는 사람들일 경우 경제력이나 폭력, 외도 등 훨씬 심각한 이혼 고려 사유를 적어주었다.

마지못해 살고 있는 부부들은 생각보다 많았다. 늘 이혼을 고려하고 살고 있다는 한 지인은‘아이가 초등학교 졸업할 때까지’만 꾹 참고 살 거라고 한다. 답변 중‘빚을 다 청산한 후’또는‘이혼 후의 장사 준비를 끝마칠 때까지’등 경제적인 이유로‘이혼을 미루면서’살고 있는 부부들이 꽤 있는 듯.

충분히 예상했지만 이 데이터는 조금 우울하다. 많은 부부들이‘아이 때문에’이혼을 하지못하고 살고 있다. 실제로 에디터의 친구들 중에도 출산 전엔 전화해서 밥 먹듯“이혼해야겠어”소리를 꺼낸 친구들이 몇 있었는데 하나같이 첫 출산 이후 그 소리가 쏙 들어갔다. 배우자가 썩 마음에 드는 건 아니지만‘내 아이의 엄마(아빠)’라는 이유로 용서하고, 참고 살아가는 건, 분명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부분도 있는 듯. 그 밖에 다른 이유들은 거의 비
슷한 수치로 나타났으나 유독‘이혼 후 경제적으로 힘들 것 같아서’이혼하지 못한다는 답은 남성들보다 여성에게서 2배 정도 높게 나타났다.

이 데이터를 보면 우리나라 부부들은 생각보다 점잖게 살고 있는 듯. 살면서 이혼 얘기를 입 밖으로 꺼낸 적 없다는 사람들이 4.1%로 생각보다 높은 수치로 나타났다. 남편보다는 아내가 2배 정도 이혼 얘기를 더 많이 꺼내는 건, 여전히 불평등한 관계인 대한민국 부부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듯.

남편이 몇 년간 바람 피운 것을 알고도 위자료 외에 가욋돈을 챙기려고 이혼을 하지 못하고 있는 한 50대 여성은 찜질방을 하면서 들어오는 돈 중 상당수를 남편 몰래 비자금으로 저축한 게 벌써 3억원 가까이 된다고 한다. 요즘은 이혼할 때 여성들에게 가는 위자료가 상당하기 때문에 남성들도 이혼을 고려할 경우 비자금 준비에 열을 올리는 건 마찬가지. 이 문항 또한 주관식으로 답을 받은 것인데, 특이한 것은 여성들은 꼭 이혼이 아니어도 남편이 사고를 당했을 경우나 아플 경우를 대비해 경제적인 독립을 준비한다는 답이 많은 반면 남성들은‘이혼 후 다른 상대방을 찾기 위해’준비하고 있다는 황당한 답이(도대체 무얼 준비한다는 건지!) 제법 있었다.

* 인터넷 설문 조사 기관인 폴에버(www.pollever.com)를 통해 기혼 남녀 각각 390명씩 총 78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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