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결혼했다'는 왜 베스트셀러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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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ro's view

자본주의의 발전과 도시화, 산업화의 과정에서 양산된 일부일처제의 핵가족 제도,‘ 결혼’은 바로 제도의 일부이다. 우리는 낭만적 사랑의 결과가 곧 사랑이라고 교육받지만 실상 결혼과 사랑만큼 공존하기 힘든 아이러니도 드물다. 여기서의‘결혼’역시 그렇다. 박현욱의 장편 소설『아내가 결혼했다』는‘결혼’과‘아내’에 대한 동시대 한국 사회의 관습적 사고의 중심을 뒤흔든다. 작가는 낭만적 사랑으로 신성시된‘결혼’이 한 여자에 대한 성적 독점 계약은 아닐까라고 질문한다.‘ 결혼’이란 자본주의 사회의 만성 관습에 불과하다는 도발, 그것이 바로 박현욱의『아내가 결혼했다』가 지닌 힘의 근간이다. 그리고 무엇보다『아내가 결혼했다』는 독자의 시선에 쉽게 포획될 수 있는 여러 가지 장점을 가졌다. 이를 테면 가독성을 자극하는 챕터식 구성이라든가 '끼어드는'축구 이야기는 리듬감을 부여해준다. 엄밀히 말해,『 아내가 결혼했다』는‘축구’와‘인생’그리고‘결혼’에 대한 탁월한 제유나 잠언을 제공해주지는 않는다.『 아내가 결혼했다』의 장점은 축구와 인생의 오묘한 조화라기보다 그 많은 지식의 제공 자체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축구와 결혼에 대한 풍부한 이야기를접촉하는 것만으로도『아내가 결혼했다』는 독서에 대한 충분한 보상을 전해 준다. 박현욱의 소설『아내가 결혼했다』가 거둔 성공은 선도적 도발성에서 비롯되었음에 분명하다. 박현욱의 도발은 현대 사회의 무의식을 결혼이라는 풍속사에 대한 반성으로 도출해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박현욱이 이 소설을 통해 얻은 성과는‘아내와 결혼했다’와‘아내가 결혼했다’사이에 놓인 조사 하나의 차이를 발견했다는 데에 있다. 그는 이 작은 차이를 부각시킴으로써 현대 사회의 일상을 관습으로 낯설게 했다.‘ 아내가’와‘아내와’의 사이에 놓인 사소한 차이를 통해 일상은 발견과 소통하고, 제도는 모순에 노출된다. 전복은 바로 이 작고 사소한 틈에 잠복해 있는 셈이다.

강유정 (문학평론가)

*** amateur's view

1만 부 판매도 넘기 힘든 한국 소설 시장에서 4개월 만에 12만 부가 팔려나가고 어떤이는‘새로운 독서의 체험’이라고까지 말하는 박현욱의『아내가 결혼했다』. 월드컵 열기와‘단숨에 읽힌다’는 소문을 타고 더 잘 팔리고 있는 베스트셀러. 이 소설이 던지고 있는 화두는 물론 일처다부제, 결혼의 통념에 대한 파괴지만 소설은 판타지라는 점에서 우선‘그건 그렇다고 치자’의 입장이 되었다고 할까. 재미라는 것만 놓고 보자면 기대보다는 덜했다. 역설적으로『아내가 결혼했다』는 여자가 아닌 남자의 로망을 대변하는 소설이다. 유럽 축구에 대한 맛깔진 대화가 가능하고 순식간에 근사한 가정식 백반을 차려내며 집안 정리에는 마술 같은 솜씨를 발휘하는 여자라. 섹스는 또 얼마나 기가 막히게 잘하는지. 한 마디로 세상에 없는 매력의 결정체다. 결혼해서도 그녀는 자유주의자로 살아가기 때문에 더 많이 사랑하는 남자는 계속 사랑의 약자일 수 밖에 없다. 알랭 드 보통의 말처럼 절대적 존재에서 고작 나 같은 사람이나 사랑하는 하찮은 존재로 평생 전락하지 않는 것이다. 물론, 소설 안에서 이성적으로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하는 소극적인 주인공의 태도도 납득하기 어렵다. 모르겠다. 남자는‘이만한 여자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는 확신이 들면 그 순간 자기애는 완벽히 소멸되는 존재일지도. 짧은 챕터의 끄트머리마다 나오는 스토리에 걸맞은 축구사와 축구인들의 어록은 이 책의 가독성을 배가시키는 중요한 액세서리다. 스토리 자체의 재미와 앎의 즐거움이 교차되는 구성은『아내가 결혼했다』가 빠르게 읽히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쉽고 빠르게 읽히는 재미있는 소설의 출현이라는 점에는 찬성이다. 그러나 이 소설이‘새로운 한국 대중 소설의 기점’이라는 평까지는‘글쎄?’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소설은 아내 인아처럼 세련된 설득력으로 마지막 장까지 리드한다. 그 유려한 드리블이 정말 골까지 연결될지는 시간이 지나봐야 안다.

김수현 (SURE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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