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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첫날부터 일할 준비된 대통령…美 동맹 복원하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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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전 미국 부통령이 2일(현지시간) 아이오와주 디모인 유세에서 "취임 첫날부터 일할 준비된 대통령이 필요하다"며 "동맹국과 관계에서 미국이 세계 지도자 역할에 복귀하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전 미국 부통령이 2일(현지시간) 아이오와주 디모인 유세에서 "취임 첫날부터 일할 준비된 대통령이 필요하다"며 "동맹국과 관계에서 미국이 세계 지도자 역할에 복귀하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AP=연합뉴스]

“차기 대통령은 분열된 나라와 혼란한 세계를 치유해야 한다. 취임 첫날부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대통령이 필요하다.”

조 바이든 전 미국 부통령이 현지시간 2일 저녁 아이오와주 디모인 하이어트 중학교 유세에서 “우리는 연습생에게 맡길 시간이 없다”며 한 말이다. 1973년부터 36년간 미 연방 상원의원에 이어 8년간 부통령을 지낸 압도적 경험을 부각해 3일 아이오와 코커스 1위를 다투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피터 부티제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밴드 시장을 압도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내일 밤 아이오와 코커스 승리로 도널드 트럼프의 밤을 망칠 수 있다”라고도 했다. 트럼프와 싸워 이길 수 있는 당선 가능성(electability)을 앞세운 전략이다.

[美 아이오와 코커스 마지막 유세] #상원 36년-부통령 8년 경쟁력 부각, #샌더스와 부티제지 동시 겨냥 발언 #"트럼프, 나와 가족 공격 600억 썼다" #CBS 여론조사서 샌더스와 25% 동률, #15%미만 군소후보 지지자 흡수 전략

바이든의 유세는 전날 밤 경선 초반 1위를 위협하는 샌더스와 정반대였다. 샌더스 유세가 비주류 저항의 상징인 록 콘서트 스타일이었던 반면 바이든은 미국의 주류가 무엇인지 확연히 보여줬다. 1000명의 청중이 미국 국기에 대한 맹세로 유세를 시작했다. 바이든이 타고 온 유세 버스엔 캠페인 슬로건인 “미국의 정신을 위한 투쟁”(The Battle for the Soul of the Nation)이라고 적혀 있었다.

경선 유세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무너뜨린 미국의 동맹국 관계와 세계 지도자 역할 복원을 강조한 이도 바이든이 유일했다.그는 “지금 우리의 동맹국과 관계는 유럽뿐 아니라 아시아에서 갈림길에 서 있다”며 “다시 한번 미국이 자유 세계의 지도자가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무대에서 내려오면 그 빈자리는 좋은 사람들이 채우지 않는다”라며 “미국은 안전을 위해서라도 다시 세계를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지지자 바버라 캐네닌은 "바이든이 본선에서 트럼프를 이길 유일한 후보"라고 말했다. [정효식 특파원]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지지자 바버라 캐네닌은 "바이든이 본선에서 트럼프를 이길 유일한 후보"라고 말했다. [정효식 특파원]

바이든은 이날 유세에서 우크라이나 정부에 수사를 청탁한 것을 거론하진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거명해 공격했다. “나는 어떤 대통령이 트럼프가 쓴 5000만 달러(약 600억원)만큼 나와 내 가족을 공격하는 데 그토록 많은 돈을 쓴 적이 있는지 알지 못한다”고 비난했다. 민주당 하원의 탄핵 주요 혐의인 권력남용에 빗대 유세의 마지막을 “미국의 차기 대통령은 누구라도 법 위에 서지 못할 것이다”로 끝맺었다. 2020년 대선이 바이든과 트럼프 대결 구도임을 청중에 각인한 셈이다.

연설 도중 “화석연료 중단” 피켓을 든 샌더스 지지자가 바이든에게 “화석연료 회사에서 정치자금을 받지 않았느냐”며 계속 소리치자 “그 점은 걱정하지 말라. 돈을 받은 적이 없다”며 “나는 민주당 후보가 되려고 이 선거에 출마한 게 아니다. 나는 사실이 아닌 말로 다른 민주당 후보를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고 응수하기도 했다.

2일 공개된 CBS 방송 아이오와 코커스 여론조사에서 바이든-샌더스 25%에 이어 21%로 3위를 차지한 피트 부티제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밴드 시장.[AP=연합뉴스]

2일 공개된 CBS 방송 아이오와 코커스 여론조사에서 바이든-샌더스 25%에 이어 21%로 3위를 차지한 피트 부티제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밴드 시장.[AP=연합뉴스]

유세에 참여한 바이든 지지자에게 아이오와에선 샌더스와 피트 부티제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밴드 시장의 지지율이 바이든을 위협한다고 물었더니 당장 “트럼프를 이길 유일한 후보는 바이든”이란 답이 돌아왔다. 바버라 케니넨은 “바이든이 민주당 주자가 돼야 11월 3일 트럼프를 확실히 꺾을 수 있다”며 “버니는 너무 급진적이어서 나라를 통합할 수 없고 부티제지는 트럼프를 이길 상대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날 바이든과 샌더스가 똑같이 지지율 25%인 CBS 방송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자 바이든 측은 민주당 경선의 ‘최저 15% 룰’에 따른 중소후보 지지를 흡수하는 전략을 공개했다. 아이오와 코커스에선 당원들이 1차 투표에서 지지 후보가 15% 미만을 얻을 경우 15% 이상 상위 후보에 2차 투표를 하게 돼 있기 때문이다.

미국 CBS방송이 2일 공개한 민주당의 첫 번째 대선 경선인 아이오와 코커스 D-1일 여론조사.[트위터]

미국 CBS방송이 2일 공개한 민주당의 첫 번째 대선 경선인 아이오와 코커스 D-1일 여론조사.[트위터]

CBS 여론조사 결과대로 부티제지 21%,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16%,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 5%, 기타 후보 순으로 지지를 받을 경우 클로버샤를 포함한 나머지 후보 지지자들은 바이든과 샌더스, 부티제지, 워런 네 명 가운데 다시 최종 지지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 2차 투표 결과 바이든-샌더스-부티제지-워런 4명 가운데 최종 1위가 뒤바뀔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유세를 참관한 조나선 와일러 노스캐롤라이나 정치학 교수는 “아이오와 당원들이 마지막 날까지 선택이 힘든 이유는 가장 좋아하는 후보와 가장 당선 가능성이 높은 후보가 다르기 때문”이라며 “바이든은 선두주자 중 가장 감동은 적지만 가장 당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되는 후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1차 당원 투표에서 최다 득표자와 ‘15% 룰’에 따른 군소후보 지지자를 다시 배분하는 최종 2차 투표 결과로 전당대회 대의원을 가장 많이 확보한 후보가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부티제지 "미래로 가는 걸 두려워 말아야"

영국 출신으로 시민권을 얻어 첫 투표를 한다는 이완 윌리엄스는 "부티제지가 트럼프 이후 절제의 미덕을 갖췄고 미국을 통합할 후보"라고 말했다. [정효식 특파원]

영국 출신으로 시민권을 얻어 첫 투표를 한다는 이완 윌리엄스는 "부티제지가 트럼프 이후 절제의 미덕을 갖췄고 미국을 통합할 후보"라고 말했다. [정효식 특파원]

부티제지 전 시장은 디모인 링컨 고교에서 한 마지막 유세에서 "역사는 우리가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면 근본적인 새로운 도전에 응전할 수 없다는 점을 가르쳐줬다"며 "우리는 미래로 가는 것을 두려워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완 윌리엄스는 유세장에서 “우리에겐 트럼프 이후 분열된 나라를 통합할 사람이 필요하다”며 “부티제지는 급진적인 다른 후보에 비해 절제의 미덕을 갖췄고 기후 변화에 대한 이해도 깊기 때문에 민주당 경선에 승리할 최상의 후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2일 아이오와주 디모인 심슨 칼리지에서 유세하고 있다.[EPA=연합뉴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2일 아이오와주 디모인 심슨 칼리지에서 유세하고 있다.[EPA=연합뉴스]

워런 "2% 부유세로 대학생 부채 충분히 탕감 가능"  

워런 상원의원은 심슨 칼리지에서 대학생 부채 탕감 방안 공약에 대한 질문에 "5000만 달러를 초과하는 재산에 대해 2%의 부유세를 부과하면 10만 달러 소득 이하 대학생 부채를 충분히 탕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앤 워드닉과 나탈리 워드닉 모녀는 1차 선택은 각각 중소 후보인 톰 스타이어와 클로버샤 후보였지만 2차 선택 때는 워런을 지지하겠다고 했다.대학원생인 나탈리는 “미국에서도 여성 대통령이 나올 차례가 됐다”며 “워런은 트럼프 대통령을 충분히 이길 수 있으며 중도 진영에 대해서도 잘 이해하고 있다”고 지지 이유를 밝혔다.

디모인(아이오와주)=정효식·박현영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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