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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커창 우한 갈때 말로만 "전쟁"···中분노, 시진핑 향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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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이 확산하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하며 리더십 시험대에 오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P=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하며 리더십 시험대에 오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P=연합뉴스]

중국 정부는 지난달 23일(현지시간) 바이러스의 발원지인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을 봉쇄하며 초강경 대응에 나섰지만, 초기 대응에는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3일 우한 봉쇄 이전 이미 500만 명 가까이 도시를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 내 감염자는 1만 명에 육박하고 사망자도 200명을 넘었다.

바이러스 확산을 초기에 잡지 못한 것은 왜일까. 상부의 지시가 있어야만 움직일 수 있는 중국 특유의 관료주의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실제 중국 보건 당국이 이 사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한 건, 지난달 20일 시 주석이 “우한의 질병을 확실히 잡으라”고 말한 이후였다.

그런데도 중국 내 상황은 점점 심각해지고 있어 시진핑 주석의 리더십이 큰 위기를 맞았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CNN방송은 “신종코로나 확산은 중국 내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일 뿐 아니라 세계적인 이슈”라며 “시진핑 주석은 가장 큰 정치적 위기를 맞은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 역시 “시 주석에게 닥친 가장 심각한 정치적 위기”라고 전했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한 병원에서 환자를 돌보는 의료진의 모습. [AP=연합뉴스]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한 병원에서 환자를 돌보는 의료진의 모습. [AP=연합뉴스]

중국 정부의 검열 강화에도 이미 웨이보 등 소셜미디어(SNS)를 중심으로 시민들의 분노는 퍼지고 있다. CNN은 “현재 중국인들의 분노는 바이러스의 진원지인 우한의 저우셴왕 시장으로 향해있지만, 그 화살은 곧 시진핑으로 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에선 모든 주요 정치적 의사결정을 최고위직, 즉 시진핑이 내리기 때문이다.

방송은 “홍콩에 격렬한 시위가 일거나 미국과 무역 전쟁을 빚었을 때는 외부의 적을 탓할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시진핑) 자신이 초기 대응을 잘못했기 때문에 누군가를 탓할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여러모로 시 주석에겐 쉽지 않은 상황이다.

NYT는 시 주석을 “독재자”라 칭하며 이 모든 것이 그가 자초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독재자들은 사람들의 자유를 제한함으로써 정확한 정보를 얻지 못하기 때문에 종종 잘못된 결정을 내리고, 일을 키운다"는 얘기다. 환자가 처음 나왔을 때 중국 정부는 바이러스가 아니라 그 위험을 알리는 사람들을 단속했고, 이런 식으로 초기 단계에서 쉬쉬하며 일을 키웠다. 신문은 “때문에 병원은 방호복, 마스크 등을 충분히 준비할 수 없었고 감염증 방어의 최전선에 서 있는 의료진이 매우 열악한 상황에 부닥치게 됐다”고 지적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전 세계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EPA=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전 세계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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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주석이 매일같이 “전염병과의 전쟁에서 승리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직접 우한을 방문하진 않았단 점을 비판하는 언론도 있다. 바이러스 확산을 막는 것만큼이나 공포에 떨고 있는 자국민의 마음을 보듬는 일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우한을 방문한 최고위급 인사는 리커창 총리뿐이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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