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살 검사들' 떠난날…윤석열, 16년전 폐지된 檢동일체 거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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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별관에서 열린 '대검 신년 다짐회'에서 신년사를 낭독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별관에서 열린 '대검 신년 다짐회'에서 신년사를 낭독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인사이동으로 자리를 떠나는 검사들을 향해 “본분을 잊지 말라”고 당부했다. 이를 강조하기 위해 2004년 폐지된 ‘검사동일체 원칙’까지 거론했다.

31일 오전 11시 대검찰청에서는 상반기 검사 전출식이 열렸다. 현 정권을 향한 수사를 벌인 검사들이 대거 교체되며 ‘2차 검찰 대학살’로 평가받는 인사로 지방에 발령 난 검사들이 검찰총장에게 신고하는 자리다.

윤 총장은 “어느 위치에 가나 검사는 검사동일체 원칙에 입각해 운영되는 조직이기 때문에 여러분의 책상을 바꾼 것에 불과하고, 본질적인 책무는 바뀌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검사동일체 원칙이란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상명하복의 관계에 따라 전국의 검사가 통일된 조직체로 활동하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2004년 검찰청법 7조 명칭은 ‘검사동일체 원칙’에서 ‘검찰사무 지휘 감독’으로 바뀌었고, 명령과 복종 등의 표현도 삭제됐다.

폐지된 지 16년이 지난 검사동일체 원칙을 윤 총장이 다시 거론한 건 최근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과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주요 피의자 기소 때 이견을 보였던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윤 총장은 또 4월 치러지는 총선의 '공정성'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선거는 민주공화국을 유지하는 데 근간이 되는 제도”라며 “공정한 선거가 될 수 있도록 선거사범 수사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당부했다. 윤 총장은 지난해 12월 31일 발표한 2020년 신년사에서도 총선을 언급하며 “돈이나 권력으로 국민의 정치적 선택을 왜곡하는 반칙과 불법을 저지른다면 철저히 수사해 엄정 대응한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윤 총장은 현재 검찰의 분위기를 두고 “힘들고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과 원칙을 지켜나가기 위해서는 저항도 있기 마련이고, 그것을 뚫고 나가는 데 큰 어려움도 있을 수 있다”며 “그러나 이것을 잘 헤쳐나가면서 원칙을 지켜나가는 것이 저희의 사명”이라고 말했다.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임종석 전 비서실장 등에 대한 사법 처리를 총선 이후로 미룬 상황에서 원칙대로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윤 총장은 최근 법무부가 시행한 직제개편 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형사 법제 개정으로 검찰의 업무처리 패러다임이 많이 바뀌는 시기”라며 “검찰 제도, 검사의 직무에 대한 본질을 깊이 성찰해서 국민에게 봉사하기 위해 업무를 어떻게 바꿔나가야 하는지 깊이 고민해 달라”고 말했다.

인사 대상자가 된 검사들은 2월 3일부터 새로운 임지에서 달라진 직제개편에 따른 업무 배당을 받게 된다. 직접 수사 부서 축소 방침에 따라 서울중앙지검은 반부패수사부와 공공수사부를 2곳씩만 남겼다. 반면 형사부는 4곳, 공판부는 2곳이 각각 늘어났다. 각급 검찰청은 직접수사부서에서 진행 중이던 사건을 타 부서에 재배당하는 절차에 들어갔다. 하지만 그동안 사건을 맡아온 수사진의 전문성과 연속성을 고려했을 때 수사 축소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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