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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번 환자, A와 '남산의 부장들' 관람"···성북구청서 정보 샜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31일 오전 김포공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으로 봉쇄된 중국 후베이성 우난 교민들의 입국 후 이동경로로 예상되는 도로를 경찰들이 봉쇄하고 있다. [연합뉴스]

31일 오전 김포공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으로 봉쇄된 중국 후베이성 우난 교민들의 입국 후 이동경로로 예상되는 도로를 경찰들이 봉쇄하고 있다. [연합뉴스]

'접촉자 문건 유출하고, 확진자 나오고 나서야 밀접 접촉자 자택 격리하고….'

정부, 접촉자 관련 문건유출 수사의뢰 #밀접 접촉자 '확진'판정 받고나서야 '자가 격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최일선에서 감염을 저지해야 할 지방자치단체들이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31일 새벽 한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 사진 한장이 올라왔다. 사진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 접촉자 관련 보고'라는 제목의 문건이 찍혀있었다. 이 문건에는 5번째 확진자 내역과 함께 이 확진자가 설 연휴 기간 접촉한 밀접접촉자의 정보가 담겨있었다.

보고서에는 확진자가 영화관에서 '남산의 부장들'을 봤다는 보고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이 사진은 "영화관이 폐쇄됐는데 언론에서 숨긴다"는 글과 함께 SNS를 통해 돌기 시작했다.

국내 ‘신종 코로나’ 확진자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국내 ‘신종 코로나’ 확진자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성북구, 밀접접촉자 문건 유출

문건 유출이 의심되자 5번째 확진자 거주지 관할구청에 관심이 쏠렸다. 그러자 중랑구청은 "중랑구에서 사용하는 보고서 양식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접촉자인 A씨의 거주지 관할구청인 성북구청은 "영화관은 영업을 중지했고, 문건이 유출된 것이 맞다"고 31일 시인했다. 성북구청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 차원에서 구가 작성한 문건이 맞으며 유출경로를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5번째 확진자는 32세 남성으로 지난 24일 귀국했다. 일 때문에 중국 우한시를 방문했다고 한다. 이 확진자는 귀국 후 다음날인 지난 25일 A씨 등과 함께 성신여대CGV를 찾아 영화를 봤다. 27일부터 기침과 가래 증상이 나타났고, 확진자는 1339로 신고를 했다.

신고가 늦은 이유에 대해서는 "평소 천식 증상이 있어 증상 발현을 몰랐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확진자는 28일부터 능동감시에 들어갔고 29일 열이 나기 시작했다. 우한폐렴 확진을 받은 것은 지난 30일로 서울의료원에 입원했다.

성북구청은 "설 연휴 기간 5번째 확진자와 밀접 접촉한 A씨는 30일부터 자가격리에 들어간 상태"라고 설명했다. 기침과 가래 증상이 나타난 이후에도 밀접 접촉이 있었는데 5번째 확진자의 판정을 받은 시점부터 A씨를 자가격리했다는 뜻이다.

성북구청 관계자는 "A씨의 검체를 채취해 보건환경연구원에 의뢰했다"며 "현재는 자택격리를 한 상황으로 따로 임상적인 증상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5번째 확진자와 관련해 서울시도 갈팡질팡했다. 서울시는 30일 "5번째 확진 환자는 질병관리본부가 서울시에 통보한 (우한 여행객) 208명 명단 중 한 명"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같은 날 저녁 9시 "해당 확진 환자는 본인 신고 후 능동감시자로 분류되어 관리되었던 대상자였다"며 "정보 제공에 혼선을 드려 죄송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5번째 확진 환자를 두고 구청과 서울시까지 혼선을 빚은 셈이다.

30일 서울 성동구 마을버스 정류장에서 방역 관계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유입 및 확산을 방지 하기 위해 방역을 하고 있다. [뉴스1]

30일 서울 성동구 마을버스 정류장에서 방역 관계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유입 및 확산을 방지 하기 위해 방역을 하고 있다. [뉴스1]

5번째 확진자 관련 문건유출, 수사 의뢰

정부는 문건 유출에 대해 경찰에 수사 의뢰를 했다.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대처하겠다"는 것이다.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은 "내부적으로 보안에 관해 각 부처와 시도에 대해 '보안에 대해 철저하게 준수하라'는 지침을 시달했다"며 "수사 결과와 내부 조사 결과가 나오면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김현예 기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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