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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내 음악인생의 절정" …데뷔 50주년 맞은 '포크 청년' 이장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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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50주년을 맞아 기념공연을 여는 가수 이장희가 30일 서울 종로구의 한 극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제공 PRM]

데뷔 50주년을 맞아 기념공연을 여는 가수 이장희가 30일 서울 종로구의 한 극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제공 PRM]

“나 그대에게 드릴 말 있네. 오늘 밤 문득 드릴 말 있네.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즉석에서 나온 요청에 “마이크 없이 부르겠다”며 응낙한 그는 기타를 잡더니 눈을 감으며 노래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청바지에 검은 가죽 재킷을 입고 영화 ‘별들의 고향’에 수록된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를 부르는 가수 이장희(73)의 모습은 영락없는 ‘포크 청년’이었다.
데뷔 50주년 기념공연 ‘나의 노래 나의 인생’을 앞두고 30일 서울 종로구의 한 극장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진 그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이 자리에 와주신 것 감사드린다, 땡큐(Thank you)”라며 검지와 중지를 객석으로 치켜세우고 첫인사를 했다.

유명 DJ 이종환의 권유를 받고 고민 없이 연세대 생물학과를 2년 만에 중퇴한 뒤 가수로 데뷔한 때가 1971년. 올해로 딱 50년을 맞았다. 당대 가요계를 주름잡던 ‘쎄시봉’으로 활동하면서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그건 너’, ‘겨울 이야기’, ‘한 잔의 추억’ 등 수많은 히트곡을 내놓은 가수였지만 50주년이 주는 의미는 남달랐던 모양이다. 그는 ”저는 오늘 이 자리가 참 감격스럽다. 내가 데뷔한 지 50년이 됐다. 49년이나 51년이나 뭐가 다르겠느냐마는, 50년의 의미가 남다르다“면서 ”지금도 나는 늘 음악 속에 산다. 음악을 듣는 시간이 적어도 세 시간“이라고 말했다.

 데뷔 50주년을 맞아 기념공연을 여는 가수 이장희가 30일 서울 종로구의 한 극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노래하고 있다. [사진제공 PRM]

데뷔 50주년을 맞아 기념공연을 여는 가수 이장희가 30일 서울 종로구의 한 극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노래하고 있다. [사진제공 PRM]

부침도 있었다. 1976년 대마초 혐의로 구속됐고, ‘그건 너’가 당시 불건전하다는 이유로 금지곡으로 지정되면서 가수 활동을 중단했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간 그는 1989년 미국 로스엔젤레스에서 한인 AM 라디오 방송국을 설립해 경영인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2011년 ‘울릉도는 나의 천국’이라는 싱글 음반을 내면서 30년 만에 가수 활동을 재개했다.
그렇지만 그는 “음악을 해서 후회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중ㆍ고등학교 때 공부 안 하고 대학도 중퇴해서 어머님이 울었던 건 가슴이 아팠지만 후회한 적은 없다“며 수만 명의 마음을 한 번에 사로잡고 똑같은 기분을 전달하는 건 음악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곡들이 세월을 넘어 여전히 대중에게 사랑받는 이유를 묻자 그는 ‘노랫말’을 꼽았다.
그는 “사실 지금도 악보를 볼 줄 모른다. 노래를 만들 때는 가사를 쓰는 데 며칠 걸린다. 가사가 가진 음율과 분위기 때문에 멜로디는 저절로 흘러간다. 작사하는 데 오래 걸렸고 작곡은 가사가 결정해주는 것”이라며 “노래에서 우리 일상생활에서 누구나 느끼는 걸 잡아내려고 애썼다. 예전엔‘황성 옛터’의 ‘흘러가는 저 구름아’처럼 가사를 전부 문어체로 썼다”고 말했다.

 데뷔 50주년을 맞아 기념공연을 여는 가수 이장희가 30일 서울 종로구의 한 극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노래하고 있다. [사진제공 PRM]

데뷔 50주년을 맞아 기념공연을 여는 가수 이장희가 30일 서울 종로구의 한 극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노래하고 있다. [사진제공 PRM]

50주년 공연에 대해선 “젊을 때도 그랬지만 내가 느끼는 감정을 표현하고 싶다. 이제 나이가 일흔을 넘었는데 인생의 불타는 황혼을 생각하면서 느끼는 나의 쓸쓸함, 허전함, 안온함을 노래하면 좋겠다”며 “지금이 내 음악인생의 절정이라 생각한다. 노래하는 것이 너무나 좋다”고 강조했다.

이번 공연엔 기타리스트 강근식, 베이시스트 조원익 등 그의 음악인생의 동반자였던 세션리스트들도 참여한다. 그는 “여태까지 가까이하는 뮤지션들과 근 50년간 술친구를 했다. 강근식, 조원익 등 다섯 명이었는데 한 명은 벌써 죽고 다른 하나는 만나기가 어렵다”며 “집이 있는 울릉도에 극장을 만들었는데 이들과 거기서 함께 공연할 때 정말 행복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공연은 3월 29일 오후 3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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