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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내 확진자 열차·항공·버스 116편에 탑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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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중국 내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진자들이 이달 들어 열차·항공·버스 116편에 탑승한 사실이 드러났다. 사람 간 감염 사례가 확인된 가운데 이들과 접촉한 탑승객은 최대 약 11만 명 가까이 될 수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접촉한 승객들 최대 11만명 예상 #중국 우한폐렴 확진 6000명 돌파 #확진환자 수 사스 기록 넘어서 #사망 132명, 중증환자도 1000명 #“앞으로 7~10일 사이에 절정” #중동 UAE서도 첫 확진자 나와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29일 우한 폐렴 확진자들이 이용한 열차는 69대(1월 12~24일), 비행기는 29대(1월 6~26일), 버스는 18대라고 보도했다. 확진자들의 동선을 역추적해 파악한 결과로 보인다. 중국 포털사이트와 인민일보를 비롯한 주요 언론들은 이날 오후 일제히 ‘긴급 공지’를 띄우고 이런 사실을 알리며 해당 교통편에 탑승한 적이 있는 시민은 당국에 자진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확진자가 탔던 열차 69대 중 신종 폐렴 발원지인 우한에서 출발하거나 도착한 경우가 41대로 가장 많았다. 이 열차들은 중국 북부 선양(沈陽)에서부터 베이징을 비롯해 중서부 시안(西安)과 남부 광저우(廣州)까지 각지로 운행했다. 열차의 중간 경유지까지 고려하면 운행 범위는 사실상 중국 전역으로 볼 수 있을 정도다.

시진핑 “우한폐렴은 악마, 내가 투쟁 지휘할 것”

인민일보는 해당 편의 탑승객 숫자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한국의 고속철에 해당하는 중국 가오티에(高鐵)에는 승객 약 1000명, 일반 열차에는 약 1600명이 탈 수 있다. 이번에 확진자가 탄 것으로 밝혀진 고속철은 26대, 일반 열차는 43대로 최대 탑승객은 약 9만4800명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 중 누구든 확진자와 접촉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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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가 탑승한 비행기 29편 중에도 우한에서 출발하거나 도착한 경우가 가장 많았다(17편). 상당수가 상하이(上海)와 충칭(重慶) 등 중국 대도시를 오갔다. 특히 지난 26일 싱가포르에서 출발해 중국 시안으로 들어온 스쿠트(Scoot) 항공 TR134편 등 국제선도 있었다. 항공기 한 편당 승객은 일반적으로 약 300~500명이다. 29편의 항공기에 최대 약 1만4500명이 확진자들과 같이 탔을 수 있다. 열차와 항공편 탑승객 수를 합치면 최대 약 10만9300명이 바이러스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인민일보는 자진 신고를 독려하며 60개 지역의 관리당국 전화번호를 올렸다. 중국 정부가 피해 지역 범위를 60개 도시로 보고 있는 것이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29일 마지막 청정 지역이었던 티베트에서도 우한 폐렴 의심 환자가 발생했다고 확인했다. 이제 폐렴이 중국의 31개 성·시·자치구 전체로 확산했다.

중국 내 우한 폐렴 확진자는 6000명을 넘어섰다. 29일 오후 10시 현재 확진자는 6086명이다. 2002~2003년 9개월간 확진자 5327명이 나온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의 확산세를 훌쩍 넘어섰다. 사망자는 전날보다 26명 늘어 132명이 됐다. 중증 환자만 1000여 명이다.

또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광둥(廣東)성에서 처음으로 외국인 감염자가 나왔다”며 “호주인 2명, 파키스탄인 1명 등 최소 3명으로 상태는 안정적”이라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파키스탄 당국은 중국 내 자국민 감염자 수를 4명이라고 밝혔다고 SCMP는 전했다.

우한 폐렴 확진자가 세계 각지에서 발생하는 가운데 중동에서도 첫 확진자가 나왔다. 아랍에미리트(UAE) 국영 WAM통신은 “우한에서 온 중국인 가족 4명이 치료받고 있다”고만 보도했다. AP통신은 중국 외 16개국에서 최소 77명의 확진자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일본에서는 우한 관광객들을 태운 버스 운전기사가 2차 감염을 통해 확진 판정을 받은데 이어 동승했던 관광가이드도 우한 폐렴 확진을 받았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28일 중국을 방문한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과 만나 “우한 폐렴은 악마”라며 “우리는 악마가 활개 치고 다니게 놔두지 않겠다”고 말했다. 또 “내가 직접 (전염병 업무를) 지휘하고, 대응하고 있다”며 “우리가 계속해서 자신감을 가지고 협력해 나가면서 과학적으로 대응한다면 반드시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사스 퇴치의 영웅으로 이번 우한 폐렴과의 싸움을 현장에서 지휘하고 있는 84세의 노장 중난산(鍾南山)은 28일 중국 신화사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7일 또는 10일 사이에 우한 폐렴 유행이 절정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다만 그는 “대규모 증가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베이징=유상철·박성훈 특파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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