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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가 산성비에 죽어간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초록의 흑사병으로 불리는 산성비는 이미 위험수준을 넘어 지구촌 구석구석을 파괴하는 단계에 와있다.
북미와 캐나다 접경지역의 경우 20∼30%의 호수가 산성비로 생물체가 알 수 없는 죽음의 호수로 변했고 노르웨이·스웨덴 등 북유럽과 우리나라를 비롯한 일본 등 아시아 여러 나라의 대도시에도 강산성비가 내리고 있다.
그 가운데 가장 극심한 피해를 보고 있는 지역중 하나인 서독은 동북부의 괴팅겐시 교외의 울창한 숲이 불과 10년도 못돼 산성비 때문에 삼림이 메말라죽어 이를 베어버린 후 황무지로 변했다.
산성비가 처음 문제로 제기된 것은 이미 30년 전. 북유럽의 노르웨이·스웨덴 등의 삼림과 호수가 차례로 사멸되면서부터다. 조사에 나선 학자들은 서독과 영국의 대규모 공장지대에서 배출된 가스 때문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당시 가해자측은 오염방지에 매우 소극적 자세였으나 심각성을 깨닫기 시작한 것은 자국의 삼림피해가 늘고부터다. 서독에서는 지난 82년 산성비 피해를 본 삼림이 8%정도였으나 86년에는 54%로 급증, 부랴부랴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도 환경청조사에 따르면 지난 2월 서울·대구·부산 등지에 최고 PH4·4∼4·6의 강산성비가 내린 것으로 밝혀져(중앙일보 9월22일자 14면) 안심할 수 없는 상태. 이는 기준치(5·6)의 10배가 넘는 강한 산성비가 된다(산도는 기준치에서 1씩 내려갈 때마다 10배, 1백 배, 1천 배씩 강해짐). 더구나 지난해 환경청이 실시한 자연생태계 전국의 토양조사에 따르면 경기도 양주군 광적면 석우리의 경우 PH2·9나 돼 작물을 전혀 재배할 수 없는 토양으로 밝혀져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일본에서도 도쿄에 이미 PH4·4, 오사카에도 PH4·5의 기준치보다 10배가 넘는 강산성비가 내리고 있음이 확인돼 전 세계는 죽음의 비에 대한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산성비란 PH(수소이온농도) 5·6이하의 산도를 가진 비로 콘크리트는 물론 쇠붙이까지 쉽게 부식시키는 무서운 것이어서 삼림뿐만 아니라 호수의 물고기를 죽이며 토양을 오염시켜 죽음의 땅으로 몰아간다.
원인은 자동차의 배기가스와 공장지대의 연기 속에서 배출되는 대기오염 물질인 질소산화물(이산화질소 등)과 유황산화물(아황산가스 등)때문.

<이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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