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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 불똥…알펜루트 2300억 펀드 환매중단 위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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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9000억원대 펀드 자산을 보유한 알펜루트자산운용이 일부 펀드의 환매 연기를 검토 중이다.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환매 연기 사태의 불똥이 다른 사모펀드 운용사로까지 튀는 상황이다.

TRS 계약한 증권사서 자금 회수 #개인투자자 ‘펀드런’ 이어질 우려

2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알펜루트자산운용은 몽블랑4807 등 증권사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이 된 펀드 26개(설정 총액 2300억원)에 대해 환매 연기를 검토 중이다. 알펜루트는 비상장벤처에 주로 투자해온 자산운용사다.

알펜루트가 환매 연기를 검토하게 된 건 TRS 계약을 맺은 증권사들이 갑자기 자금 회수를 요청하며 유동성 문제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대형 증권사들은 헤지펀드 운용사에 주식담보대출과 비슷한 성격의 TRS 계약을 맺어왔다. 그런데 라임자산운용 사태로 증권사들이 TRS 계약에 대한 리스크 관리에 나서면서 대출금 회수에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와 한국투자증권 등이 설 연휴 직전인 22, 23일 이틀 동안 총 460억원 어치의 TRS 계약에 대해 해지를 요구했다. TRS 계약은 증권사가 해지를 요구하면 운용사가 이를 따라야만 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라임사태 이후 알펜루트 측에도 개방형 펀드의 유동성 문제에 대한 대책을 요구해왔다”며 “이번에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TRS 계약 규모를 줄여야 한다고 판단해서 계약 해지를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다른 투자자도 잇따라 자금 회수에 나설 것이란 점이다. 개방형 펀드이다보니 개인투자자까지 펀드 환매를 요청하기 시작하면 ‘펀드런’에 처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에 알펜루트는 환매 청구에 당장 응하기 어렵다고 보고 환매 연기에 나서기로 했다. 환매 요구에 응하기 위해 급하게 편입자산을 헐값에 매각하면 펀드 수익률 하락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가급적 적정 가격을 받고 팔기 위해 시간을 벌어두려는 조치다. 알펜루트의 펀드 설정액은 총 9000억원 수준으로 이중 2300억원은 개방형, 나머지는 폐쇄형 펀드이다. 따라서 최대 2300억원(운용사 자체 투자자금 포함) 어치 개방형 펀드가 환매가 일시 중단될 위기에 놓인 셈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알펜루트가 운용하는 사모펀드가 투자한 자산 중엔 부실이 발생한 기업은 없다. 라임자산운용처럼 편입자산 부실이 펀드 환매 중단의 원인은 아니라는 뜻이다. 하지만  라임사태의 불똥이 멀쩡한 TRS 계약으로까지 튀기 시작하면서 유동성 문제로 이어졌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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