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청소년 가요」에 영어사용 "홍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청소년층을 겨냥해 만들어진 우리가요 가사에 영어 사용이 범람하고 있다. 제목부터 아예 영어로 된 것들이 있는가 하면 가사 중간 중간에 영어문장을 통째로 넣어 국적조차 모호한 노래가 줄을 잇고 있다.
청소년들은 이러한 사생아 적 노래를 따라 부르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말 경시풍조를 갖거나 주체의식마저 잃어갈 소지를 안고 있다.
현재 영어가사를 사용한 가요는 대충 훑어도 20여 가지에 이른다.
『통화중』(소방차),『Happy-birthday』(이상은),『영어 선생님』(강인원),『Heyman』(김 범룡),『나도 몰라』(조용필),『추억』(박혜성),『그대』(유연실),『I 1ove you』(구창모),『슬픈 안녕』(이지연),『음악도시』(도시아이들),『그 누구보다 더』(이정현)등이 그런 것들로 대부분 청소년층에 인기가 높은 가수들의 곡이어서 청소년들의 정서나 언어체계에 더욱 나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중『그대』『그 누구보다 더』『슬픈 안녕』등의 경우는「You You You 그대 나를·…」「손잡고 바라보던 Sunset」「My lo-ove, 이젠 모두 지난…·」등으로 영어단어를 한마디씩 집어넣고 있다.
그러나 제목부터 영어인『I love you』의 경우는 가사중간에 8번이나「l 1ove you」가 사용되고 있고『음악도시』를 보면「Let's go togethermusic city」등으로 영어문장이 그대로 쓰이고 있다.
이보다 더욱 심한 경우로 영어문장들을 줄지어 사용하는 노래들도 있다.
『추억』같은 노래는「Memory is a dream. I 1ove you」로 시작해서「Memory is a dream Good-by」로 끝나고 있으며,『통화중』은「I 1ove you. I need you. I wanna hold you」가 반복되는 데다 제목인 통화중을 뜻하는 가사는「The line is busy」로 쓰고 있어 우리가요인지 외국가요인지 구분하기조차 힘들게 만들어져있다. 이처럼 최근의 우리가요의 외국어가사 남용풍조는 일부 작사가들의 얄팍한 상업주의가 가장 큰이유로 지적되고 있다.
팝송에 젖어온 FM세대들이 외국어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는 데다 그들이 율동위주의 노래를 즐겨 찾는데 편승, 작가의식은 도외시한 채 상업성만 앞세운 노래를 만들다 보니 자연 외국어를 남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요에 외국어가사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37년에 나온 박향림의『서커스 걸』이 처음으로 그 후『슈샨보이』(박단마),『아리조나 카우보이 』(명국환),『아메리칸 차이나타운』(백설희),『센티멘탈 기타』(한명숙),『보헤미안 탱고』(안다성)등이 이어져 나왔지만 이 노래들은 서정적인 내용에 이국적 정취를 표현한 게 대부분이었다.
한국노랫말연구회 박상희 회장은『기왕에 쓰던 외래어도 가능한 우리말로 표현하는 작가정신이 필요한 이 시기에 영어문장을 무분별하게 쓰는 것은 가요발전을 저해하는「폭력」일 뿐만 아니라 이런 노래들이 더욱 확산될 경우 국적 없는 노래가 판을 치는 큰 혼란을 겪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헌익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