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view] 북한 개별관광, 제재 대상 아니다? 면도기·이어폰·헤어드라이어도 유엔 금지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통일부는 20일 북한 개별관광 추진 방침을 공식화하며 제재 대상이 아니라는 점에 중점을 뒀다. 하지만 개별관광으로 파생될 수 있는 모든 상황도 제재로부터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보석·고급시계 등 사치품 불허

통일부는 “관광 목적 시 개인 휴대품은 제재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제재에선 행위 자체가 문제이지, 목적은 상관없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 2397호는 품목분류코드(HS 코드) 85에 해당하는 품목의 대북 이전을 금지했는데 면도기·헤어드라이어·이어폰·휴대전화 등이 포함된다. 유엔 제재는 사치품 반입도 금지한다. 진주·다이아몬드·루비 등이 박힌 보석류나 고급 손목시계 등이 여기 해당한다.

통일부는 개별관광 필요성으로 접경지역 경제 활성화, 신규 관광 수요 창출 등을 들었다. 금강산 관광 중단 뒤 고성군의 경제적 피해액이 4300억원이고, 한국을 찾는 관광객(1750만 명)과 해외로 나가는 관광객(2800만 명) 차이로 인한 관광 수지 적자 폭이 크다면서다. 당국자는 “경제적 측면의 접근이 중요하다. (북한 관광이) 매력적일 수 있다는 판단”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런 경제적 효과를 달성하려면 형식은 개별관광이어도 대규모로 이뤄져야 한다. 이는 곧 대규모 현금의 북한 유입을 뜻한다.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인적 교류라는 원래의 인도적 성격이 옅어지고 영리 목적이 강해지면 유엔이나 미국도 우려를 갖고 추가 조치를 검토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무리 개별관광 자체가 제재 대상이 아니어도 수천 명씩 개별관광을 한다면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런 현금이 궁극적으로 어디로 흘러가는지도 문제다. 북한에서 국가 관광총국은 당 중앙위 39호실이 총괄하는데, 39호실은 유엔 안보리 및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올라 있다. 김홍균 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개별관광으로 지불된 돈이 북한 기관에 흘러 들어간다면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에 전용할 수 있는 현금 유입을 최대한 막자는 제재의 취지 자체에 어긋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통일부는 “개별관광은 제재 대상이 아니라 세컨더리 보이콧도 적용되지 않는다”고 장담했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외교 소식통은 “‘나쁜 짓을 했으니 벌주겠다’가 아니라 ‘나쁜 사람과 어울리기만 해도 벌주겠다’는 게 세컨더리 보이콧의 핵심”이라며 “북한 관광으로 현금이 대량 유입된다면 이런 행위가 원활히 이뤄지도록 지원한 여행자 보험 제공사도 세컨더리 제재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실제 미국 웜비어법은 제재 대상에 오른 북한 기관뿐 아니라 ‘대북 수출입 등에 관여한 제3국 단체’와 거래하는 것만으로도 제재할 수 있다고 세컨더리 제재의 근거를 폭넓게 규정했다.

이와 관련, 미 국무부는 20일(현지시간) 또 “남북협력이 반드시 비핵화 진전과 보조를 맞춰야 한다”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향후 관련 부처가 구체 성안을 만들고 이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미국과 논의가 필요할지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지혜 국제외교안보에디터 wisepe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