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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수, 감찰 중단 직후 영전…당시 백원우 “민정은 이견 없다”

중앙일보

입력

백원우(현 민주연구원 부원장)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뉴스1]

백원우(현 민주연구원 부원장)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뉴스1]

유재수(56)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은 금융위원회 국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감찰을 받고도 국회 수석전문위원으로 영전했다. 이 과정에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개입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에 따르면 백 전 비서관은 유 전 부시장이 국회 수석전문위원으로 가는 것에 대해 “민정은 이견이 없다”고 통보했다.

백원우 "(유재수 영전에)민정 이견 없다"

20일 자유한국당 주광덕 의원이 법무부를 통해 받은 조 전 장관의 공소장에는 백 전 비서관의 유 전 부시장 구명 운동 정황이 상세히 기재됐다. 백 전 비서관은 감찰이 중단된 이후에도 유 전 부시장이 국회로 자리를 옮기는 데 도움을 줬다고 한다.

2017년 12월 유 전 부시장은 소속 기관이었던 금융위원회에서 대기발령이 났다.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감찰 때문이다. 유 전 부시장은 병가를 내고도 금융위에 해외파견 등 보직을 요구하다가 국회 수석전문위원 보직이 생기자 “그 자리로 보내달라”는 의사를 표시한다.

금융위 측은 청와대 감찰까지 받은 유 전 부시장을 국회 수석전문위원으로 추천하는 것에 부담을 느껴 백 전 비서관에게 “유 전 부시장을 국회로 보내도 되느냐”고 문의했다. 그러자 백 전 비서관은 “민정은 이견이 없다”고 답했다. 유 전 부시장의 국회 보직 영전을 백 전 비서관이 허락한 셈이다. 실제 유 전 부시장은 2018년 3월 1억2400여만원의 퇴직금을 받고 명예퇴직하고 다음 달 국회 수석전문위원으로 부임했다.

소속 기관이 물어도 유재수 비위 비공개 

금융위가 유 전 부시장 보직 추천 적절성을 민정수석실에 문의한 건 비위 사실에 대해 통보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유 전 부시장에 대한 징계 절차도 진행하지 못했다.

6일 서울동부지검에서 조사를 받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6일 서울동부지검에서 조사를 받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조 전 장관은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을 중단하면서 백 전 비서관에게 금융위에 관련 사실을 알려주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 전 비서관은 김용범 당시 금융위 부위원장에게 “유재수 비위에 대한 청와대 감찰이 있었는데 대부분은 클리어됐고 일부 개인적인 사소한 문제만 있으니 인사에 참고하라”는 취지로 전달했다고 한다.

당시 김 부위원장이 “비위 내용이 무엇인지 알려 달라”고 했으나 백 전 비서관은 이를 알려주지 않은 것으로 조 전 장관의 공소장에 기재됐다.

당시 청와대 특감반은 유 전 부시장이 금융업계 관계자들로부터 고가의 골프채를 받고 항공권 구매 비용까지 대납하도록 한 비위를 파악했다. 드러난 금품수수액만 1000만원이 넘는 상황이었지만 이 같은 내용을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소속 기관에는 전혀 알리지 않았다.

"정권 초 유재수 비위 알려지면 안 돼"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중앙포토]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중앙포토]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 이정섭)는 백 전 비서관을 조 전 장관 직권남용 혐의의 공범으로 볼 수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 백 전 비서관은 조 전 장관에게 “유재수는 현 정부 핵심 요직에 있고 현 정부 핵심 인사들과 친분이 깊은데 정권 초기에 비위가 크게 알려지면 안 된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면서 "참여정부 인사들이 유재수가 자신들과 가깝고 과거 참여정부 당시 고생을 많이 한 사람이니 봐달라고 한다"는 취지의 청탁을 넣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백 전 비서관의 ‘친문’ 청탁 전달이 조 전 장관이 감찰 중단을 결정한 핵심 동기로 보고 있다.

수사팀은 백 전 비서관에 대한 추가 조사 가능성도 열어놓은 상황이다. 백 전 비서관이 정권 유력 인사인 만큼 법리를 꼼꼼하게 따져 기소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서다. 백 전 비서관이 유 전 부시장 감찰 중단에 적극적으로 관여한 정황이 상당수 나온 만큼 검찰 내에서는 공범으로 기소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백 전 비서관에게 감찰 중단을 청탁한 김경수 경남지사와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 등에 대해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공직자에게 직무 수행에 관해 부정한 청탁을 한 것이기 때문에 청탁금지법 적용은 물론 직권남용 혐의 공범으로까지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검찰은 김 지사 등에 대해 이 같은 혐의 적용이 가능한지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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