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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수 얘기로 다시 튼 말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바뀐 두 대표 북에 신임장>
○…12일 7개월만에 남북고위당국자회담 예비회담이 열린 판문점 우리측 「평화의 집」 주변에는 회담시작 30분전부터 우리측 80명, 북한측 70명 등 1백50여명의 내외신기자가 몰려들어 높은 관심도를 반영.
북측기자들은 특히 최근 북한이 제의한 「민족통일협상회의」에 대한 우리내부의 반응에 관심을 집중.
회담은 양측대표가 15분여 환담을 나눈 뒤 10시15분 우리측에서 박종권·염홍철 신임대표 2명의 신임장을 북측에 전달한 뒤 북측의 기조연설로 개시.

<농사 이야기로 15분 환담>
○…오전 9시56분 동시에 회담장에 입장한 남북한 대표들은 회담에 앞서 올해 농사얘기를 해가며 15분간 환담.
먼저 우리측 송한호 수석대표가『봄·여름이 가고 이제 추수가 한창이다. 북측도 금년 농사가 잘 됐느냐』고 먼저 인사하자 백남준 북측단장도『7개월이 마치 7년처럼 길었다』『우리의 올해 농사는 풍년』이라고 자랑.
송 대표는 『지난주 끝난 세계 성체대회에서 교황 요한 바오로2세가 남북이 형제의 기쁨속에 재결합할 날이 오기 바란다』고 말했다고 소개했으며 백단장은 『성체대회와 관련해 그쪽에 편지를 보냈다』고 말해 북한천주교 신자들의 성체대회불참을 로마교황청에 통보했음을 시사.

<체육대회 등 경쟁적 소개던
○…남북한대표들은 본회담 전 회담이 중단된 지난 7개월 동안 남북한에서 각각 개최됐던 각종행사등에 대해 서로 자랑.
우리 측 송 대표가 『지난9월 한민족체육대회에 중국과 소련동포선수들이 참가했으며 사할린 동포들도 50년만에 고국땅을 밟아 한민족 한핏줄임을 확인한 것은 물론, 2세들에게 자랑할 수 있는 조국이 있다는 것을 깨우쳐준 계기가 됐다』고 소개하면서 『북한이 이 대회에 참가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하자 북측 백단장도 이에 질세라 『우리도 최근 국내외 동포들이 참가한 통일촉진대회를 열었으며 중국·소련·캐나다·미국동포들도 참가했다』 고 강조.

<"회담외적의 제거론 유감〃>
○…양측 기조연설이 끝난 뒤 우리측 송수석 대표는 『귀측이 회담초반부터 회담외적 의제를 들고 나온 것은 유감』이라며 『대표성과 권한이 없는 전민련·전대협과는 맞장구치고 대화를 나누는 체하면서 책임있는 당국과의 대화는 오히려 방해하고있으며 이제와서 내정간섭적 요구를 하는 것은 우리국민 누구도 용서치 않을 것』이라고 지적.
송 대표는 이어 『민족통일협상회의 주장은 귀측이 4O여년간 줄곧 주장해온 남북연석회의의 각색』이라고 지적한 뒤 『협상회의의 대표를 일방적으로 지정하는 태도는 동서고금을 통해 있을 수 없는 일인만큼 이같은 선전방식을 피하고 책임있는 당국자회담을 정상궤도에 올려놓아야 할 것』 이라고 촉구.
이에 대해 북측 백단장은 『체제전복·정치공작·내부교란·선전선동·내정간섭 등의 용어를 귀측이 사용하고있는데 이 문제를 중시하지 않을 수 없다』며 문목사· 임양 등을 석방하라는 주장을 되풀이.

<북,엉뚱한 말로 대화차단>
○…북한 측 백 단장은 문 목사·임양 방북과 관련, 『이들은 평화통일을 위한 사명과 결심에 따라 평양을 방문한 것』 『이 같은 일은 귀측 내부모순에 의해 생긴 것인만큼 책임도 귀측 당국에 있다』 는 등의 주장을 계속.
이에 우리측 송대표는 언성을 높여 『귀측이 대표성없는 문목사와 임양을 끌어들여 판문점을 시위와 단식의 마당으로 만들었다』며 『문목사와 임양도 스스로 실정법을 위반했다고 말했는데 통일을 위해 한 행동이라고 무조건 치외법권적일 수는 없다』고 반박.
또 우리측 김삼훈 대표는 북 측의 주장이 계속되자 『귀측이 문 목사를 북경에서부터 특별기로 모셔오지 않았느냐. 게다가 당국간의 협의는 제쳐놓은 채 아무런 권한이 없는 문목사와 9개항에 관한 합의를 발표하지 않았느냐』면서 『바로 이게 귀측의 정치공작 행위』라고 공박.
김 대표는 『국내여론이 문목사의 방북이 잘못된 것으로 보고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라고 경고한 뒤 『통일논의는 결국 권한과 책임을 가진 당국간에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
이 같은 김 대표의 논리정연한 반박에 당황한 북측 백 단장은『그러면 문 목사 등을 석방하는 것으로 인정해도 되겠습니까』라는 엉뚱한 말로 대화를 차단. <판문점=김두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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