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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 위해 궐련·전자담배 혼용?···니코틴 중독 더 심해진다

중앙일보

입력

판매점에 진열된 액상형 전자담배 제품들. [연합뉴스]

판매점에 진열된 액상형 전자담배 제품들. [연합뉴스]

담배를 끊으려고, 흡연량을 줄이려고, 몸에 덜 해로운 것 같아서…. 궐련에서 전자담배로 갈아탄 흡연자들의 주된 이유다. 흡연자 중에는 금연의 전 단계로 전자담배를 택하는 경우가 꽤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선택이 금연을 돕기는커녕 더 멀어지게 만들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액상형 전자담배와 궐련을 함께 쓰는 흡연자는 궐련만 피우는 사람보다 니코틴 중독 위험이 훨씬 크다는 것이다. 이성규 국가금연지원센터장 연구팀이 2014~2016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성인 흡연자 2442명을 분석한 결과다.

성인 흡연자 2442명 분석한 연구 결과 공개 #전자담배+궐련 이중 사용자, 흡연량 차이 X #체내 니코틴 흡수는 궐련 사용자보다 많아 #"담배 끊기 위해선 금연 프로그램이 최선"

연구팀에 따르면 조사 대상 중 12.8%는 액상형 전자담배와 궐련을 함께 쓰는 '이중' 사용자로 집계됐다. 나머지는 모두 궐련만 피우는 흡연자였다. 둘의 궐련 흡연량은 별 차이가 없었다. 이중 사용자는 하루에 평균 14.5개비를 피웠고, 궐련 사용자는 14.3개비였다. 전자담배 쓰는 사람이 사실상 궐련 흡연을 줄이지 않는다는 의미다. 연구에 참여한 한림대 김진영 박사는 “연구 전에는 이중 사용자들의 궐련 흡연량이 적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정반대 결과가 나왔다. 오히려 궐련만 피우는 사람과 비교해 전자담배 사용에 따른 니코틴을 추가로 흡수하는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금연보다 중독에 가까운 전자담배 사용. 그래픽=신재민 기자

금연보다 중독에 가까운 전자담배 사용. 그래픽=신재민 기자

이는 소변 내 코티닌(니코틴 대사물질) 농도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전자담배와 궐련을 같이 쓰는 흡연자의 평균 농도는 1365ng/ml로 궐련 흡연자(1250.4ng/ml)보다 두드러지게 높았다. 체내에 쌓여있는 니코틴양이 훨씬 많다는 의미다. 연령ㆍ소득 등 모든 변수를 보정했을 때도 이중 사용자의 코티닌 수치는 궐련 사용자보다 평균 136.8ng/ml 높았다. 이성규 센터장은 "흡연자를 판별하는 코티닌 기준이 50ng/ml라는 걸 고려하면 의학적으로 매우 큰 차이로 볼 수 있다. 이중 사용자가 훨씬 골초에 가깝다는 걸 의미한다"고 말했다.

담배를 끊기 위해서는 궐련 대신 새로운 담배를 시도하기보다 금연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게 낫다. [중앙포토]

담배를 끊기 위해서는 궐련 대신 새로운 담배를 시도하기보다 금연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게 낫다. [중앙포토]

연구팀은 전자담배와 궐련을 섞어 쓰면 금연 가능성이 더 떨어진다고 결론 내렸다. 전자담배는 궐련을 끊기 위한 대체재가 아니라는 뜻이다. 이 센터장은 "새로운 담배 종류가 출시됐다고 해서 이것저것 시도해보면 결국 금연이 어려워진다. 궐련 흡연 자체를 줄이질 않으니 니코틴에 더 많이 노출되고 중독성도 커지기 때문이다"라면서 "담배를 완전히 끊으려면 금연 서비스를 받는 게 최선이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내에서 처음 나왔다. 논문은 저명한 국제 학술지인 '정신성 약물 저널'(Journal of Psychoactive Drugs) 최근호에 실렸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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