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조금 오르면 수출 '맑음', 많이 오르면 '부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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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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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유가가 상승할 경우 수출이 단기적으로는 오히려 증가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유가가 10% 상승하면 수출단가 상승, 산유국 재정개선 등으로 수출이 3.2% 증가한다고 15일 밝혔다. 업종별로는 석유화학∙철강∙선박 등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봤다. 석유화학 제품 단가가 상승하고, 송유관 등 에너지 철강재 수요가 증가하며, 해양플랜트 수주 및 인도가 증가한다는 이유에서다.

이밖에 가전∙자동차∙일반기계 등을 포함해 13대 수출품목 가운데 10개 품목(수출 비중 52.2%)에서 수출증대 효과가 예상된다. 다만 유가 10% 상승 시 원유 수입단가 상승으로 수입도 3.3% 증가해 무역수지는 소폭 악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 비중 25.5%를 차지하는 컴퓨터·반도체·무선통신기기 등 3개 품목은 유가와 상관관계가 없거나 미미했다.

무역협회는 수출에 대한 유가의 영향력이 과거보다 더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수출에서 석유화학 등 유가영향 품목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0년 10.9%에서 2018년 16.0%로 크게 상승했고, 2007~8년 금융위기 이후 중국과 산유국 등 신흥국으로 수출하는 비중이 50% 이상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이란 사태 이후 미국이 군사적 대응 대신 추가 경제제재를 발표하면서 국제유가(두바이유) 상승세가 완화했다. 하지만 미국-이란 간 핵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고, 호르무즈해협을 둘러싼 군사적 대치 상황이 벌어진다면 유가가 배럴당 80달러 이상으로 급등할 가능성도 있다고 무역협회는 내다봤다. 그렇게 되면 수출가격 경쟁력 약화 및 해외수요 둔화로 수출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성우 기자 bla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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