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기 이튿날, 서울 라이벌 LG의 자존심을 지켜준 선수는 오태근이었다. 이종욱과 닮은꼴, 100m를 10초대에 끊는 '쌕쌕이'다. 건국대를 졸업하고 2002년 LG에 입단할 때, 무명이었던 오태근은 계약금 없이 신고선수로 프로유니폼을 입었다. 그것도 이종욱과 똑같다. 지난해까지 4년 동안 오태근은 방망이로 만드는 안타가 5개에 그쳤지만 발로 하는 도루는 9개나 기록했었다. 안타보다 도루가 더 많은 선수. 오태근은 대주자 전문이었다.
전임 이순철 감독이 1번 타자 발굴을 미완의 숙제로 남겨두고 물러난 뒤 양승호 감독대행은 오태근에게 그 자리를 맡겼다. 오태근은 게임에 출전하면서 경기 감각을 찾기 시작했고 이제는 LG의 붙박이 1번 타자가 됐다.
오태근은 26일 잠실 두산전에서 1-1로 팽팽히 맞선 6회 말 2사 1, 2루에서 우익선상을 타고 흐르는 결승 2타점 3루타를 때려 팀에 승리를 안겼다. 오태근은 이날 볼넷 포함 3타수 2안타 2타점으로 맹활약했다. LG 선발 심수창은 7이닝 동안 5안타 1실점으로 잘 던져 시즌 8승째를 올렸다. 심수창은 개인 6연승 행진을 이어 가며 팀의 에이스로 떠올랐다. LG는 이날 7-1로 이겨 시즌 30승째를 기록했다.
문학에서는 SK가 1-1로 맞선 7회 말 박재상, 이진영의 적시타로 2점을 뽑아 3-1로 이겼다. 한편 대구(KIA-삼성), 청주(롯데-한화) 경기는 비로 취소됐다.
이태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