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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직용사 자녀 챙기는 ‘얼굴 없는 천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국립대전현충원(대전현충원)에 ‘얼굴없는 천사’가 올해로 6년째 성금을 보내왔다. 지난해 6월까지 세 차례 대전현충원장을 지낸 권율정 부산지방보훈청장은 8일 “한 독지가가 지난해 12월 초 성금 100만원(25만 원권 전신환 4장)이 든 편지 봉투를 보내왔다”고 밝혔다.

대전현충원에 6년째 성금 보내와 #자녀 이름 옆 ‘입학 축하’ 등 손글씨

주소는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우만동’, 보낸 사람은 ‘진표’로 적혀 있었다. 권 청장은 “이 독지가가 내가 아직 대전현충원장으로 일하는 줄 알고 내게 보낸 듯 하다”며 “2015년부터 해마다 연말 또는 연초에 50만원, 100만원씩 성금을 보낸 분인 것 같다”고 말했다. 권 청장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받는 사람을 지정했는데 올해는 사연 없이 돈만 보냈다”고 덧붙였다.

권 청장은 이 성금을 천안함 순직 46용사의 자녀 16명 전원에게 6만원씩 96만원을, 이중 고교생 6명에겐 1만원씩을 추가해 송금했다. 부족한 2만원은 권 청장이 보탰다. 그는 “올해가 천안함 폭침 10주기인 데다 대전현충원장으로 일할 때 순직 용사 안장식도 직접 주관했다”며 “가족 같은 천안함 용사 유족들에게 이번 성금을 보냈다”고 말했다.

2018년 말 권 원장에게 도착한 우편물에는 전투기 추락사고로 순직한 어민혁 소령, 박정수·권성호 중령의 자녀에게 전달해 달라는 글과 25만원권 전신환 4장이 담겨 있었다. 세 통의 엽서에 자녀들 이름을 적은 뒤 ‘입학을 축하합니다. 건강과 행운이 함께하길…’이라는 손글씨도 남겼다.

현충원 측은 이 독지가가 묘소에서 추모한 뒤 비석에서 자녀 이름을 확인하고 엽서를 보낼 때 정확하게 적는 것으로 보고 있다. 권율정 청장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려 경기 수원역점 우체국에 전화해 봤지만, 해마다 보내는 이름이 달라 누군지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대전=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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