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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폰, 328억 들여 '탈일본'···韓 반도체소재 생산기지 세운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글로벌 화학소재 기업 듀폰(DuPont)이 반도체 핵심 소재인 ‘극자외선(EUV)용 포토레지스트’ 생산 공장을 국내에 건설한다. EUV용 포토레지스트는 지난해 일본이 한국으로의 수출을 통제한 3대 품목 중 하나다. 이르면 내년부터 국내 조달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일본 의존도가 높은 소재·부품·장비 조달 다변화에 한발 다가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328억원 투자 신고서 KOTRA에 제출

존 켐프 듀폰 사장(오른쪽)이 8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포시즌스호텔에서 장상현 코트라 인베스트 코리아 대표(왼쪽)에게 투자신고서를 제출하고 있다. 가운데는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산업통상자원부]

존 켐프 듀폰 사장(오른쪽)이 8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포시즌스호텔에서 장상현 코트라 인베스트 코리아 대표(왼쪽)에게 투자신고서를 제출하고 있다. 가운데는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산업통상자원부]

9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듀폰은 EUV용 포토레지스트 생산 공장을 국내에 구축하기 위해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투자 신고서를 제출했다. 8일(이하 현지시간) 성윤모 산업부 장관이 미국에서 존 켐프 듀폰 사장을 직접 만난 자리에서다. 투자 규모는 2021년까지 총 2800만 달러(약 328억원)다. 생산 공장은 천안에 세워질 예정이다.

EUV 포토레지스트는 반도체 초미세 공정에 쓰이는 핵심 소재다. 반도체 기판(웨이퍼) 위에 패턴을 형성하는 공정에 사용되는 재료로 파장이 짧아 미세화 공정에 적합하다. JSRㆍ신에쓰ㆍ도쿄오카공업(TOK) 등 일본 기업이 세계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그만큼 일본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다.

국내에서도 불화크립톤(KrF), 불화아르곤(ArF) 등 다른 포토레지스트는 일부 생산이 가능하다. 하지만 파장이 각각 248나노미터(㎚)와 198㎚로 길어 EUV용(13.5㎚)보다 미세공정에 적합하지 못하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일본의 수출규제 이후 반도체 소재ㆍ부품ㆍ장비 공급을 안정화하기 위해 듀폰과 접촉해왔다고 밝혔다.

소·부·장 국산화율 높인다…듀폰은 신(新)시장 개척

서울 강남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딜라이트룸에 전시된 반도체 웨이퍼의 모습. [뉴스1]

서울 강남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딜라이트룸에 전시된 반도체 웨이퍼의 모습. [뉴스1]

국내 산업에는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위원은 “반도체 소재 공급이 안정돼 일본 수출규제와 같은 상황에 대응할 수 있게 된 것”이라며 “국내에서 조달하게 되면 수입할 때보다 비용 측면에서 유리해 현재 25~30%인 반도체 소재 국산화율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듀폰으로서는 한국의 소재·부품·장비 자립 움직임을 기회로 새로운 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 됐다. 존 켐프 사장은 투자신고서를 제출하는 자리에서 “앞으로 한국 내 주요 수요업체와 제품 실증 테스트를 진행하는 등 긴밀히 협력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감찬 산업부 반도체디스플레이과장은 “최근 삼성전자가 기존 5나노 반도체보다 미세한 3나노 반도체 공정기술을 확보하는 등 EUV 포토레지스트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며 “삼성전자·SK하이닉스·동부하이텍 등 국내 기업이 수혜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추가 반도체 부품도 생산…국내 산업 강화 기대

듀폰은 반도체 웨이퍼를 평탄화하는 데 쓰이는 CMP 패드도 함께 생산할 예정이다. 듀폰은 CMP 분야 세계시장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어서 수입 대체뿐 아니라 CMP 생산에 쓰이는 국내 원재료 산업도 강화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크다.

정부는 이 외에도 미국 투자가를 대상으로 한국투자 유치활동을 추진 중이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9일 오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미국 소재·부품·장비와 신산업, 벤처캐피털 분야 혁신기업 10개사를 초청해 라운드테이블 회의를 열고 한국투자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램리서치·어플라이드벤처스(반도체 장비), 리틀휴즈(시스템반도체), 에어프로덕츠·고어(수소경제) 등 회사가 참여했다.

성 장관은 “최근 일본 정부가 EUV용 포토레지스트 수출을 (개별허가에서) 특정포괄허가로 전환했지만, 근본적 해결방안으로 보기 어렵다”며 “정부는 소재·부품·장비 공급선 다변화를 계속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종=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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