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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축의금으로 받은 3억, 세금은 0원?…증여세 따져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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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예식장에서 하객들이 혼주 측에게 축의금을 전달하고 있다. [중앙포토]

한 예식장에서 하객들이 혼주 측에게 축의금을 전달하고 있다. [중앙포토]

자녀 결혼식 한번에 들어온 축의금만 1억5000만원. 이 정도면 결혼만큼 좋은 재테크가 없어 보인다.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 이야기다. 그가 5일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서면질의 답변서에 따르면 2014년과 20015년 장녀와 장남 결혼식 축의금으로 각각 1억5000여 만원씩, 총 3억원가량이 들어왔다.

야당이 “2014년, 2015년 소비금액이 총 급여액을 훌쩍 뛰어넘는다”며 정 후보자의 소득세 탈루 의혹을 제기한 데 따른 해명이었다.

이로써 카드사용금액의 출처는 해명됐지만 궁금증은 남는다. 억대의 축의금은 세금 한 푼 내지 않고 고스란히 혼주의 주머니로 들어오는 걸까?

축의금 '사회 통념' 범위면 비과세 

결론부터 얘기하면 그렇다. 물론 약간의 단서 조항은 있다. ‘사회 통념상 인정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라면 증여세를 물리지 않는다(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6조, 시행령 제35조).

너무 범위가 애매하다고? 그렇다. 1995년까지는 세법 시행령에서 축의금의 비과세 한도를 1인당 20만원 미만으로 정해놨었다. 20만원 이상의 축의금은 증여세 과세 대상이었다. 하지만 결혼을 하는 양가의 사회적 배경이나 결혼 당사자의 사회적 지위, 축의금을 주는 사람과의 친분에 따라 일률적인 기준적용에 무리가 있다고 보고 1996년 금액 기준을 없앴다.

이후 단순히 하객이 낸 축의금 액수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국세청이 과세한 사례는 없다. 현실적인 조사의 어려움도 있다. ‘사회통념에 비춰 지나친 축의금’을 조사하려면 결혼식장에 찾아가 일일이 금액을 확인해야 하는데 사실상 불가능하다.

축의금을 포함한 경조사비를 일률적으로 규제하는 법이 있긴 하다. 바로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다. 이 법은 공직자는 경조사비를 대통령령에서 정한 가액 이내로 받도록 제한한다. 당초 경조사비 한도는 10만원이었지만 2018년 1월 법 개정으로 5만원으로 하향됐다. 다만 김영란법이 2016년 9월 시행됐으니 그 이전에 받은 축의금은 이와 관계없다.

축의금으로 자녀 집 사는 데 보태면? 

다만 축의금을 둘러싼 과세 논란은 여전히 있다. ‘축의금이 혼주와 신랑·신부 중 누구에게 귀속되느냐’이다.

국세청의 일반적 해석에 따르면 혼인 시 축의금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혼주인 부모에게 귀속되는 것으로 본다. 따라서 부모가 받은 축의금으로 자녀의 주택을 사들이거나 전세자금 등으로 활용하면 이때는 증여세 문제가 발생한다. 이 경우 결혼당사자가 본인의 친구나 직장동료로부터 직접 받은 축의금으로 소명을 해야 과세 대상이 아니라고 인정받을 수 있다.

관련 과세 사례도 있다. 2014년 4월 결혼한 A씨는 같은 해 6월 축의금 5000만원으로 부모로부터 물려 받은 아파트 증여세를 내려다 국세청에 걸렸다. 축의금 5000만원이 증여 재산이니 세금을 내라는 게 국세청 논리였다. A씨는 결혼식이 끝난 뒤 두달 간 부모님이 축의금을 관리하긴 했지만 그 중 3000만원은 자신의 친구들이 낸 것이라며 조세심판원에 심판 청구를 냈다. 증빙자료로 하객 방명록 등을 제출했다.

조세심판원은 결국 A씨의 손을 들어줬지만 본인이 직접 받지 않은 나머지 2000만원 축의금에 대해서는 증여세를 납부하라고 판단했다. 본인이 주인공인 결혼식이어도 축의금을 누가 냈느냐에 따라 그 주인은 본인일 수도, 부모님일 수도 있다는 결론이다.

이호영 국민은행 수석차장은 “국세청 입장에서 정답은 부모 손님이 준 축의금은 부모돈, 자녀한테 온 건 자녀 돈이라는 것”이라며 “하지만 마치 무단횡단이 위법이지만 하는 사람이 많은 것처럼 축의금 증여도 당장은 과세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세청은 축의금 증여를 잡는 게 아니라 그 돈으로 집을 산다거나 했을 때 그 종착지를 지키고 있다가 그 자금출처를 추적하는 방식”이라고 덧붙였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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