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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 주말도 '태극기 광장'···전광훈 "헌법이 날 풀어줬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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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헌법이 저를 풀어줬다. 문재인 (대통령)이 내려올 때까지 집회를 계속하겠다.”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목사 겸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 총괄대표가 4일 오후 서울 교보빌딩 앞에서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 주최로 열린 ‘문재인 정부 퇴진 국민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목사 겸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 총괄대표가 4일 오후 서울 교보빌딩 앞에서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 주최로 열린 ‘문재인 정부 퇴진 국민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해 첫 주말인 4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 ‘문재인 퇴진 국민대회’에 참석한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은 “대한민국이 다 공산화된 줄 알았더니, 아직도 구석구석엔 판사들이 존재하고 있더라”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지난 2일 기각된 후 나온 첫 집회에서다. “아직 좌파 대법원장의 말을 듣지 않는 대한민국주의자 판사들을 위해 격려 박수를 보내 달라”고도 했다.

4일 서울 종로구 교보빌딩 앞에서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 주최로 열린 '문재인 정부 퇴진 국민대회'에서 참가자들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4일 서울 종로구 교보빌딩 앞에서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 주최로 열린 '문재인 정부 퇴진 국민대회'에서 참가자들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이날 광화문역 4번 출구 앞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가 연 ‘문재인 퇴진 국민 행동’에는 전광훈 목사를 비롯해 보수단체 관계자, 각계 시민들 수만 명이 참여해 교보생명 건물 앞 편도 6차선을 가득 메웠다. 4번 출구 앞에서 주한미국대사관까지 약 300m 거리를 메운 시민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호응하는 한편, ‘문재인 퇴진’ ‘평화 타령고마해라마이속았다 아이가’ 등이 적힌 피켓을 치켜들곤 했다.

특히 이날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검찰의 불구속 기소(지난달 31일)와, 집회를 이끄는 전광훈 목사의 구속영장 기각 후 이루진 첫 집회였던 터라 정부에 대한 공세 수위가 더욱 높았다. “오늘은 욕을 안 하겠다”고 운을 뗀 전 목사는 그러나 “문재인이가 정신이 나갔다. 1월 1일 날 국립묘지에 가서 또 날짜를 잘못 썼다. 치매기를 보였다. 초등학교에 돌려보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거친 말을 쏟아냈다.

또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군부 실세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공습 사살한 것을 언급하며 “존경하는 트럼프 대통령님, 머뭇거리지 말고 이란의 악한 놈을 처벌한 것처럼 무인기를 평양에 보내서 김정은 목을 잘라달라”고도 했다. 전 목사의 연설엔 영어 동시 통역사가 같이 연단에 올라, 실시간 통역을 하기도 했다.

4일 서울 종로구 교보빌딩 앞에서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 주최로 열린 '문재인 정부 퇴진 국민대회'에서 한 참가자가 검찰 환영이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김준영 기자

4일 서울 종로구 교보빌딩 앞에서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 주최로 열린 '문재인 정부 퇴진 국민대회'에서 한 참가자가 검찰 환영이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김준영 기자

이날 공개발언 연단엔 전 목사 외에도 청년ㆍ주부 등 일반인들과 보수단체 대표들이 올라 문재인 정부 규탄을 이어갔다. 경북 의성에서 왔다는 학부모 오현민씨는 “공교육을 좌파세력이 장악해 인민교육을 하고 있다”고 했다. 30대 유치원 교사라고 밝힌 한 여성은 청년 실업급여를 언급하며 “허랑방탕 지내는 사람은 실업 급여를 타 먹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은 오히려 세금 폭탄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연단을 바라보며 자리를 메운 시민들도 저마다 정부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울산에서 이날 오전 일찍 출발해 집회에 왔다는 이미랑(58)씨는 “우리 울산시장 선거에서 청와대와 경찰의 개입이 있었다는 걸 보고 정말 뒤통수를 강하게 맞은 느낌이었다”며 “나는 송철호 시장을 시장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울산시민으로서 너무 스트레스받는다”고 참가 이유를 밝혔다.

부산에서 온 김모(59)씨는 경찰의 전광훈 목사 수사를 강하게 비판했다. 김씨는 “나는 순수하게 나라를 위해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 전 목사도 마찬가지”라며 “그럼에도 경찰은 전 목사를 탈탈 털지 않았나. 이번에 영장이 기각된 것만 봐도, 처음부터 얼마나 무리하게 수사했는지 알 수 있다”고 했다.

이날 종로ㆍ중구 일대에는 광화문의 범투본집회뿐만 아니라 각종 보수단체가 곳곳에서 집회를 열고 가두시위를 벌였다. 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국본)은 이날 오후 1시부터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시위를 벌였고, 같은 시간우리공화당과천만인무죄석방운동본부는 서울역 4번 출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을 요구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이 일대에서 집회를 연 단체는 10여개다. 오후 4시쯤부터는 광화문 앞 범투본과 서울역 앞 우리공화당이 동시에 청와대 앞 행진을 하면서 행렬이 합쳐지기도 했다.

청와대로 행진하는 과정에선 청와대 인근 서울맹학교 학부모 등 20여명과 대치하기도 했다. 맹학교 관계자들은 학교 인근 집회와 행진으로 학생들의 학습권ㆍ이동권 등이 침해된다고 주장해왔다. 이날 맹학교 측은 “양심이 있다면 확성기 사용 자제 등 최소한의 배려는 해줘야 한다”고 했지만 보수단체들은 행진을 거듭했다. 이에 충돌을 우려한 경찰이 맹학교 관계자들을 인도로 끌어냈고 단체들의 행진은 계속됐다.

4일 오후 서울 경복궁역 인근에서 서울맹학교 학부모, 학생 등이 ’맹학교 학생들의 학습권, 이동권을 침해하는 과도한 시위를 규탄한다“며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4일 오후 서울 경복궁역 인근에서 서울맹학교 학부모, 학생 등이 ’맹학교 학생들의 학습권, 이동권을 침해하는 과도한 시위를 규탄한다“며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비슷한 시각인 오후 4시부터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선 ‘서초 달빛집회’가 열렸다. 조 전 장관이 불구속기소 된 후 열리는 첫 ‘조국 수호’ 집회로, 검찰의 공소권 남용을 비판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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