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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철퇴’ 맞은 북한 경제 관료..."경제사령관은 교통사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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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의 고위 경제관료들이 유난히 추운 연말 연시를 보내고 있다.

김정은 공개석상서 이례적으로 경제정책 질책 #"자립, 자강 위업 견인 추동하기에 불충분" #오수용, 노두철 해임, 박봉주는 교통사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연말 진행한 전원회의(제7기 5차) 보고에서 “(경제는) 내각 사업이자 당 중앙위원회 사업”이라며, 당이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내각의 사업에 직접 개입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경제 관료의 입지가 대폭 줄어서다. 여기에 박봉주 내각총리가 교통사고를 당하고, 오수용 당 부위원장(경제담당)과 노두철 내각 부총리 겸 국가계획위원장이 지난 31일 전원회의 마지막 날 교체되는 된서리를 맞고 있다.

북한의 경제사령관인 박봉주 당부위원장이 지난 27일 상원시멘트연합기업소를 방문해 생산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조선중앙통신]

북한의 경제사령관인 박봉주 당부위원장이 지난 27일 상원시멘트연합기업소를 방문해 생산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조선중앙통신]

지난달 28일부터 나흘 동안 진행된 전원회의 내내 회의석상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박봉주 당 부위원장(오른쪽 셋째)가 31일 휠체어를 타고 사진 촬영장에 나타났다. [사진 뉴시스]

지난달 28일부터 나흘 동안 진행된 전원회의 내내 회의석상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박봉주 당 부위원장(오른쪽 셋째)가 31일 휠체어를 타고 사진 촬영장에 나타났다. [사진 뉴시스]

북한은 지금까지 “내각은 경제사령부”라며 내각에 자율권을 부여해 왔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전원회의에서 “지난날의 타성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자립·자강의 거창한 위업을 견인하고 추동하기에는 불충분하며 대담하게 혁신하지 못하고 있다”고 경제 관리를 강도 높게 질책했다. 김 위원장은 또 “지난 시기의 과도적이며 임시적인 사업 방식을 계속 답습할 필요는 없다”고도 말했다. 김 위원장이 공개석상에서 경제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한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북한 노동당 조직개편 주요 인사. 그래픽=신재민 기자

북한 노동당 조직개편 주요 인사. 그래픽=신재민 기자

임수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2일 “김 위원장이 경제 관리에 대한 당의 개입을 시사한 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로 희소해진 자원을 계획적이고 조직적으로 동원해 이용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며 “현재 북한 경제 상황이 비상 시국이라는 점을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의 지적은 당장 당과 국가 기관의 경제 담당자에 대한 인사로 이어졌다. 당에서 경제를 관장했던 안정수 경제담당 부위원장을 해임하고, 북한의 최대 공장(기업소)중 하나인 대안중기계연합기업소 지배인(공장장) 출신의 김덕훈 내각 부총리로 교체했다. 사회주의 경제의 핵심인 계획 수립을 담당했던 국가계획위원장도 노두철에서 김일철로 바꿨다. 계획 수립과 집행 책임자를 한꺼번에 교체한 것이다. 오수용과 노두철은 노동당의 핵심조직인 정치국 위원에서도 물러났다.

북한 경제사령관으로 불렸던 박봉주 당 부위원장은 교통사고를 당해 전원회의에 참석하지 못 했고, 마지막 날에야 휠체어를 타고 등장했다. 정부 당국자는 “박 부위원장은 북한 경제개혁의 아이콘”이라며 “그가 나흘 동안 열린 전원회의에 나타나지 않아 해임된 게 아니냐는 얘기가 돌았지만 교통사고를 당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박 부위원장이 언제, 어디에서 교통사고를 당했는지는 보안상의 이유로 밝히지 않았다.

북한 보도에 따르면 박 부위원장은 지난 27일 상원시멘트연합기업소를 현장 지도했다. 그런 점에서 그가 현장 지도를 마치고 전원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평양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교통사고가 일어난 것이 아니냐고 유추할 수 있다. 박 부위원장이 기존 직책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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