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적 농지 이용의 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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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는 주곡의 자급기반 구축, 농업생산의 여건변화, 농촌의 생활환경 개선요구 등 새로운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의 농지정책을 전면 재조정, 73년이래 실시해온 절대농지와 상대농지제를 폐지키로 했다한다.
그 대신 농지를 농업진흥지역과 그 밖의 지역으로 구분, 농지이용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부재지주가 갖고있는 농지와 이농민의 농지를 정부가 매입, 이를 장기 저리로 실수요 농민에 매도함으로써 경자유전의 원칙을 확대 실시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정부가 7O년대 초 절대농지제도를 도입, 농경지의 전용을 철저히 규제한 것은 두말할 필요 없이 식량안보차원에서 농경지의 일실을 막고 주곡의 자급기반을 확보하겠다는 의지에서 나온 것이다.
그 결과 논의 면적은 73년의 1백26만3천 정보에서 88년에는 1백35만8천 정보로 늘어났고 이제는 쌀이 남아돌아 그 처리가 중요한 정책과제로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거기에는 물론 농지의 보존정책 외에 대단위 농업기반시설, 이중곡가제의 실시 등이 복합적으로 기여한 것이 사실이지만 농지를 절대농지·상대농지로 묶어 농지의 전용을 철저히 규제·보호한 것이 적지 않은 기여를 해온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따라서 정부가 농지정책을 전면적으로 바꾸어 절대농지를 없앤다는 것이 혹시나 식량자급의 기반을 무너뜨리는 경솔한 결과를 초래하지나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없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정부가 농지의 보전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을 제정, 농지 전용을 강력히 규제해온 지난 16년간 우리의 농촌은 엄청나게 변했다. 전반적인 농가소득이 늘어난 것은 물론 농가소득의 구성 면에서도 73년만 해도 농업소득이 81·2%를 차지하던 것이 88년에는 60·4%로 낮아졌고 취업구조도 농림어업 종사자가 전체 취업자의 49·8%를 차지하던 것이 20·7%로 대폭 줄어들었다.
농업이라는 산업 자체가 엄청난 구조변화를 겪어왔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민들의 농업활동은 식량자급이라는 국가적 목적에 묶여 절대농지에서는 영농활동에 필수적인 축사나 창고 등을 새로 짓는 것은 물론 소득이 높은 약초재배나 관상수 등 다년생 작목의 재배 등까지 엄격히 규제되어 왔다.
이웃에 공장이 들어서 공업폐수로 농사를 지을 수 없는 경우에도 자기 소유의 논은 다른 용도로 쓸 수 없는 극단적인 사례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농지에 대한 이 같은 철저한 전용규제가 농가의 다양한 작목 선택을 통한 소득증대의 기회를 막고 농촌의 생활환경 개선에 장애가 되어 왔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정부가 이번 국회에 농지규제정책을 전면 재조정하는 법안들을 상정키로 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며 국회 심의과정에서도 긍정적으로 검토돼야 할 것이다.
그러나 걱정스러운 것은 이 같은 규제의 완화가 자칫 농지를 멋대로 훼손해도 좋다는 것으로 잘못 인식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수차 강조한 일이지만 농지정책의 근본은 주곡자립과 농가소득증대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규제가 완화됐다고 해서 좋은 논을 뒤집어 택지로 조성, 비싸게 판다든가 공장을 마구 지어 경지를 없애서는 안될 것이다.
농지전용은 어디까지나 농업생산성을 높이고 농촌의 생활환경을 개선할 목적으로만 허용하고 택지부족이나 공장부지의 확보 등은 아직도 많은 야산 등을 새로 개발, 활용하는 것이 국토의 효율적 이용이라는 측면에서도 바람직스럽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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