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섭-지관스님 '뼈있는 선문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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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25일 조계사를 방문해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스님과 환담을 나눴다.

이 자리에서 강 대표와 지관스님은 뼈(?)있는 선문답을 주고받으며 서로를 대했다고 고뉴스가 26일 보도했다.

강 대표는 "이번에 지관스님께서 스님들과 함께 강원도에 가셔서 봉사활동을 직접 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어 "우리 한나라당도 열심히 수해복구 봉사를 하고 있는데 비이성적으로 골프를 친 사람들 때문에 죄송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강 대표는 "제가 가장 최근에 다녀간 사찰은 선암사인데 이재오 최고위원 덕분에 다녀오게 됐다"며 전당대회 후 이재오 최고위원과의 갈등을 넌지시 밝혔다.

이에 지관스님은 "선암사 주변에 선종인 송광사가 있다. 불교에도 종파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자 강 대표는 "한나라당에도 종파가 많다"고 답했다.

지관스님은 "종파가 아무리 많아도 위에 올라가면 하나밖에 없다"며 "이재오 최고위원이 그 절을 잘 아는가 보다"라고 말했다.

강 대표는 "이재오 최고위원이 과거 민주화 운동시절 숨어있던 절로 수십년간 인연으로 마음이 괴로우면 가끔씩 방문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강 대표는 또 "우리 한나라당은 정당이 오래되다 보니 큰 수리를 할 때가 되었다"며 "그동안 선거에서 너무 많이 이기다 보니 조금만 잘못해도 국민에게 오만하다는 소리를 듣고 있다. 이제부터는 이벤트성의 정치나 진실이 담기지 않은 쇼로 끝나는 정치는 지양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앞으로 진실된 참정치를 하기 위해 깨끗한 정치운동을 벌여나가고자 한다"면서 "우리 자신이 먼저 깨끗하고 도덕성 있는 정당으로 만들어 나가려고 하고 있다. 많이 도와주시고, 잘못하면 꾸중도 해주시고 격려도 해달라"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지관스님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압승한 것은 사실이나 개인도 좋은 일이 있다고 계속 좋은 일이 있는 것은 아니고 기복이 생기는 것이 자연의 이치"라며 "한나라당은 전통 있는 정당으로 정치적 경륜이 있으신 분들이 많고 나이 드신 분과 젊은 분들이 힘을 합쳐 조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강 대표의 말대로 오만과 자만에 빠져서는 안된다"며 "참선하고 공부하는 사람이 졸아서는 안되는 '혼심'과 공부 외에 딴생각이 들어가는 '산란'이라는 과정을 겪고 나면 결국은 적적하고 깨어있는 맑은 정신이 담긴 '성성적적'의 지경에 이르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정치는 공약을 너무 쉽게 해서는 안되고, 정치는 결국 개인이 아니고 공적인것이기 때문에 보는 눈이 많다"며 "'성성적적'과 같이 항상 깨어 있어야 한다. 모든 것은 욕심에서 나오기 때문에 욕심을 거두어야 하며 욕심을 거둔다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가치가 있는 것이다. 욕심은 자신을 좀먹고 자기를 태우는 것이다. 마음을 딱 잡고 있는 것이 좋다"고 충고했다.

이에 강 대표는 "명심하겠다"며 "좀 못하더라도 봐달라. 앞으로 열심히 하겠다"라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날 회동에는 이해봉, 이상배, 주호영 의원과 나경원, 유기준 대변인, 박재완 대표비서실장을 비롯한 여러 한나라당 당직자들이 함께했다.

(디지털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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