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 대신 지역구로 향하는 황교안, 물밑에선 "종로 출마 왜 뜸들이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염동열 인재영입위원장이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재영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비례대표 출마 포기로 가닥을 잡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31일 내년 총선과 관련해 “당이 요구하는 어떤 것이든 하겠다”고 했다. 이날 오전 당 인재영입위원회 임명장 수여식이 끝난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다. “물갈이 하려면 자기희생부터 하라”며 당 안팎에서 제기되는 험지 출마론에 화답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구체적인 출마 지역에 대해서는 “당의 결정에 따라 판단하도록 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남은 선택지는 불출마와 지역구 출마 두 가지다. 황 대표 주변에서는 지역구 출마 여론이 우세하다. 불출마할 경우 보수통합과 인적쇄신의 동력이 될 수 있지만, 다음 대선이 2년 이상 남은 상태에서 원내 진입을 포기하는 건 지나친 모험이라는 논리다. 황 대표 측 관계자는 “황 대표가 수도권 험지에 출마하는 것만으로도 최소 10석의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역의원들 사이에서도 “황 대표가 전장에 서야한다”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지역구 출마는 해야한다는 의미다. 대구ㆍ경북(TK) 지역의 한 한국당 의원은 “선거법ㆍ공수처법 저지를 못한 상황에서 대표가 불출마를 해버리면 당 전체가 패잔병처럼 비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종로 출마다. 이낙연 국무총리와 맞붙어 최전선을 형성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 총리는 30일 “(종로가) 비게 되니까 당내에서 동지들과 싸우지 않아도 되지 않느냐”고 종로 출마를 기정사실화했다. 이 때문에 ”황 대표는 도대체 왜 출마 선언에 뜸을 들이는 것이냐“(초선의원)는 당 내부 불만도 있다.

종로 이외의 ‘수도권 험지’도 물색 중이다. 다만 이같은 사실에 대해서는 언급을 꺼리는 분위기다. 한국당 관계자는 ”자칫 함부로 (지역구를) 언급했다가 해당 지역에서 활동하는 이들이 반발할 수 있어 조심스럽다“고 했다.

황 대표는 자신의 거취를 비롯한 총선 계획을 담은 대국민 담화를 준비 중이다. 내년 1월 2일이나 총선 ‘D-100일’인 1월 6일로 예상된다. 황 대표는 이번 주말(1월 3일) 광화문 집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