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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 직전에 극적 후보 단일화? 앞으론 이런 장면 못 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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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역사를 거꾸로 되돌리려는 자유한국당을 반드시 꺾으라는 창원시민들의 마음이 단일화됐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왼쪽 세번째)가 지난 4월 2일 오후 경남 창원 성산구 성원주상가 삼거리에서 4·3 국회의원 보궐선거 정의당 경남 창원성산 여영국 당시 후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 이정미 당시 대표, 이 대표, 여 후보, 심상정 의원(현 대표), 권민호 전 민주당 후보.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왼쪽 세번째)가 지난 4월 2일 오후 경남 창원 성산구 성원주상가 삼거리에서 4·3 국회의원 보궐선거 정의당 경남 창원성산 여영국 당시 후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 이정미 당시 대표, 이 대표, 여 후보, 심상정 의원(현 대표), 권민호 전 민주당 후보. [연합뉴스]

지난 4·3 재보선에 출마한 여영국 정의당 의원이 권민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의 단일화 직후 한 말이다. 단일화 끝에 여 후보는 자유한국당 강기윤 후보를 꺾고 당선됐다. 내년에 치러지는 21대 총선에서는 이런 장면을 보기 어려울 전망이다. 준(準)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지난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다.

준연동형 비례제의석수.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준연동형 비례제의석수.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하나의 정당이 단독으로 과반 의석을 차지할 가능성도 작아졌다. 20대 총선 결과를 개정된 선거법대로 계산하면 더불어민주당 115석, 한국당 111석으로 양대 정당의 의석은 줄어드는 반면, 정의당은 11석으로 5석 늘어난다. 이는 곧, 총선 전략과 그 이후의 정치 지형에도 지각변동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29일 국회에서 공직선거법 개정안 통과와 관련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29일 국회에서 공직선거법 개정안 통과와 관련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①선거연대는 없다=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29일 기자간담회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기대지 않겠다. 정의당은 비전과 노선으로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구 선거에서도 정의당의 색깔로 승부를 보겠다는 ‘자강론(自强論)’이다. 20대 총선에서 진보 진영 내 표 분산을 막기 위한 민주당-정의당 간 ‘선거연대’가 빈번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민주당은 더 노골적이다. 과거 정의당이 약진했던 수도권과 PK(부산·울산·경남) 등의 일부 지역구에선 의석 손실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연합공천은 사라졌다. 오히려 분파공천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의 또 다른 의원도 “단일화 가능성은 ‘제로(zero)’로, 선거 이후 연합정치가 더 중요해졌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13일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이정미 당시 정의당 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연동형비례대표제 촉구 야3당 집중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뉴스1]

지난해 12월 13일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이정미 당시 정의당 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연동형비례대표제 촉구 야3당 집중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뉴스1]

②‘정치연대’는 가능할까=민주당 총선기획단의 한 관계자는 “선거에서는 각자 다른 색깔로 선명성을 내세우겠지만, 이후에는 각 당이 가진 색깔 중에 하나씩을 양보하는 연정의 개념으로 정치 지형이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기에는 보수 야당에 대항하는 정치연대가 유지돼야 안정적인 집권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실제 최근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는 “보수가 분열해야 진보 집권이 지속될 수 있는데,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그 길을 열어준다”는 주장도 나왔다.

다당제로 가더라도, 보수·진보 간 세력 재편으로 정치 지형은 더 단순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민주당 내 ‘전략통’으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선거를 통해 국민이 정치세력을 고르면 범 중도진보와 범 중도보수 두 개로 재편되지 않겠느냐”며 “그중 다수를 점한 측이 의회를 운영하는 다수파가 될 것이기 때문에 선거가 끝나면 지금처럼 복잡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선거법 개정 과정에서 각 당 이해관계 조정에 애를 먹은 것은 ‘소연정’에 회의를 갖게 하는 요인이다. “캐스팅보트(casting vote·대세를 좌우하는 제3당의 표)를 가지는 정당이 나온다면 ‘과반의 덫’에 걸린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가 29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가 29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③잠복기 접어든 비례민주당 갈등=새 선거법에 반발하는 한국당은 ‘비례한국당’ 창당을 공식화하고, 이를 통해 비례대표 의석 다수를 흡수한다는 전략이다. 비례민주당에 대해선 민주당 내의 의견이 분분하다. “불가피하다”(한 중진의원)는 입장부터 “양아치 짓”(수도권 초선의원)이라는 격한 반응까지 나온다. 한 초선의원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이지만 아직은 신중론이 우세하다”고 말했다. 한국당의 위성정당 출범이 결과적으로 “보수 분열의 악수(惡手)가 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비례민주당은)공식적으로 내부에서 논의된 적이 없다”고만 했다. 정의당 김종대 대변인은 “위성정당을 만드는 순간 과거 구태를 답습하는 데 새 선거법이 악용되는 것으로, 온 힘을 다해서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효성·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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