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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字, 세상을 말하다] 老鼠成親<노서성친>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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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7호 35면

한자세상 12/28

한자세상 12/28

“신랑, 신부부터 들러리, 손님, 주례까지 모두 턱이 뾰족하고 다리가 가느다란 것이 서생을 꼭 빼닮았다.” 문호 노신(魯迅)은 수필 ‘개·고양이·쥐’에서 설맞이 민화 ‘쥐가 결혼하다(老鼠成親·노서성친)’를 이렇게 소개했다.

그림은 금실 좋은 쥐 부부가 외동딸을 시집보내는 이야기를 담았다. 부부는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배필을 찾았다. 먼저 세상을 비추는 태양에게 갔다. 태양은 햇볕을 가리는 구름을 내세워 혼담을 거절했다. 구름은 바람을 못 이긴다며 손을 내저었다. 바람은 벽에 부딪히면 힘을 못 쓴다며 벽이 제일 위대하다고 치켜세웠다. 벽은 남달랐다. 부모의 애틋한 심정을 생각해 “쥐 선생이 제일 두렵습니다. 내 몸에 구멍을 내지 않습니까”라며 쥐가 가장 위대하다고 칭찬했다. 이 말에 부부는 사내 쥐를 찾아 사위로 삼았다. 중국에는 정월에 하루 동안 부뚜막 불을 끄고 먹거리를 놓은 채 일찍 잠자리에 드는 풍속이 있다. 쥐의 결혼식을 방해하지 않아 멀리 시집보내려는 소망이란 해석이 나온다.

‘영주 땅에 사는 어떤 이의 쥐(永某氏之鼠)’라는 우화도 전한다. 당나라 문인 유종원(柳宗元)의 작품이다. 옛날 영주(永州)에 미신을 믿는 모씨가 쥐띠로 태어나 쥐를 애틋이 아꼈다. 고양이를 기르지 않았고 하인에게 쥐를 못 잡게 했다. 겁이 사라진 온 동네 쥐들이 모여 소란을 피우고 음식을 바닥내도 아무 일이 없었다. 몇 년 뒤 모씨가 이사하고 주인이 바뀌었지만, 쥐들은 예와 같았다. 새로운 주인이 “쥐는 음습하고 나쁜 동물로 도적질과 포악함이 심한데 어찌 이 지경이냐”라며 고양이 대여섯 마리를 빌려와 소탕했다. 임강의 사슴(臨江之麋), 검땅의 나귀(黔之驢)와 함께 ‘세 가지 경계(三戒)’로 알려진 우화다. 주제넘게 날뛰면 낭패를 당한다는 교훈을 담았다.

“죽기에 앞서 살길이 막막하면 궁지에 몰린 쥐가 살쾡이를 무는 법”이라는 성어 궁서교리(窮鼠嚙貍)도 한(漢)나라 『염철론(鹽鐵論)』에 내려온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얼마 전 “쥐새끼가 짹짹거린다고 고양이가 물러서는 법은 없다”며 미국을 겁박했다. 미국이 대선을 치르던 2012년 장거리 미사일 발사, 2016년 4·5차 핵실험을 자행했던 북한이다.

곧 트럼프가 재선을 노리는 경자년(庚子年) 황금 쥐의 새해다. 시집을 보내건, 주인을 바꾸건 북한 대비책이 필요한 세밑이다.

신경진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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