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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내 셋 중 하나 망하는 골목식당 구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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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31.3%. 지난해 43만개 외식업체 중 표본 업체 400개의 1년 사이 폐업율(한국외식업중앙회)이다. 5년 생존율로 보면 5곳 중 4곳이 폐업한다는 통계도 있다. 199만명에 달하는 외식업 종사자는 불안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자영업자 생존 돕는 IT스타트업들 #주방 싸게 빌려줘 비용 줄여주고 #식당집기·식자재 저렴하게 연결 #알바 급여 계산해주는 무료 앱 #맛집 손님 줄 안서게 하는 앱도

각종 음식점이 밀집해 있는 명동 거리 [연합뉴스]

각종 음식점이 밀집해 있는 명동 거리 [연합뉴스]

하지만 위기의 외식업에서 '활로'를 찾아내는 스타트업도 있다. 이들은 빅데이터·인공지능(AI)·근거리 무선통신(비콘) 등 정보기술(IT)을 활용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생존을 돕는다. 라면집 사장에서부터 '배달의민족' 출신까지, 직접 외식업 현장에 뛰었던 이들이기에 해법도 현장과 밀착돼 있다. 자신의 경험과 IT기술을 활용해 '외식업계 구하기'에 나선 스타트업 대표들의 이야기를 모았다.

'배민 마피아'가 만든 공유주방

배달 전문 공유주방 '고스트키친'에서 조리 중인 직원 [사진 고스트키친]

배달 전문 공유주방 '고스트키친'에서 조리 중인 직원 [사진 고스트키친]

배달 전문 공유주방 '고스트키친'의 최정이(44) 대표는 우아한형제들에서 배민수산과 배민키친 출시를 주도했던 인물이다. 그는 임대료·권리금·인테리어비 등 1억원 이상 드는 창업 초기비용으로 어려움을 겪는 창업자들에 주목해 공유주방 서비스를 선보였다.

고스트키친은 강남역·삼성역 등 강남 상권에서 약 13~23㎡(4~7평)의 주방 공간을 보증금 1000만~1200만원, 월 임대료 150만~170만원에 제공한다. 여러 업체의 데이터를 토대로 메뉴 개발과 마케팅 등 배달음식점에 필요한 컨설팅, 식재료 공동구매도 지원한다. 최 대표는 "영화 '기생충' 속 대만 카스테라 창업에 실패해 몰락한 주인공이 남의 일이 아니다"라며 "외식업자의 생존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창업 초기 고비용 구조를 해결하는 서비스를 고안했다"고 설명했다.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출신의 배달 전문 공유주방 '고스트키친' 창업자 최정이 대표 [사진 고스트키친]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출신의 배달 전문 공유주방 '고스트키친' 창업자 최정이 대표 [사진 고스트키친]

황학동 전통시장서 대신 발품 파는 남자

황학동온라인 서비스 화면 [사진 황학동온라인]

황학동온라인 서비스 화면 [사진 황학동온라인]

'주방 집기의 메카' 황학동에서 대신 발품을 파는 스타트업도 있다. '황학동온라인'은 냉장고·식기·테이블 등 집기 판매상과 식당을 연결하는 O2O(온라인-오프라인 연결) 플랫폼이다.

소비자가 집기 규격과 수량을 입력하면 여러 판매상에서 받은 비교 견적서를 보여준다. 초보 창업자라면 '치킨집 필수집기 10종' 등 업종별 견적 모음을 한 번에 볼 수 있다. 이경진(37) 대표는 "식당 폐업으로 싼값에 집기를 넘기며 괴로워하던 친구 모습이 창업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식자재 12~30%까지 싸게 산다?

중간 유통마진을 줄인 직거래 식자재 주문 앱 '식봄(마켓보로)'과 '푸드팡(리테일영)' [사진 각 사 앱 캡처]

중간 유통마진을 줄인 직거래 식자재 주문 앱 '식봄(마켓보로)'과 '푸드팡(리테일영)' [사진 각 사 앱 캡처]

유통 마진을 줄여 재료비를 낮춰주는 스타트업도 있다. 이번이 여섯 번째 창업인 임사성(42) 대표의 '마켓보로'는 전화·문자 주문 기반의 B2B(기업간거래) 식자재 주문을 모바일 앱으로 간편하게 바꿔주는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식자재 데이터를 활용해 필요한 재료를 자동 매입해주는 프로그램 '마켓봄'을 통해 올해 판매한 상품 규모는 2200억원에 달한다. 여기서 얻은 데이터를 이용해 식재료 오픈마켓 '식봄'을 운영한다. 식봄은 마트·유통사 대비 12~25% 저렴한 가격에 식자재를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임 대표는 "라면집·한식당을 운영했던 15~20년 전과 식자재 구매방식이 똑같은 걸 보고 '온라인화'에 대한 사명감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손님은 줄 안 서고, 식당은 노쇼 없는 세상

매장에서 나우웨이팅 서비스를 활용하는 모습 [사진 나우버스킹]

매장에서 나우웨이팅 서비스를 활용하는 모습 [사진 나우버스킹]

"맛집 대기 줄을 없앴다"는 평을 받는 카카오톡 기반 대기 손님 관리 서비스 '나우웨이팅(나우버스킹)'은 지난달 이용자 1000만명을 넘었다. 전상열(40) 대표는 "소상공인도 쉽게 IT의 혜택을 받았으면 한다"는 일념으로 나우웨이팅을 만들었다. 실제 사용자인 김무경 영동족발 점장은 "2~3팀 남았을 때 알림을 보내줘 노쇼 고객이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나우웨이팅은 대기 손님 관리에서 나아가 요일·시간별 웨이팅 시간, 고객별 방문 횟수 등 통합 고객관리 데이터를 점주에게 제공한다. 현재 만석닭강정·홍대개미 등 유명 맛집과 복합쇼핑몰 등 1800여 곳이 쓰고 있다.

카톡 기반 웨이팅 관리 서비스 '나우웨이팅'을 만든 전상열 나우버스킹 대표 [사진 나우버스킹]

카톡 기반 웨이팅 관리 서비스 '나우웨이팅'을 만든 전상열 나우버스킹 대표 [사진 나우버스킹]

주휴수당·4대보험…복잡한 급여계산은 앱에게

출퇴근 기록 및 자동 급여계산 서비스 '알밤' [사진 푸른밤]

출퇴근 기록 및 자동 급여계산 서비스 '알밤' [사진 푸른밤]

삼성전자 신사업부서 연구원이었던 김진용(38) 푸른밤 대표는 퇴사 후 차린 맥줏집에서 직원 근태관리와 급여계산이 생각보다 힘들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가 출퇴근 시간이 자동으로 찍히고, 주휴수당과 4대보험·세금 공제 등을 포함한 실급여가 계산되는 앱 '알밤'을 개발한 이유다.

알밤은 현재 10만개 이상 사업장이 사용 중이다. 서비스 해지율은 3%다. 창업자가 자영업자의 고충을 아는만큼 개인사업자에겐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외식업 돕는 IT스타트업.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외식업 돕는 IT스타트업.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외식업과 IT 스타트업의 결합은 외식업자 생존에도 도움이 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태호 부산대 경영학과 교수(IT서비스학회)는 "음식의 맛 외에도 고객 서비스 개선이 '잘 되는 집'을 만든다는 점에서 데이터 기반 AI 기술력을 가진 스타트업과 외식업의 결합은 창업자들의 생존 가능성을 더 높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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