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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성탄 선물' 안 끝났다…김정은 신년사서 폭탄선언 던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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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미 장병들과 화상통화를 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플로리다=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미 장병들과 화상통화를 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플로리다=AP 연합뉴스]

“크리스마스 선물은 전적으로 미국의 결심에 달렸다”(3일 이태성 외무성 부상 담화)며 미국을 위협해온 북한은 크리스마스 당일인 25일 오후까지 잠잠했다.

북한, 성탄절 도발 넘기나 #당 전원회의, 신년사 관건

북한 노동신문이 이날 ‘우주개발을 위한 국제적 움직임’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우주개발은 지난 시기에는 몇몇 발전된 나라들의 독점물이었으나 이제 많은 나라들의 개발 영역”이라고 주장한 것 정도가 눈에 띄었다. 우주로 발사하는 인공위성은 사실상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같은 원리로 발사되기 때문에 미국에 ‘위협’으로 여겨져서다. 그러나 신문은 중국·인도의 위성 발사 사례를 소개한 이 기사를 국제소식을 전하는 6면에 배치해 큰 비중을 두진 않았다.

미 동부가 성탄절 저녁시간인 26일 오전까지 북한 동향을 지켜봐야겠지만, 북한의 크리스마스 무력 도발은 현실화되지 않는 분위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북한이 미사일 발사가 아니라 아름다운 꽃병을 (크리스마스) 선물로 보낼지도 모른다”며 여유를 보였다. “놀랄 일이 생긴다면 우리는 성공적으로 그것을 처리할 것”이라고도 했다. 북한이 ICBM을 쏘면 맞대응하겠다는 엄포이자, 자신감으로 해석됐다.

북한이 4월1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4차 전원회의를 개최했다. 사진은 조선중앙TV가 공개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모습. [연합뉴스]

북한이 4월1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4차 전원회의를 개최했다. 사진은 조선중앙TV가 공개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모습. [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이 말한 ‘크리스마스 선물’은 성탄절 전후 무력 도발이 아니라 대미 전략 수정, 즉 ‘새로운 길’을 선언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는 조만간 개최될 노동당 제7기 제5차 전원회의와 내년 신년사에서 구체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4월 시정연설에서 ‘올해 말까지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볼 것’이라고 밝혔다. 연말 전 북한이 무력 도발하면 김 위원장 스스로 약속을 깨는 것이 된다”며 “연내 도발 가능성은 적다”고 말했다. 이 부상의 ‘크리스마스 선물’ 담화는 비핵화 협상에서 미국을 압박하는 일종의 ‘레토릭 전략’이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크리스마스 선물이 ‘빈말’에 그치는 건 아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일단 미국의 태도 변화를 지켜보며 연내 당 전원회의를 열어 자력갱생, 자위적 국방력 강화 등 대미 강경 분위기를 고조시킨 뒤 김 위원장이 새해 신년사에서 직접 ‘새로운 길’을 발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당 전원회의에서 ‘새로운 길’의 방향을 드러내고 신년사에 ‘폭탄선언’이 담길 수 있다는 얘기다.

북한이 지난 4일 이달 하순 개최라고만 예고한 당 전원회의는 신년사(1월 1일) 준비 기간을 감안하면 이번 주 내 열릴 가능성이 높다. 크리스마스인 이날 당 전원회의를 진행했을 수도 있다. 성기영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김 위원장의 신년사는 북한에서 연중 정치적으로 가장 중요한 이벤트”라며 “전 세계 이목이 집중되는 신년사 발표 전에 북한이 급격한 조치를 취하진 않을 것”이라며 “김 위원장이 신년사를 읽은 후 무력시위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성 위원은 이어 “신년사에서 비핵화 협상 중지를 선언하고 '새로운 길'의 정의를 제시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당 전원회의에서 연내 비핵화 협상 실패를 한국과 미국에 책임을 돌리며 비난한 뒤 신년사에서 핵보유국 지위 강화와 무력 도발을 예고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내년 2월 미 대선이 본격화하기까지 시간이 있는 만큼 조건부 핵 협상 중단을 선언할 수도 있다고 봤다.

북한 매체들은 25일 전날 '새로 연구 개발한 초대형 방사포'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 하에 성공적으로 시험 발사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TV가 25일 오후 공개한 사진에서 김 위원장이 방사포를 뒤로 하고 활짝 웃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 매체들은 25일 전날 '새로 연구 개발한 초대형 방사포'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 하에 성공적으로 시험 발사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TV가 25일 오후 공개한 사진에서 김 위원장이 방사포를 뒤로 하고 활짝 웃고 있다. [연합뉴스]

군 안팎에서도 북한이 내년 점진적으로 도발 수위를 끌어올릴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연말 연초엔 미국을 직접 겨냥하지 않는 선의 저강도 무력시위 가능성이 있다. 평북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엔진 연소시험을 재개하고  김 위원장이 직접 참관하는 방식이 한 예다. 7일과 13일 엔진 연소시험 땐 김 위원장이 참관하지 않는 방식으로 수위조절을 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한이 미국과 협상 여지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판단되면 내년 2월쯤 위성 발사용 우주발사체(SLV)를 발사할 수 있다”며 “ICBM 발사 카드는 내년 3월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끌어내기 위해 아껴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백민정·이근평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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