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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만에 도입 눈앞 공수처… 무소불위 슈퍼 사정기관 될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연합뉴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연합뉴스]

4 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 대안신당) 협의체가 국회 본회의에 올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에 합의함에 따라 무소불위 사정 기관이 탄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검찰 견제 장치로 추진해온 공수처 설치가 17년여 만에 출범을 코앞에 앞두고 있다는 기대감을 내비친다.

공수처법, 독소조항은

“다른 수사기관이 범죄 수사 기관에서 고위 공직자 범죄를 인지한 경우, 그 사실을 즉시 공수처에 통보해야 한다 ”

대표적인 독소조항으로는 공수처와 다른 수사기관과의 관계를 규정한 공수처법 24조가 꼽힌다. 수정안 24조에 따르면 검찰이나 경찰이 범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고위공직자 범죄 등을 인지하면, 그 사실을 즉시 공수처에 통보해야 한다.

해당 개정안이 현실화될 경우 검찰은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 수사‧청와대 하명수사 논란 등 살아있는 권력을 향한 비리 수사와 관련한 압수수색 실시 전부터 공수처에 해당 내용을 미리 알려야 한다. 수사의 잠행성이 보장받지 못하게 된다는 뜻이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등 의원들이 국회 본관 앞에서 열린 '공수처법·선거법 날치기 저지 규탄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등 의원들이 국회 본관 앞에서 열린 '공수처법·선거법 날치기 저지 규탄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따라 검찰 내부에서는 정치적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터져 나온다. ‘친정권’ 성향의 공수처장을 통해 검찰 수사를 하나하나 들여다보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에서다.

앞서 검찰총장이 진행 중인 수사와 관련해 수사 단계별로 법무부 장관에게 사전 보고토록 하는 내용의 검찰사무보고규칙안 개정안 시행 역시 같은 이유로 반발에 부딪힌 바 있다. 이에 따라 해당 조항이 흐지부지되자 대신 공수처 법안에 비슷한 취지의 조항을 슬그머니 끼워 넣어 ‘우회’ 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나온다.

공수처장‧공수처 검사 임명

[중앙포토]

[중앙포토]

공수처장은 여야·법조계 인사로 꾸려진 7명의 추천위원회가 2명의 후보를 추천하면 그중 1명을 대통령이 지명하고,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된다. 추천위원 7명 가운데 여당 추천 위원 2명, 법무부 장관, 법원행정처장 등 4명이 여권의 ‘입김’이 미칠 수 있는 자리라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공수처장에 대한 국회 임명동의 절차는 없다.

이 때문에 대통령이 임명한 공수처장은 임명권자인 대통령을 상대로 한 수사에 소극적으로 임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이 공수처를 남용할 위험이 상존한다는 얘기다.

검사 출신이 전체 공수처 검사의 50%를 넘지 못하도록 하면서, 수사와 재판 경력이 아닌 조사 경력 5년만 있는 인사도 공수처에 진입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춘 것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인권위, 세월호 특조위 등에서 활동해온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변) 출신 변호사들을 염두에 둔 규정이 아니냐는 것이다. 한 현직 검사는 “정파적인 사람이 대거 기용되면서 수사 기구 자체가 편향될 가능성이 크다”고 비판했다.

또 공수처 수사관은 40명으로 늘어났다. 공수처 힘이 그만큼 더 세진 셈이다. 또 당초에는 공수처 검사가 국회의원이나 지방의회 의원에 출마하면 징계토록 했으나, 수정안에서는 이 조항도 삭제했다. 다만 정치 운동에 관여할 경우 징계한다는 조항은 그대로 살렸다.

與 “검찰 잡는 유일무이 기구”

얘기 나누는 조국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과 윤석열 검찰총장 [연합뉴스]

얘기 나누는 조국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과 윤석열 검찰총장 [연합뉴스]

다만 여권에서는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하는 검찰을 수사하고 기소할 수 있는 유일한 기구라는 점만으로도 의의가 크다”는 반응이 나온다. “검찰에 대한 기소권을 검찰에게 줄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검찰을 제대로 수사하고 기소하기 위해서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진 기구의 탄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공수처 설치는 문재인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5월11일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임명되면서 “공수처(당시 고비처라고 칭함)를 만드는 것이 검찰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검찰을 살리는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 역시 후보 시절부터 “공수처를 설립해서 검찰을 견제하고 검찰의 잘못에 대해서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공수처 설립과 검찰 개혁의 당위성을 강조해왔다.

김수민‧정진호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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