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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 계약 물꼬 텄는데…안치홍·김선빈·전준우는 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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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프로야구 LG 유격수 오지환(29)이 쏘아 올린 신호탄이 자유계약(FA)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까.

70억 평가 오지환 계약은 40억에 #가성비 따지는 구단 손에 칼자루 #FA시장 거품 빼자는 여론도 영향

올 시즌을 마친 뒤 처음으로 FA 시장에 등장한 안치홍. 준척급 타자로 평가받고 있다. [뉴시스]

올 시즌을 마친 뒤 처음으로 FA 시장에 등장한 안치홍. 준척급 타자로 평가받고 있다. [뉴시스]

LG는 FA 오지환과 20일 4년 총액 40억원(계약금 16억원, 연봉 6억원)에 계약했다. 그간 FA 시장이 유달리 냉랭했던 터라 이번 계약이 주목받았다. 올 시즌 직후 시장에 나온 FA 중 준수한 타자로 평가받는 내야수 안치홍(29)과 김선빈(30), 외야수 전준우(33) 등의 협상에 관심이 쏠린다. 오지환의 계약이 이들 협상에도 촉진제 역할을 하는 모양새다. 안치홍, 김선빈과 협상 중인 조계현 KIA 단장은 “비슷한 포지션인 오지환 계약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협상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전했다.

올 시즌을 마친 뒤 처음으로 FA 시장에 등장한 김선빈. 준척급 타자로 평가받고 있다. [뉴시스]

올 시즌을 마친 뒤 처음으로 FA 시장에 등장한 김선빈. 준척급 타자로 평가받고 있다. [뉴시스]

2020년도 FA는 19명이다. 그중 22일까지 계약한 선수는 5명뿐이다. 투수 정우람(한화·4년 39억원)과 송은범(LG·2년 10억원), 포수 이지영(키움·3년 18억원), 타자 유한준(KT·2년 20억원), 내야수 오지환(LG·4년 40억원) 등이다. 계약 규모로는 총액 40억원의 오지환 계약이 가장 크지만, 이 액수도 예전 FA와 비교하면 크다고 말할 수 없다.

최근 10년간 KBO리그의 연도별 FA 최고 액수 계약을 살펴보면, 총액 기준으로 2010년 10억원대였고, 2017년 100억원을 돌파했다. 2017년만 해도 KIA 최형우(4년 100억원)에 이어, 롯데 이대호(4년 150억원)가 역대 FA 최고 액수의 주인공이 됐다. 2018년 LG 김현수(4년 115억원)가 100억원대 계약을 이어갔고, 2019년에는 NC 양의지(4년 125억원), SK 최정(6년 106억원)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올 시즌을 마친 뒤 처음으로 FA 시장에 등장한 전준우. 준척급 타자로 평가받고 있다. [중앙포토]

올 시즌을 마친 뒤 처음으로 FA 시장에 등장한 전준우. 준척급 타자로 평가받고 있다. [중앙포토]

최근 구단들은 가격 대비 성능, 즉 ‘가성비’를 중요시한다. 적은 비용으로 효율적인 전력을 구축하기 위해 보유 선수를 100여명에서 70~80명대로 줄였다. 지난해까지 뜨거운 경쟁이 펼쳐졌던 FA 영입도 기피하는 분위기다. 경험상 투자 대비 효율이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2020년도 FA 시장에서는 50억~100억원의 ‘준척’급 FA도 계약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LG와 줄다리기를 했던 오지환도 협상 시작 46일 만에 도장을 찍었다. 오지환은 LG에 6년 장기 계약을 요구했다가, 비판 여론이 일자 구단에 백지 위임했다. 결국 LG 구단이 당초 평가했던 것보다도 낮은 액수에 계약했다.

최근 10년간 연도별 FA 최고액 계약

최근 10년간 연도별 FA 최고액 계약

LG 구단은 당초 오지환의 가치를 4년 총액 70억원 정도로 평가했다. 2017년 FA 유격수 김재호와 두산이 계약한 4년 50억원보다 많은 액수다. 오지환은 11시즌 통산 타율 0.261, 103홈런, 530타점 등을 기록했다. 최근 10년간 누적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 수치가 다른 유격수보다 높았다. 그래서 높은 평가액이 나왔다. 그러나 ‘FA 시장에서 거품을 빼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에 총액을 줄였다는 후문이다. 차명석 LG 단장은 “현재 FA 시장에서는 오지환의 경우 4년 40억원이 적정가라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안치홍, 김선빈, 전준우 등도 본인의 기대 이상 액수로 계약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오지환보다 총액 기준으로 더 많은 액수에 계약이 가능한 선수로는 안치홍이 꼽힌다. 최근 10시즌 통산 타율 0.300, 100홈런, 586타점 등을 기록했다. 골든글러브 2루수 상도 세 차례(2011, 17, 18년) 수상했다.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때 국가대표로 금메달도 목에 걸었다. 다음 시즌 선수 등록 마감일이 다음 달 31일이다. 2월부터는 구단별로 스프링캠프를 꾸린다. 2020년도 FA 협상은 늦어도 그 이전에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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