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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토끼’ 잡은 SK이노베이션, ‘산토끼’ 잡은 LG화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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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현대차그룹이 2020년 공개하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의 배터리 공급자로 SK이노베이션이 결정됐다. 업계에선 후발 주자인 SK이노베이션인 '집토끼를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은 올해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현대차가 공개한 전기 콘셉트카 '45' [사진 현대자동차]

현대차그룹이 2020년 공개하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의 배터리 공급자로 SK이노베이션이 결정됐다. 업계에선 후발 주자인 SK이노베이션인 '집토끼를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은 올해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현대차가 공개한 전기 콘셉트카 '45' [사진 현대자동차]

‘집토끼 잡은 SK이노베이션, 산토끼 잡은 LG화학’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이 현대자동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용 배터리 공급처로 확정됐다. 업계에선 SK이노베이션이 ‘집토끼를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SK이노베이션이 현대차그룹에 공급하는 전기차 배터리는 총 10조원 규모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수주잔량이 50조원을 조금 넘는 점을 고려하면 대규모 수주에 성공한 셈이다. SK이노베이션은 2024년까지 나눠서 배터리를 공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E-GMP 플랫폼은 울산에 새로 짓는 현대모비스의 전기차 전용 부품공장에서 생산한다.

SK이노베이션 연구원이 전기자동차용 배터리셀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 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 연구원이 전기자동차용 배터리셀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 SK이노베이션]

지금까지 현대자동차는 LG화학이, 기아자동차는 SK이노베이션이 주로 배터리를 공급해왔다. 현대차그룹의 기존 전동화 모델(순수전기차·하이브리드차)은 내연기관 플랫폼 기반으로 제작됐다. 하지만 전기차 시장이 커지면서 하나의 플랫폼으로 다양한 차종을 생산할 수 있고 전기차에 최적화된 전용 플랫폼에 대한 요구가 많았다.

현대차그룹은 내년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선보이고 2021년 이를 기반으로 한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을 먼저 출시할 예정이다. 현재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기반으로 양산차를 만드는 회사는 테슬라와 폴크스바겐(MEB 플랫폼) 정도다. 토요타가 내년 e-TNGA 플랫폼 기반 신차를 내놓을 예정이며 2021년엔 GM이 EV3 플랫폼을 통한 신차를 출시한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올 1월 'CES 2019'에서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와 모빌리티 시대의 디자인 철학인 '스타일 셋 프리'를 선보였다. 전기차 플랫폼을 기반으로 만든 자동차는 실내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사진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은 올 1월 'CES 2019'에서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와 모빌리티 시대의 디자인 철학인 '스타일 셋 프리'를 선보였다. 전기차 플랫폼을 기반으로 만든 자동차는 실내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사진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차그룹의 E-GMP는 2세대급 전기차 전용 플랫폼으로 개발된다. 경쟁사들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과 달리 4륜구동에 1회 충전으로 주행거리 500㎞ 이상 달릴 수 있는 크로스오버 형태로 개발한다. 800V급 고속·대용량 충전 시스템과 고효율 열처리 기술 등이 탑재될 예정이다.

완성차 업체의 전기차 개발이 가속화하면서 배터리 수요 역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현대차그룹의 ‘E-GMP’를 선점했지만, ‘듀얼 벤더(복수 공급자)’ 정책을 갖고 있는 현대차그룹은 LG화학 등 다른 배터리 제조사와도 협업을 계속한다. 현대차그룹은 LG화학과 함께 충남 당진 지역에 배터리 공장을 짓는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 시장 놓고 경쟁하는 두 회사.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배터리 시장 놓고 경쟁하는 두 회사.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집토끼’ 경쟁에서 밀린 것이 자존심 상할 수 있지만 LG화학도 올해 수주 잔액을 150조원까지 늘리며 세를 넓히는 중이다. LG화학은 이달 초 미국 최대 완성차 업체 GM와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해 30GWh 규모의 배터리 생산시설을 짓기로 했다. 2021년부터 출시되는 GM의 전기차 20여종에 배터리를 공급하는데 40조원 규모의 ‘메가 딜’이다. ‘산토끼’를 잡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LG화학은 최근 테슬라 중국 공장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등 판매처를 확대하고 있다. 올해 미·중 무역전쟁, 중국정부의 친환경차 보조금 축소 등으로 중국 전기차 판매가 급감하면서 LG화학의 글로벌 배터리 공급순위(11월 말 현재)도 3위로 상승했다.

LG화학 연구원이 전기자동차용 배터리셀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LG화학]

LG화학 연구원이 전기자동차용 배터리셀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LG화학]

 SK이노베이션은 미국 폴크스바겐 물량 확보와 현대차그룹 ‘E-GMP’ 수주 성공으로 배터리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한다. 올해 SK그룹의 배터리 공급순위는 9위지만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 1.0%에서 1.9%까지 올랐다. 계약된 배터리 공급이 본격화하면 시장점유율도 급상승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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