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울산 후보매수 의혹···한국당 '朴 선거개입 판결문' 꺼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청와대가 송철호 울산시장을 밀기 위해 당내 경쟁자에게 경선 불출마를 전제로 공직을 제안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당내 경선에 있어 후보자가 되지 않게 하거나 사퇴하게 할 목적으로 후보자에게 이익 제공 등을 할 수 없게 규정하고 있다. 야권은 2016년 총선 당시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공천에 불법 개입한 혐의로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사건을 들며 대여(對與) 공세 수위를 높였다.

임동호 "靑 친구와 '자리' 이야기"

지난해 6·13 지방선거에서 송철호 울산시장의 경쟁자로, 경선 포기 조건으로 청와대 관계자들로부터 공직을 제안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임동호 더불어민주당 전 최고위원(가운데)이 조사를 받기 위해 19일 오후 울산지검으로 출석하기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6·13 지방선거에서 송철호 울산시장의 경쟁자로, 경선 포기 조건으로 청와대 관계자들로부터 공직을 제안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임동호 더불어민주당 전 최고위원(가운데)이 조사를 받기 위해 19일 오후 울산지검으로 출석하기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법조계 등에 따르면, 임동호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울산시장 후보 경선을 준비하던 지난해 2월 청와대에서 한병도 당시 정무수석을 만나 경선 포기를 제안받았다고 한다. 당시 한 수석이 선거 판세 등을 분석한 문건을 들어보이며 임 전 최고위원에게 일본 고베 총영사 등 '다른 자리'를 권유했다고 전해진다.

공직선거법은 '누구든지 당내 경선에 있어 후보자가 되지 않게 하거나 후보자가 된 것을 사퇴하게 할 목적으로 이익제공 행위 등을 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경선 포기와 관련한 지시 및 권유, 요구를 해서도 안 된다.

매수 의혹이 확산되자 임 전 최고위원은 19일 검찰 출석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총영사 제안이) 불출마 조건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술자리에서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청와대와 여권 관계자들과 자리를 논의한 적은 있고, 그때 제가 오사카 총영사를 제안한 적은 있다"며 "오사카 얘기를 하자 (한 수석이 친구로서 편하게) 오사카 대신 고베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친분이 있는 청와대 여권 관계자들이 누구냐는 질문엔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도 있었고, 또 우리 김경수 경남도지사도 있었고, 거기 한병도 전 수석도 있었고, 국회의원들도 있었고, 친구들이 많다"고 답했다.

野 "밖으론 하명수사, 안으론 후보 매수"

전희경 자유한국당 대변인. [뉴스1]

전희경 자유한국당 대변인. [뉴스1]

보수 야당은 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과 가까운 송 시장을 당선시키기 위해 후보매수에 나선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전희경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문재인 정권의 파렴치한 '선거농단'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며 "청와대가 문 대통령의 남자 송철호 시장을 당선시키기 위해 밖으로는 '하명수사'를 지시하고, 안으로는 '후보매수'를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하태경 새로운보수당 창당준비위원장은 "지난해 울산시장 선거가 청와대가 기획한 총체적인 관권 부정선거로 확인되고 있다"며 "울산 부정선거를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해명하고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

반면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당에서 공천할 때 공천위원회에서 후보들 간의 적격성 여부를 심사한다"며 "컷오프나 전략공천 등 여러 경우가 있는데 그걸로 사전에 무엇을 했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취재진이 해당 의혹에 대한 입장을 묻자 "수사 중인 사안이므로 청와대가 입장을 밝히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박근혜보다 죄질 나빠"…판결문 돌려보는 한국당 

박근혜 전 대통령이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에서 퇴원해 주차장을 빠져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이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에서 퇴원해 주차장을 빠져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당 내에선 이번 의혹이 여당의 공천과정에 불법 개입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사건보다 더 죄질이 나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한국당 의원들은 최근 박 전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사건 판결문을 종이로 출력해 서로 돌려보기도 한다고 한다.

박 전 대통령은 2016년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공천에 불법 개입한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아 최근 형이 확정됐다. 1심 판결문에 따르면, 당시 총선을 앞두고 청와대 정무수석실이 친박 후보 여론조사 등을 벌인 이유가 비박 후보를 배제하고 친박 후보를 당선시켜야 한다는 박 전 대통령의 인식과 의지에서 비롯된 것으로 나타났다. 1심 재판부는 그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이 구체적인 실행에 가담하지 않았다고 해도 여론조사나 선거운동 기획은 대통령의 명시적·묵시적 승인이나 지시 하에 이뤄진 것으로 봤다.

주광덕 한국당 의원은 "검찰이 확보한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의 업무일지에 'VIP(대통령 지칭)가 직접 후보 출마 요청 부담으로 (비서)실장이 요청'이란 글이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상태"라며 "하명수사와 후보 매수 의혹 등이 모두 문 대통령의 의중 또는 지시가 아니고선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