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MBC에 경고한다"…한국당 ‘언론사 삼진아웃제’ 추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자유한국당이 불공정 보도에 대한 ‘삼진아웃제’를 실시한다. 한국당에 대한 보도를 자체 심사해 편파·왜곡 보도라고 판단될 경우 당 출입금지 등 불이익을 주겠다는 게 요지다. 한국당 미디어특위 위원장인 박성중 의원은 19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런 계획을 밝혔다.

박 의원은 “좌편향으로 심각하게 기울어진 미디어 환경을 바로세우고자 불공정 보도에 대한 삼진아웃제를 실시한다”고 말했다. 또 “편파·왜곡 보도에 대해 1·2차 사전경고 및 3차 출입금지 등 불이익을 주겠다”고 부연했다. 해당 보도를 한 기자와 소속 언론사 모두 제재 대상이다.

박성중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10월 17일 국회에서 열린 과방위 국정감사에서 양승동 KBS사장에게 자료를 요청하고 있다. [중앙포토]

박성중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10월 17일 국회에서 열린 과방위 국정감사에서 양승동 KBS사장에게 자료를 요청하고 있다. [중앙포토]

박 의원의 브리핑에 따르면 한국당 내 미디어특위가 당 관련 보도 등을 자체 심사한 후 심각하게 불공정하다는 의견이 모일 경우 우선 언론사에 사전경고를 하게 된다. 사안에 따라 ▶언론중재위·방통위 제소 ▶검찰 고발 등도 병행할 계획인데, 여기서 한국당 주장이 인용될 경우 출입금지 등 조처를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MBC에 대한 사전 경고도 했다. 박 의원은 “지난 열흘간 봤을 때 MBC 보도는 과도하게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문재인 정권의 나팔수 역할을 충실히 수행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12월 5일자 MBC 보도를 예로 들면서 “김기현 전 울산시장 사건의 최초 제보자가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이 아니라고 보도했다. 그런데 이건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관련기사

발표 후 박 의원은 기자들과 별도 질의응답을 가졌다. 기자들은 불공정 보도에 대한 판단 기준 등을 주로 물었다.

언론 검열 아닌가.
“기자들에게 사전에 경각심을 주기 위한 조치다.”

지난 7월 발족한 미디어특위는 현재까지 언론중재위 제소 113건, 방송통신심의위 제소 224건, 고소ㆍ고발 10건을 처리ㆍ진행했다고 박 의원은 전했다.

언론 자율에 대한 침해라는 우려도 나온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저희도 절규에 가까운 표현으로 이 말을 하는 것이다.”
보수 쪽이 많은 유튜브도 모니터링 대상인가.
“그 부분은 아직 결정을 못 했지만 유튜버는 좀 다르지 않나. 우리가 말하는 건 공영방송, 종합편성채널이다.”  
이런 발표를 하기 전 황 대표에게 보고했나.  
“그렇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왼쪽)와 심재철 원내대표가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열린 ‘공수처법·선거법 날치기 저지 규탄대회’에서 참가자들과 공수처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중앙포토]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왼쪽)와 심재철 원내대표가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열린 ‘공수처법·선거법 날치기 저지 규탄대회’에서 참가자들과 공수처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중앙포토]

이날 발표에 대해 당내 평가는 엇갈린다. 경북지역이 지역구인 한 재선 의원은 “비판적인 기사를 쓰지 말아 달라는 게 아니다. 팩트가 틀렸거나 한쪽 의견만 듣는 식은 공정보도에 위배되니까 이걸 바로잡아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 의견도 있었다. 익명을 원한 수도권 한 의원은 “정말 황교안 대표에게 허락을 받고 이런 발표를 했는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라며 “문제가 있는 보도나 언론사가 있으면 그에 적절히 대응하면 되지 공당이 전 언론사를 상대로 이렇게 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앞서 한국당은 지난해 2월에도 종합편성채널 MBN의 당사 부스를 철거하게 하고 무기한 당 출입을 금지한 적이 있었다. 당 소속 의원 및 당직자들의 취재 거부 조치도 함께 이뤄졌다. 홍준표 전 대표의 류여해 전 최고위원 성희롱 논란에 대해 보도한 것이 배경이 됐다. 당시 MBN에 대한 출입금지는 같은 해 6월 지방선거 전까지 이어졌다.

현일훈ㆍ 윤정민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