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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다 대신 택시 손 들어준 법, 소비자 권리는 외면했다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김현호의 특허로 은퇴준비(24)

길에서 택시를 잡아야 할 때면 왠지 마음이 불편하다. 아직도 적지 않은 택시들은 승차 거부를 하고, 가까운 목적지를 말하면 택시 안에 언짢은 기운이 감돈다. 환기가 안 된 실내에서는 퀴퀴한 냄새가 나기 일쑤이고 대기 중 담배라도 피웠는지 머리 아픈 냄새가 가득하다. 목적지로 가는 중에는 택시 기사의 다른 운전자를 향한 욕설을 듣기도 한다. 이는 내가 기억하는 수십년간 변함없는 택시의 모습이다.

카카오의 ‘카풀’ 서비스를 무력화한 택시업계는 이제 ‘타다’를 향한 맹공세를 펼치고 있다. 검찰도 ‘타다’를 운영하는 회사의 대표를 현행법 위반을 이유로 기소했다고 한다. 그야말로 파죽지세다. 렌트한 승합차를 이용한 ‘타다’의 운수 서비스가 현행법 위반이라고 한다. 그러나 최근 경험한 ‘타다’는 분명 기존의 택시와는 차별화되는 서비스를 보이고 있었다.

카카오의 ‘카풀’ 서비스를 무력화한 택시업계는 이제 ‘타다’를 향한 맹공세를 펼치고 있다. 검찰도 ‘타다’를 운영하는 회사의 대표를 현행법 위반을 이유로 기소했다. [연합뉴스]

카카오의 ‘카풀’ 서비스를 무력화한 택시업계는 이제 ‘타다’를 향한 맹공세를 펼치고 있다. 검찰도 ‘타다’를 운영하는 회사의 대표를 현행법 위반을 이유로 기소했다. [연합뉴스]

특허법에서는 특허를 받기 위한 요건으로 현행법에 위반되지 않을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심지어 현행법에 위반되는 발명이라도 특허 요건으로서의 산업상 이용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는다. 발명이 공서양속을 문란하게 하거나 공중의 위생을 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특허를 허가하지 않을 뿐이다.

새로운 기술이 현행법에 위반되는 요소를 갖고 있더라도 법령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시대의 필요에 의한 사회적 약속일 뿐이며 이후 산업적 필요에 따라 해당 법령이 개정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장래의 산업 발전을 위해 새로운 기술에 대한 특허권의 취득을 막지 않는 것이다.

또한 특허 제도는 혁신적인 기술을 창작한 자에게 독점권을 주는 제도이다. 그런데 모두가 알다시피 독점은 근본적으로 불법이다. 하지만 독점 규제법은 산업 발전이라는 특허 제도의 목적을 고려해 특허권자의 독점은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이처럼 기술 관련법은 기술의 발전을 현행법의 테두리 안에 가두지 않는다. 규제와 법령이 기술의 혁신을 막아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혁신적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나오는 얘기가 있다. 바로 ‘상생’이다. 사람들은 모순되는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려는 경향이 있다. 자유와 평등, 성장과 분배, 그리고 ‘혁신’과 ‘상생’이 바로 그것이다. 평등, 분배, 상생 이들 단어는 그 자체만으로 선하고 평화로운 느낌을 주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자유 경쟁을 통한 성장과 혁신이 없다면, 언젠가는 평등하게 분배할 것도 없어지고 결국 우리는 같이 살아나갈 수 없게 된다. 4차 산업 혁명을 한창인 지금 탁상론자들은 혁신과 상생을 동시에 추구하기 위해 해법을 찾는다고 한다. 해법을 찾을 것이 아니라 현 상황에 대한 자각을 찾아야 한다.

기업은 살아남기 위해 경쟁을 하고 경쟁의 수단으로 혁신을 한다. 기업이 살아남으려고 하는 이유는 죽지 않기 위함이다. 그렇기 때문에 혁신은 바로 생존이며 이는 도태된 자들의 죽음을 의미한다. 혁신과 상생이 동시에 추구될 수 없는 이유다.

소비자는 더 좋은 제품과 더 나은 서비스를 선택하기 마련이고 이러한 소비자의 욕구 충족을 통해 산업은 발전한다. 그러니 소비자의 요구가 최우선시 되어야 한다. [사진 pixabay]

소비자는 더 좋은 제품과 더 나은 서비스를 선택하기 마련이고 이러한 소비자의 욕구 충족을 통해 산업은 발전한다. 그러니 소비자의 요구가 최우선시 되어야 한다. [사진 pixabay]

혁신은 필연적으로 파괴적이다. 스마트 폰이 등장하면서 MP3, 내비게이션, 디지털카메라 업체는 큰 타격을 입었다. 과거 산업 혁명 시절에도 자동차가 등장하면서 마부는 생계를 위협받았으며, 방직기가 등장하면서 생계에 위협을 느낀 직조공은 기계파괴운동을 전개했다. 하지만 혁신이 가져오는 파괴의 고통을 참아내지 않는다면 인류의 발전은 없다. 마부의 일자리를 보호하기 위해 ‘붉은 깃발법’을 만든 영국은 아직도 자동차 산업에서 독일에 뒤처져 있다.

소비자는 더 좋은 제품과 더 나은 서비스를 선택하기 마련이고 이러한 소비자의 욕구 충족을 통해 산업은 발전한다. 그러니 소비자의 요구가 최우선시되어야 한다. 소비자에게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누리고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져야 한다.

대학 시절 신촌의 길거리 포장마차에서 파는 떡볶이는 어디를 막론하고 모두 같은 맛이었다. 심지어 떡의 굵기와 길이, 양념의 색과 점도까지도 동일했다. 어릴 때 즐겨 먹던 손가락 굵기에 파와 어묵이 어우러진 묽은 국물의 떡볶이를 먹고 싶었서 포장마차 주인에게 물었다. “왜 신촌은 떡볶이 맛이 다 똑같아요?” 상인 연합회에 가입된 포장마차에서 파는 떡볶이는 다른 재료와 양념을 사용할 수 없게 되어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

누군가 자신만의 재료와 양념을 사용한 떡볶이를 판매해 인기를 끌게 되면 상인들의 평화로운 상생이 깨지기 때문일 것이다. 현재의 택시업계를 보면 그 시절 신촌의 떡볶이 포장마차들이 떠오른다.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생물이 도태되어 멸종하고, 변화에 적응해 진화한 생물이 살아남는 것은 경제 생태계에서도 당연한 이치일 것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우버가 자리 잡지 못했고, 카카오의 카풀 서비스도 저지되었으며, 이제는 타다도 사라지려 한다. 신기하게도 한국에서는 변화에 적응해 진화한 생물이 모두 죽어 나가고 있다. 자동차 산업의 시대를 앞두고 마부를 보호한 영국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국제특허 맥 대표 변리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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