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쏘카 능가하는 사업자 되려면 가장 먼저 할 일은?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김현호의 특허로 은퇴준비(23)

바쁜 업무로 여름 휴가를 가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워 얼마 전 제주로 주말여행을 다녀왔다. 제주에서는 항상 차량을 빌리곤 했는데, 이번에는 여행 전 업무 처리로 정신이 없어 차량 렌트 예약을 출발 당일까지 깜빡 잊고 있었다.

그런데 다행히도 도착한 호텔에서는 최근 현대차가 출시한 전기차 공유 서비스를 프로모션하고 있었다. 전기차의 기술 특허, 차량 공유 서비스의 비즈니스모델(BM) 특허 모두 변리사 업무로 많이 접해보았지만 실제 체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전기차는 확실히 조용하고 편안한 승차감을 제공했으며, 차량 공유 서비스는 기존의 렌터카에 비해 확실한 편의성을 제공했다.

다양한 공유 서비스가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이들 서비스는 진정한 의미의 공유 서비스라기 보다는 좀 더 편리한 방식으로 물건을 대여해주는 임대 서비스에 머물고 있다. [사진 pixabay]

다양한 공유 서비스가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이들 서비스는 진정한 의미의 공유 서비스라기 보다는 좀 더 편리한 방식으로 물건을 대여해주는 임대 서비스에 머물고 있다. [사진 pixabay]

최근 공유 차량, 공유 오피스, 공유 자전거, 공유 킥보드 등 다양한 공유 서비스가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이들 서비스는 진정한 의미의 공유 서비스라고 보기는 어렵다. 대부분 특정 사업자가 다수의 물건을 확보한 상태에서 온라인을 통해 이전보다 좀 더 편리한 방식으로 물건을 대여해주는 임대 서비스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진정한 공유 경제 서비스란 개별 소유자들이 자신의 물건을 사용하지 않는 시간에 타인이 사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고, 이를 통해 발생하는 수익을 소유자와 중개자가 분배하는 형태일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소유하고 있는 물건 중 어떤 물건이 공유 경제 서비스에 가장 적합한 것이 될 수 있을까? 집, 자동차, 노트북, 스마트 폰, 의류 등의 수많은 소유물 중 타인에게 빌려주기에 용이하면서도 타인의 사용에 대한 거부감이 상대적으로 작은 것은 무엇일까?

우선 집은 장기간 휴가나 출장 등의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타인에게 빌려주기가 어렵다. 노트북과 스마트 폰은 담겨있는 개인 정보의 중요성 때문에 대여가 쉽지 않다. 의류는 타인의 사용에 일반적으로 거부감이 들기 마련이다.

이러한 점에서 자동차가 공유 경제 서비스에 가장 적합하다고 여겨진다. 소유자가 자신의 사용 일정을 예측할 수 없는 물건이라면 남들과 공유하기 어렵다. 그런데 자동차는 대부분 일정한 요일과 시간대에 사용하므로 사용 일정에 대한 비교적 정확한 예측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자동차는 운행하지 않고 주차장에 보관해두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많은 물건으로 주차장에서 홀로 늙어가며 가치가 떨어진다. 전체 자동차의 4%만이 운행 중이고 96%는 주차 중이라고 하니 우리는 참 오래도록 비효율적인 방식으로 자동차를 소유하며 사용하는 것이다.

진정한 공유 차량 서비스가 되려면 아파트 지하 주차장을 가득 메우고 있는 수많은 차량과 업무 시간에 회사 주차장에 세워둔 타인의 차량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사진 pxhere]

진정한 공유 차량 서비스가 되려면 아파트 지하 주차장을 가득 메우고 있는 수많은 차량과 업무 시간에 회사 주차장에 세워둔 타인의 차량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사진 pxhere]

한편, 현재의 공유 차량 서비스 또한 진정한 의미에서의 공유 경제 서비스라기보다는 이전보다 좀 더 편리해진 차량 렌트 서비스에 가깝다. 예를 들면, 쏘카는 자사가 보유한 자동차를 고객이 있는 장소에서 대여해주며 수익을 낸다.

그러나 진정한 공유 차량 서비스가 되려면 평일에도 아파트 지하 주차장을 가득 메우고 있는 수많은 차량과 업무 시간에 회사 주차장에 세워둔 타인의 차량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되면 내 차가 없어도 집에서 나올 때 아파트 주차장에 세워진 이웃의 차량을 예약해 사용할 수 있게 되며, 회사 업무 중 갑자기 외근을 가야 할 일이 생긴 경우 우리 회사 또는 가까운 회사 주차장에 있는 차량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또 차량 소유자는 주차장에서 점점 낡아가는 자동차를 이용해 차량의 감가율을 넘는 수익을 낼 수 있다.

물론 이렇게 되려면 개별 차량에 스마트 폰으로 동작되는 키 모듈을 추가로 설치해야 하고, 차량 대여로 인한 소유자의 불편함이 최소화되도록 BM 시스템이 잘 설계돼야 한다. 이중 차량 키 모듈의 추가 설치는 설치 비용을 차주와 공유 서비스 사업자 중 누가 부담할 것인지를 정책적으로 결정하면 해결될 문제다.

결국 차량 소유자의 불편함을 최소화할 수 있는 BM 시스템을 설계해 BM 발명에 대한 특허권을 선점하느냐에 따라 이와 같은 차량 공유 서비스의 성패가 결정된다. 예를 들어, 차량 소유자가 원하는 대여 조건과 사용자가 원하는 이용 조건을 합리적으로 매칭하는 고유의 알고리즘을 갖는 BM을 개발해 특허를 선점해둔다면 지금의 쏘카를 능가하는 공유 사업자가 될 수도 있다.

국제특허 맥 대표 변리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