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4+1 협의체’(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 당권파·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이하 4+1)의 선거법 개정안 합의가 또 무산됐다. 민주당을 제외한 ‘3+1’이 가까스로 의견을 모았지만, 민주당이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결정하면서다.
암초가 된 대목은 석패율제다. 더불어민주당은 18일 의원총회를 열어 석패율제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오히려 “석패율제를 재고해달라”고 '3+1'에 역제안했다. 이날 오전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심상정(정의당)·정동영(민주평화당)·유성엽(대안신당) 대표와 회동한 뒤 “석패율제 도입”을 공개 제안한 지 5시간여만이다.
이날 '3+1'의 합의안은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각각 250석·50석으로 조정하되 연동률 50%를 적용하는 비례대표를 30석으로 제한하는 '연동형 캡'을 내년 총선에만 한시적으로 도입하고, 석패율제를 시행하는 내용이었다.
민주당 의총에선 격론이 오갔다. 의총에 나선 한 의원은 “석패율제는 양보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석패율제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건 선거법 개정의 목표인 지역구도 완화에 완전히 역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한 의원은 “군소정당이 모여 석패율제를 놓고 당을 압박하는 모양새인데, 그대로 굴복하면 명분도 실리도 모두 잃는다”고 주장했다.
"석패율 실시되면 정의당 완주"
당장 내년 총선 표 계산을 바탕으로 한 현실적 우려도 나왔다. 한 초선 의원은 의총 후 “정의당 지역구 후보가 비례대표 구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전력을 다해 뛰면, 지지기반이 겹치는 지역에서는 민주당 후보가 불리할 수 있다”고 했다. 수도권 재선 의원은 “수도권 등 박빙 지역에서는 단 몇백 표 차이로 등락이 갈리는데 정의당 후보가 민주당 표를 갉아먹을 수 있는 석패율제를 받기는 어렵지 않냐”고 했다.
일부 의원들이 “(석패율) 제도 자체보단 그 제도를 어떻게 운용하는지가 중요하다”, “선거법 협상에 협조하는 대신 공수처·검경수사권조정안 등을 먼저 처리하자”는 의견을 내기도 했지만 이날 민주당 의원들의 중론은 ‘3+1 합의 수용 불가’로 모였다. 박찬대 원내대변인은 의총 후 “(연동형 비례대표) 30석 상한은 수용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석패율은 원내대표부가 재고하는 거로 3+1에 전달하겠다”고 발표했다.
"'원포인트 본회의' 열자"
민주당은 선거법 합의를 미루면서, 민생법안 처리를 위한 ‘원포인트 본회의’는 가능한 한 앞당겨 연다는 방침을 정했다. 의총에서 “민생법안 처리를 더 미뤄서는 안 된다”, “연말까지 예산부수법안을 넘기지 못하면 ‘준예산’ 사태가 올 수 있다. 이건 집권여당의 무한책임” 등의 성토가 있었다고 한다. 박 원내대변인은 “예산부수법안과 민생법안이 많이 시급해 원포인트라도 국회를 여는 게 꼭 필요하다는 것이 (의총의) 첫 번째 결론”이라면서 “야당 전체에 이를 제안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본회의가 열릴지는 미지수다. '3+1'이 어렵게 조율한 합의안을 민주당이 거부해 협상을 다시 교착상태에 빠뜨린 모양새가 돼서다. 이날 민주당 의원 중 일부는 민생법안·예산부수법안 외에도 정세균 총리 인준에 야당 협조가 필요하다는 점을 들어 “'3+1' 합의안 자체에 대한 부담이 크지만, 그렇다고 마냥 반대할 수도 없다”는 의견을 냈다고 한다.
민주당의 역제안에 '3+1'은 즉각 반발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선거제에 대해 자신들의 뜻을 고집하면서 계속 양보만을 바라는 것은 욕심"이라며 "공수처법도 안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성엽 대안신당 창당준비위원장은 "석패율제는 이미 민주당과 진전된 물밑 논의를 바탕으로 4당 대표가 합의한 것인데 이런식으로 말살하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안하무인으로 나오면 총리 인사청문회 등 다른 현안에 당연히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진우·하준호 기자 dino87@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