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편향' 제기한 인헌고 학생 "교사들이 나를 숙청" 천막농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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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3시 서울 관악구 인헌고등학교 교문 앞에 전국학생수호연합 측이 설치한 천막. 지난 10일 학폭위에서 징계를 받은 학수연 소속 최모(18)군은 무기한 천막 농성을 시작했다. 남궁민 기자

18일 오후 3시 서울 관악구 인헌고등학교 교문 앞에 전국학생수호연합 측이 설치한 천막. 지난 10일 학폭위에서 징계를 받은 학수연 소속 최모(18)군은 무기한 천막 농성을 시작했다. 남궁민 기자

학우 이름 등이 노출된 영상을 SNS(소셜미디어)에 올려 학교 학교폭력대책위원회로부터 징계를 받은 인헌고 학생이 천막 농성을 시작했다.

18일 오후 3시 서울 관악구 인헌고 교문 앞에서 교사들의 정치적 편향성 문제를 제기해 온 전국학생수호연합(학수연)은 학교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에 나선 최모(18)군은 "앞서 기자회견을 통해 (교사들의) 사상주입을 고발한 저는 인헌고 정치교사들로부터 숙청의 시간을 맞이하고 있다"며 "만행을 고발하려는 것에 대해 훼방 놓고 음해하려는 정치교사들의 부역자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군은 지난 10일 열린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에서 학폭 가해자로 판정돼 서면사과와 사회봉사 15시간, 부모와 함께 하는 특별교육 5시간 징계를 받았다.

학폭위는 앞서 일부 인헌고 학생들이 최군을 명예훼손 혐의로 신고하면서 열렸다. 이들은 최군이 지난 10월18일 SNS에 올린 인헌고 행사 영상에 자신의 목소리와 대화가 여과 없이 노출됐다며 반발했다. 이들은 앞서 영상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최군은 모자이크 처리를 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18일 오후 3시 서울 관악구 인헌고 교문 앞에서 전국학생수호연합이 최모(18)군에 대한 징계에 반발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남궁민 기자

18일 오후 3시 서울 관악구 인헌고 교문 앞에서 전국학생수호연합이 최모(18)군에 대한 징계에 반발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남궁민 기자

최군은 학폭위의 결정이 교사들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자신에 대한 '숙청'이라고 주장했다. 최군은 "정치교사들은 숙청의 첫 단계로 (학교를) 바깥의 목소리로부터 원천 차단했다"며 "학수연의 활동에 동조·가담한 학생을 색출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치교사들은 사상 주입 사건이 커지자 학생들에게 '학수연이 일을 키워서 너희들이 어떤 피해를 받았는지 적게 했다"며 "대부분이 '취재 카메라에 찍혔다','학습에 방해된다'고 적었다"고 말했다.

18일 오후 3시 서울 관악구 인헌고 교문 앞에서 전국학생수호연합이 최모(18)군이 무기한 노숙 농성을 하기 위해 설치한 천막. 남궁민 기자

18일 오후 3시 서울 관악구 인헌고 교문 앞에서 전국학생수호연합이 최모(18)군이 무기한 노숙 농성을 하기 위해 설치한 천막. 남궁민 기자

기자회견을 마친 최군은 인헌고 교문 앞에 천막을 치고 무기한 농성에 돌입했다. 현장에서 기자회견을 지켜본 40, 50대 보수단체 회원들은 "너무 춥겠다"며 눈물을 훔쳤다. 학수연 측은 학교 측이 사과할 때까지 천막 농성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학수연 측은 추가 집회도 예고했다. 김모 군은 "12월 23일 광화문역에서 '학생 혁명의 날'의 도래를 선언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인헌고 측은 "학폭위가 정상적이고 공정한 절차를 거쳐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날 학교 관계자는 중앙일보에 "위원의 과반 이상이 학부모인 학폭위가 동영상에 피해 학생들의 이름이 실명으로 나오고 있고, 맥락상 여학생들이 사상주입 당한 것처럼 묘사된 것이 문제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최군의 주장이 잘못됐다는 증거가 있지만, 학생 보호 차원에서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남궁민 기자 namg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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