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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편향 비판했더니 별건으로 징계”…인헌고 학생 천막 농성 시작

중앙일보

입력

18일 오후 3시 서울 관악구 인헌고 교문 앞에서 전국학생수호연합이 최모(18)군에 대한 징계에 반발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남궁민 기자

18일 오후 3시 서울 관악구 인헌고 교문 앞에서 전국학생수호연합이 최모(18)군에 대한 징계에 반발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남궁민 기자

18일 오후 4시, 서울 인헌고등학교 정문 앞에 노란색 텐트가 설치됐다. 인헌고 교사들의 정치 편향 교육 문제를 제기했던 최모(18) 군이 학교폭력위원회(학폭위)에서 징계 조치를 받자 이날 오후 3시 기자회견을 연 후 천막 농성에 들어간 것이다. 텐트 안에는 얇은 깔판 1장과 이불 2개가 놓였다. 이를 지켜보던 일부 유튜버는 “여름용 텐트를 가져왔다.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최군은 기자회견에서 “정치 교사들에 의해서 그들의 사육장을 고발한 죄로 학교폭력 가해자로 판결됐다”면서 “반일 사상 주입에 대한 영상을 찍은 최초 제보자는 전학을 고려 중이고 이걸 공론화한 저는 학교폭력 가해자가 된 것 말고는 없다”며 징계의 부당성을 주장했다.

앞서 지난 10일 인헌고 학교폭력위원회(학폭위)는 최군에게 사회봉사 15시간과 학생 및 보호자 특별교육 5시간, 피해 학생에 대한 서면 사과 등의 징계 조치를 내렸다. 최군이 정치 편향 교육을 주장하며 올린 페이스북 영상에 다른 학생들의 얼굴이 등장했는데 영상을 내려달라고 한 학생의 요구를 거절했기 때문이다.

18일 오후 3시 서울 관악구 인헌고등학교 교문 앞에 전국학생수호연합 측이 설치한 천막. 지난 10일 학폭위에서 징계를 받은 학수연 소속 최모(18)군은 무기한 천막 농성을 시작했다. 남궁민 기자

18일 오후 3시 서울 관악구 인헌고등학교 교문 앞에 전국학생수호연합 측이 설치한 천막. 지난 10일 학폭위에서 징계를 받은 학수연 소속 최모(18)군은 무기한 천막 농성을 시작했다. 남궁민 기자

최군은 이에 “공식적인 행사이기 때문에 얼굴이 나온 상태로 업로드를 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본다. 그래도 해당 학생이 기분 나쁘다고 해서 이후 모자이크 처리를 했다”면서 “그런데도 영상을 내리라고 하는데 이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해서 학교 폭력이라고 하는 건 법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재심 청구를 당연히 할 것”이라며 “학교 폭력 사안이 아닌 것을 폭력으로 끌고 와서 처벌하고 부모님까지 특별교육한다는 건 공익제보자의 입을 철저히 틀어막기 위함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최군은 기자회견에서 본인에게 내려진 징계가 교사들의 정치적 편향성을 공익 제보한 것에 대한 학교 측의 보복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학교에서 사상주입 사건이 불거진 지 석달여간의 시간이 지나도록 단 한 차례의 진정성 있는 사과나 대화의 장 자체가 없었다”며 “학교가 연일 교내 방송으로 우리의 목소리를 ‘왜곡되고 과장된 가짜뉴스’라고 선전ㆍ선동하고 (학생들에게) 학교 폭력으로 신고하라고 독촉했다”고 했다.

18일 오후 3시 서울 관악구 인헌고 교문 앞에서 전국학생수호연합이 최모(18)군이 무기한 노숙 농성을 하기 위해 설치한 천막. 남궁민 기자

18일 오후 3시 서울 관악구 인헌고 교문 앞에서 전국학생수호연합이 최모(18)군이 무기한 노숙 농성을 하기 위해 설치한 천막. 남궁민 기자

하지만 나승표 인헌고 교장은 최군의 주장에 대해 “학폭위는 피해당한 학생이 처벌해달라고 신고를 하면 신고받은 날부터 14일 이내에 자체위원회를 열어 심의하게 돼 있다. 이번에도 최군과 최군 측 변호사, 피해 학생과 그 변호사에게 각각 이야기를 듣고 경찰관 1명과 교무부장, 학부모 3명 등 5명이 심의해 징계를 의결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최군 부모님에게 특별교육 5시간을 조치한 것을 두고는 “가해 학생에게 특별 교육을 이수하게 하면 보호자도 함께 교육을 받아야 하는 조항이 있다. 학교에서 임의로 정한 것이 아니라 법령에 따라 처분한 것”이라고 했다. 나 교장은 최군의 천막 농성에 대해선 “시위의 자유가 있으니 막을 수는 없지만 억울하다고 생각될 경우 서울시교육청을 통해 행정심판을 청구해 재심 절차를 밟을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최군은 “학교 측에 사과를 받을 때까지 무기한 농성에 들어간다”면서 “재심 청구뿐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도 학교 측을 계속 규탄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최군이 대변인으로 있는 전국학생수호연합의 회장 김모 군은 “지난 10월 23일 첫 기자회견을 연 후 2달째가 되는 오는 23일 광화문 역에서 ‘학생 혁명의 그 날’이 도래할 것을 선언하겠다”고 밝혔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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