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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기업] 방폐물 운반·처분·관리까지 … 세계 최고 기술력으로 안전을 지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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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7월 13일을 잊을 수 없습니다. 방폐물(방사성폐기물)을 처음으로 처분, 즉 땅속에 영구격리하는 날이었죠. 주민투표를 통한 부지선정부터 건설, 가동에 이르기까지 20년간의 애환이 되살아나는 듯했어요.”

한국원자력환경공단 #방사선 차폐구조로 설계된 운반선 #6.5 강진 견디는 사일로에 영구격리 #분기마다 방폐장 오염 여부 측정도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이하 공단) 월성지역본부 안상복 본부장이 젖은 목소리로 말했다. 올해로 출범 10주년을 맞은 공단은 국내 유일의 방폐물 관리기관이다. 지난 12일 경북 경주시 양북면에 위치한 방사성폐기물처분장(방폐장)에서 안전 지킴이들을 만났다.

윤석본 실장과 안상복 본부장, 윤정현 팀장(왼쪽부터)이 지난 12일 경주 방폐장 홍보관인 코라디움에서 방폐물을 노란색 드럼통에 담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윤석본 실장과 안상복 본부장, 윤정현 팀장(왼쪽부터)이 지난 12일 경주 방폐장 홍보관인 코라디움에서 방폐물을 노란색 드럼통에 담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한국원자력환경공단]

경주 방폐장, 농도 낮은 중·저준위 방폐물 처리=경주 방폐장은 국내에서 발생하는 모든 중·저준위 방폐물을 모아 처리하는 곳이다. 2008년 8월 착공해 2014년 12월에 처분시설 건설을 마쳤다. 이어 6개월간의 시험가동을 거쳐 2015년 7월부터 처분을 시작했다. 방폐물은 방사선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방사성 핵종의 농도가 규정치 이상이 함유돼 폐기의 대상이 된 물질을 말한다.

방폐장 운영을 총괄하는 안상복 본부장은 “경주 방폐장에선 오염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중·저준위 방폐물을 처리 및 관리한다”며 “원자력발전소(원전)에서 사용된 장갑·작업복·폐부품 등이 대표적인 중·저준위 방폐물”이라고 설명했다.

중·저준위 방폐물은 원전에서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방사선 치료를 위해 사용된 주사기·약병·의료용품과 같은 병원 폐기물과 함께 방사성동위원소를 이용하는 산업체와 연구소에서도 나온다.

이런 방폐물은 공단 책임 하에 장기간에 걸쳐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다. 경주 방폐장에서 80만 드럼(200L 기준)을 처분할 계획인데, 12월 현재 2만3000여 드럼을 수거해 이 중 1만7498드럼을 처분한 상태다.

안 본부장은 “원전이 가동되고 방사선이 이용되는 한 방폐물은 나올 수밖에 없다. 특히 조만간 국내에서 원전 해체가 시작되면 많은 방폐물이 발생할 것”이라며 “이를 안전하게 처리 및 관리하기 위해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일한다”고 강조했다.

방폐물 3단계 검사 거쳐 처분…원전 수준 내진 설계=공단 직원들은 ‘방폐물 처리의 역사를 쓴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하지만 숙제도 있다. 방폐장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불안감이다.

이에 대해 윤석본 공단 운영실장은 “세계 최고의 기술력으로 설계 및 건설된 처분시설과 엄격한 검사 과정을 들여다본다면 주민의 불안감은 사라질 것”이라며 “우리 시설의 안전성은 미국·스웨덴·일본 등 앞서 수십 년간 방폐장을 운영해 온 선도국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폐기물의 인수검사부터 운반·처분·시설운영을 맡고 있다.

방폐물 전용 운반선 청정누리호. 누출에 대비해 이중 선체, 방사선 차폐구조로 설계됐다.

방폐물 전용 운반선 청정누리호. 누출에 대비해 이중 선체, 방사선 차폐구조로 설계됐다.

원전에서 발생한 방폐물은 전용 운반선 ‘청정누리호’를  통해 경주 월성 선착장에 도착한다. 청정누리호는 이중 선체, 방사선 차폐구조로 설계됐고, 최신 방사선 감지 시스템을 갖췄다. 윤 실장은 “사고로 배가 침몰해도 방사능이 바다로 누출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방폐물은 전국의 발생지에서 노란색 드럼통에 담겨 경주 방폐장에 모인다. 이후 특수 설계된 처분용기에 담겨 지하 약 130m에 있는  6개의 ‘돔’ 모양 사일로(격납고)에 영구격리(처분)된다. 드럼이 채워지면 사일로 빈 곳을 메우고 동굴 입구를 밀봉 폐쇄한다. 중·저준위 폐기물은 300년 동안 방사성 물질을 방출하지 않도록 안전하게 관리된다.

윤 실장은 “경주 방폐장은 단단한 자연 암반에다 1~1.6m 두께 콘크리트 벽, 방수시트를 동굴 형태로 보강해 안정성이 뛰어나다”며 “특히 방폐물이 저장되는 사일로는 내진 설계로 건설돼 규모 6.5의 강진에도 견딜 수 있다”고 강조했다.

주민 불안 해소 위해 연 100회 이상 설명회=방폐물은 이동·처분 과정과 이후 보관 중 방사선 누출·오염에 대비해 철저한 검사 및 규제를 거친다. 발생지에서 인수검사를 하고, 방폐장 도착 후에 다시 방사능 검사를 한다. 이어 정부 규제기관의 검사에서 합격해야 처분을 할 수 있다.

윤정현(공학 박사) 공단 방사선안전 팀장은 “지하수·토양·동식물 등 연간 2500개의 시료를 채취해 검사한다. 배 이동 시 누출을 우려해 바닷물까지 조사하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고 말했다.

처분이 끝나도 감시는 계속된다. 공단은 경주 방폐장 반경 10km 이내 토양·지하수·공기·동식물 등의 방사능 오염 여부를 분기마다 측정하고, 그 결과를 정부 및 주민에 공개한다. 이런 노력 덕분에 경주 방폐장은 방사선량이 엑스레이 1회 촬영 시보다 낮은 연간 0.01m㏜ 이하로 관리되고 있다.

방폐장이 아무리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다고 해도 국민이 믿어주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다. 그래서 공단은 지역 주민과의 적극적인 소통에 나서고 있다. 올해에만 설명회를 100회 이상 개최했다. 지역주민 우선 채용, 문화 행사 개최, 지역 농수산물 판매 플랫폼 구축 등 다양한 사회공헌활동도 전개한다.

중앙일보디자인=김재학 기자 kim.jaih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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