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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28조 도공, 요금수납원 정규직화 연 600억 더 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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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600억원.’

5100명 자회사, 1250명 직고용 #인건비 등 2433억→3028억 늘어 #이자만 연 1조 도로공사 큰 부담 #스마트 톨링 정책 차질 빚을수도

한국도로공사(이하 도공)가 외주용역업체 소속이던 요금수납원을 자회사 정규직과 본사 직고용으로 전환하면서 매년 추가로 부담해야 할 금액이다.

16일 도공이 국회 송석준 의원(자유한국당)에게 제출한 ‘요금수납원 소속 전환 현황’에 따르면 요금 수납원 6500여명을 외주용역으로 운용했을 때 투입된 인건비와 보험료, 복리후생비 등은 연간 2433억원이었다.

고용형태 변화 따른 도공 부담액 차이.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고용형태 변화 따른 도공 부담액 차이.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러나 이들 중 5100명을 자회사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자회사 행을 거부한 1400여명 중 1250명을 본사가 직고용하게 되면 비용이 3028억원으로 늘어난다. 600억원 이상 더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앞서 도공은 요금수납원 중 5100명을 지난 7월 요금수납 자회사의 정규직으로 전환했고, 이를 거부하고 도공 직고용을 요구해온 1400여명 중 대법원 판결(8월 말)이 났거나 1심에서 승소 또는 계류 중인 수납원은 직고용키로 했다. 직고용 규모는 유동적이지만 현재 1250명가량으로 추정된다. 도공에 직고용된 인원은 요금 수납업무가 아닌 졸음쉼터와 정류장, 휴게소 주변부 청소 등 현장환경 정비에 투입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 정책’에 따른 조치지만 도공 안팎에서는 막대한 추가 부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도공은 부채가 28조원(2018년 말 기준)으로 비금융권 공기업 가운데 한국토지주택공사·한국전력공사 등에 이어 4번째로 많다.

이 때문에 한해 이자비용으로만 1조원가량이 나가고 있다. 또 연간 4조원 정도의 통행료 수입으로는 이자비용과 각종 유지보수, 건설 비용을 충당하지 못해 빚이 계속 늘고 있는 형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017년 추석부터는 명절 통행료 면제 정책까지 시행되면서 한해 1000억원가량의 추가 손실도 감당하고 있다. 명절 통행료 면제를 포함해 도공이 한해 각종 할인 정책으로 감면해주는 통행료만 연간 4000억원에 달한다. 익명을 요구한 도공 관계자는 “정부가 지원은 해주지 않으면서 비정규직 제로화 정책에 통행료 감면까지 요구하면서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또 현 정부가 추진해온 ‘스마트 톨링(Smart Tolling)’ 정책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도 있다. 스마트 톨링은 차량이 정차할 필요 없이 평소대로 고속도로를 달리면 각종 카메라와 장비를 통해 차량 번호를 인식해 추후 요금을 정산토록 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요금 수납창구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이 줄어들게 된다. 당초 정부는 2020년부터 스마트 톨링을 대폭 확대키로 했으나 이강래 전 도공 사장이 부임하면서 이를 2022년으로 늦춰 놓은 상황이다. 요금 수납원들의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유정훈 아주대 교수는 “스마트 톨링 등 첨단 교통 시스템은 국제적 도로 경쟁력을 위해서라도 추진해야 하는 과제”라며 “결국 줄어들 수밖에 없는 요금 수납원들을 자회사 정규직 또는 본사 직고용 전환한 것은 앞으로 도공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송석준 의원도 “도공의 재정적 부담을 덜어줄 방안 마련과 함께 향후 스마트 톨링 도입 등으로 인한 요금수납원의 역할 정립도 미리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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