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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섭다" 민원 끊이지않던 세종 '저승사자상'…결국 창고 신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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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사자'로 불리는 정부세종2청사 소방청 옆 조형물 '흥겨운 우리가락'. [연합뉴스]

'저승사자'로 불리는 정부세종2청사 소방청 옆 조형물 '흥겨운 우리가락'. [연합뉴스]

세종시민과 공무원들 사이에서 '저승사자'로 불리던 소방청 인근 조형물이 '임시보관' 신세가 됐다. 애초 국세청 앞에 세워졌던 이 조형물은 4년 전에도 "무섭다"는 민원이 끊이지 않아 소방청 쪽으로 쫓겨왔다.

16일 행정안전부 정부청사관리본부 등에 따르면 세종시 나성동 정부세종2청사(17동) 남서 측 대로변에 있던 조형물은 지난 7일에 철거됐다.

'흥겨운 우리가락'이라는 이름의 이 금속 조형물은 지난 2015년 인근 건물(16동)인 국세청 앞에 만들어졌다. 청사관리본부가 당시 공모를 통해 총 11억여원을 들여 설치한 조형물 6개 중 하나다.

이 작품은 한복 차림에 갓을 쓴 남성이 '한량무' 춤사위를 펼치듯 양팔을 벌려 날아오르는 듯한 형상을 하고 있다. 작품 설명에도 "동작이 우아하고 품위를 강조하는 것이 특징인 한국무용의 한 장면을 연출한 것으로 우리나라 전통문화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릴 수 있도록 했다"고 적혀 있다.

하지만 작가의 의도와 달리 시민과 공무원들의 반응은 "무섭다", "지나가다 놀랐다" 등이 주를 이뤘다. 만화 '각시탈' 속 가면처럼 기괴하게 웃는 얼굴이 옷차림과 어우러져 저승사자나 박수(남자 무당)를 연상케 한다는 것이다. 어둡거나 날씨가 궂을 때는 조명과 차가운 금속 재질이 어우러져 더욱 섬뜩해 보인다는 민원이 이어졌다.

이에 흉물 취급을 받던 이 작품은 설치된 지 몇 달 만에 100여m 떨어진 17동 옆으로 옮겨졌다.

하지만 소방청이 국민안전처 시절인 2016년 이 건물에 입주하고 올해 초 행정안전부까지 이전해오면서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재난안전 총괄 부처인 행안부와 화재 등 육상재난 대응을 책임지는 기관인 소방청이 함께 들어선 건물 바로 옆에 저승사자가 버티고 선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실제 행안부나 소방청 직원들로부터 조형물에 대한 이전 건의가 적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청사관리본부는 결국 지난 8월 조형물을 이전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정부세종청사나 세종 시내 어디에 둬도 주민들 항의가 잇따를 것으로 예상돼 갈 곳이 마땅치 않았다. 고민 끝에 청사관리본부는 조형물을 당분간 임시로 보관하기로 했다.

청사관리본부 관계자는 "주민과 입주 기관에서 건의가 이어져 작가 동의를 받고 옮겼다"며 "다만 이전 장소가 구해지지 않아 일단 청사 내 안 보이는 곳에 뒀다가 박물관이나 미술 전시관 등 적절한 장소를 찾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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