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구광모가 힘주는 사업 ‘청신호’ LG전자 바닥 찍고 내년 반등?

중앙일보

입력

올 한 해 실적 부진으로 고전하던 LG전자가 연말 바닥을 찍고 내년엔 반등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동안 기업의 주요 사업이면서도 적자 폭이 커 속을 썩였던 부문들이 조금씩 살아날 환경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영업이익 2조6000억대, 지난해보다 줄어 

10일 정보기술(IT) 업계와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LG전자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2조6078억원이다. 지난해 2조7033억원보다 3.5% 줄어들었다.

중요한데 부진한 사업들 어떡하나 

가장 큰 원인은 스마트폰과 전장사업의 적자행진이다. 올 3분기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MC(Mobile Communication) 사업본부는 1612억원 적자를, 전장(전자장치)을 담당하는 VS(Vehicle component Solutions) 사업본부는 601억원 적자를 냈다. 각각 4년 연속, 15분기 연속 적자다.

여기에 연결 자회사인 LG디스플레이가 정점을 찍었다. 올 1분기 이후 내리 영업적자를 기록하던 LG디스플레이는 3분기에 4367억원의 손실을 보고했다. 4분기엔 적자 규모가 6000억원대로 커질 전망이다. 실적과 직결된 주요 사업과 자회사가 휘청이면서 LG전자도 힘겨운 한해를 보냈다. 하지만 내년엔 반등에 한표를 던지는 관측이 많다.

관련기사

내년 반등을 기대하게 하는 3가지 이유 

① ‘가격 착한 5G 스마트폰’으로 승부

LG전자 일본 법인 직원이 도쿄의 최대 번화가인 긴자에서 프리미엄 스마트폰 G8X씽큐를 선보이고 있다. 이 제품은 LTE폰이지만 내년 4월 일본에서 5G 폰을 출시해 본격적으로 5G폰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사진 LG전자]

LG전자 일본 법인 직원이 도쿄의 최대 번화가인 긴자에서 프리미엄 스마트폰 G8X씽큐를 선보이고 있다. 이 제품은 LTE폰이지만 내년 4월 일본에서 5G 폰을 출시해 본격적으로 5G폰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사진 LG전자]

LG전자는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커질 5G(세대) 이동통신 시장을 겨냥해 경쟁사 대비 가격이 저렴한 중고가 5G 스마트폰을 출시할 계획이다. 또 저가 제품에만 적용하던 제조자개발생산(ODM)도 중가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비용 절감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고 글로벌 시장에서 점유율을 늘리겠단 전략이다. LG전자의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올해 1.5%까지 떨어진 상태다. 하지만 5G 스마트폰의 경우 3분기에 삼성전자(74%)에 이어 11%로 2위를 기록하고 있다.

LG전자는 현재 퀄컴과 제휴해 가격 경쟁력을 갖춘 5G 스마트폰을 개발 중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중가 5G 스마트폰으로 5G 시장을 선점할 계획”이라며 “가격도 5G 상위 모델을 프리미엄 LTE폰과 비슷한 수준에 맞춰 고객 부담을 덜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베트남으로의 공장 이전과 ODM 생산 확대로 약 1000억원의 비용이 절감될 것으로 보고 있다.

② 구광모의 선택 ‘전장’ 자율주행 시대 가속

구광모 (주)LG 대표가 서울 강서구 마곡 LG사이언스파크를 방문해 연구원과 함께 신기술이 적용된 제품을 둘러보는 모습. [사진 LG전자]

구광모 (주)LG 대표가 서울 강서구 마곡 LG사이언스파크를 방문해 연구원과 함께 신기술이 적용된 제품을 둘러보는 모습. [사진 LG전자]

전장사업은 구광모 회장 체제 들어 부쩍 힘을 주는 분야다. 지난해 오스트리아 차량용 조명업체 ZKW를 1조4000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영업적자는 이어지고 있지만 매출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LG전자의 올 상반기 전장 관련 수주액은 14조원으로 수주 잔액도 55조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최근엔 퀄컴과 손잡고 차량용 ‘웹OS 오토’ 개발하기로 했다. 웹OS 오토는 커넥티드 카에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리눅스 기반의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플랫폼으로, 내년 1월 열리는 세계 최대 IT 전시회 ‘CES 2020’에서 선보일 계획이다.

또 인공지능(AI) 브랜드인 ‘씽큐(ThinQ)’를 자동차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고 마이크로소프트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개발에 협력하는 등 전장부품 생태계 확장에 나서고 있다. 박형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인포테인먼트, 전기차 부품, 차량용 조명의 수주가 빠르게 증가 중”이라며 “내년 하반기 중 분기 흑자전환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③ 연결 자회사들 ‘지금보단 무조건 낫다’

LG디스플레이에도 드디어 미약하나마 희망이 보인다. 실적 부진의 직접적 원인이었던 LCD(액정표시장치) TV 패널 가격이 내림세를 멈추고 반등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세계 LCD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중국의 BOE마저 LCD TV 패널 가격 급락으로 올 3분기 적자를 내고 말았다. 세계적으로 ‘LCD 치킨 게임’이 한계에 달했다는 신호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BOE 는 주요 고객사에 납품하는 LCD TV 패널 가격을 인상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하반기 주요 업체들의 감산 결정으로 재고가 빠르게 줄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내년 1분기를 기점으로 LCD TV 패널 가격이 상승 반전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LG디스플레이 실적이 늦어도 내년 3분기쯤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LG이노텍 역시 LG전자의 5G 스마트폰 사업 성장과 함께 ‘비행시간거리측정(Time of Flight·ToF) 모듈’ 중심으로 실적이 늘어날 전망이다. ToF 모듈은 피사체에 보낸 광원이 반사돼 되돌아오는 시간을 측정해 거리를 인식하게 하는 스마트폰 등에 들어가는 부품이다. 제품을 만지지 않고도 동작을 인식해 증강현실(AR) 같은 기능을 가능하게 해 5G 시대 핵심 부품으로 꼽힌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