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검경 '아이폰 전쟁'…수사권조정안 통과땐 갈등 사라지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서울중앙지검과 서초경찰서. 반포대로를 중간에 두고 마주하고 있다. [사진 다음스카이뷰]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서울중앙지검과 서초경찰서. 반포대로를 중간에 두고 마주하고 있다. [사진 다음스카이뷰]

서울중앙지방검찰청(중앙지검)과 서울 서초경찰서(서초서)는 반포대로를 사이에 두고 200m 거리에서 마주 보고 있다. 서초서는 1985년, 중앙지검은 1989년에 서초동 지금의 자리에 들어섰다. 1988년 서초서 출장소가 중앙지검 내부 2층에 마련될 정도로 두 기관이 긴밀한 때도 있었다.

 서초서는 중앙지검‧대검찰청‧대법원이 있는 서초동 주변 시위를 통제하는 데다 전직 대통령 등 주요 인사가 소환되면 중앙지검 앞에서 경호까지 맡아준다. 윤석열 검찰총장을 비판하거나 지지하는 시위 모두 서초서에서 통제한다. 때로는 서초서가 검찰에 위협적 존재가 되기도 한다. 서초서는 서초동에서 근무하는 검사와 수사관 비위 첩보까지 수집하는 기능까지 갖추고 있는 데다, 검찰 고위직 인사철이면 정보 경찰이 경찰청을 통해 청와대로 승진 후보군의 세평(細評)을 올리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검이 진행하고 있는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 사건으로 최근 두 기관 사이 긴장 관계가 개청 이래 최대치에 달해 있다고 한다. 서울중앙지검 참고인 조사를 받기 직전인 지난 1일 숨진 검찰 A수사관 유품을 두고서다. 중앙지검은 지난 2일 A수사관의 유품을 조사하던 서초서 형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휴대전화 등을 수거했다.

 이에 서초서는 "A수사관의 사망 원인 규명을 위해 휴대전화 조사가 필요하다”며 지난 4일 휴대전화 이미지 파일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했다. 이튿날 중앙지검은 영장을 기각했다. 서초서는 지난 6일 “변사 사건 사망 경위를 명백히 해야 한다”며 영장을 재신청했다. 중앙지검은 이를 4시간 만에 재차 기각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경찰이 수사하고 있는 사무실을 뒤져 사건의 증거를 가져간 건 검찰이 지휘를 강화한다는 흐름에도 역행하는 것”이라며 “학계에서 연구할 희대의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A수사관의 휴대전화는 대검찰청 디지털 포렌식센터에 맡겨졌으나 미국 휴대전화 아이폰X로 잠금장치가 걸려 있어 해제에 애를 먹고 있다고 한다. 검찰 내부에서는 “공개되지 않아야 할 여권의 민감한 정보가 있어서 이런 떼를 쓰는 것”이라며 “새로운 사실도 없는데 영장을 재청구한 행동은 직권 남용 혐의로도 처벌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올라가 있는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통과되면 이같은 갈등이 다소 해소될 수도 있다. 정부가 지난해 6월 발표한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는 검찰이 경찰의 영장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을 경우, 경찰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제도를 신설하는 안이 포함됐다.

지난 10월 서울 서초구 서초경찰서와 서울고등검찰청 사이 반포대교에서 '검찰개혁'을 외치는 시민들과 '조국 구속'을 외치는 시민들(누에다리 인근)이 세대결을 펼치고 있다. [뉴스1]

지난 10월 서울 서초구 서초경찰서와 서울고등검찰청 사이 반포대교에서 '검찰개혁'을 외치는 시민들과 '조국 구속'을 외치는 시민들(누에다리 인근)이 세대결을 펼치고 있다. [뉴스1]

 당시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서명한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에는 ‘검사가 정당한 이유 없이 영장을 청구하지 않는 경우 경찰은 관할 고등검찰청에 설치된 영장심의위원회(가칭)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영장심의위는 중립적 ‘외부인사’로 구성하되 경찰은 심의과정에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는 세부 조항까지 달렸다.

 영장청구권은 1962년부터 56년간 헌법으로 유지돼 온 검찰 고유의 권한이다. 정부는 헌법을 개정하기보다 우회로를 통해 검찰의 영장청구권을 견제한 셈이다.

 검찰은 현재 패스트트랙으로 올려져 있는 영장심의위 방안에 대해서도 완강히 반대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당시 법무부가 대검과 논의도 없이 영장심의위 안을 받아들였다”며 “외부 위원으로 구성된 심의위는 수사 기밀 누출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도 “현재 대검 내부에 여러 위원회가 설립돼 있는데 외부위원의 정보 누출을 금지하는 규정만 있을 뿐 이를 처벌하는 보안 장치가 없다”고 말했다.

 경찰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궁극적으로 헌법을 개정해 검찰이 독점하고 있는 영장청구권을 분배해야 하는 주장을 유지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영장심의위는 검찰이 독점하고 있는 영장 청구권을 최소한의 단계로 견제하는 데 그칠 뿐”이라며 “법적인 구속력도 없어 검찰이 ‘법대로 하자’면 영장 기각을 되돌릴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