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펭수는 몇 관왕 될까 예측 게임…상상이 곧 창업으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꽃과 한글 이미지로 만든 여권 케이스. [사진 각 업체]

꽃과 한글 이미지로 만든 여권 케이스. [사진 각 업체]

#1. 정지수(30)씨는 지난해 3월 딸을 출산하면서 ‘경력단절여성(경단녀)’이 됐다. 미국과 중국을 오가며 건축 디자이너로 7년간 일했지만 한국에 돌아와서 마땅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것. 수채화를 그리며 우울증을 극복한 그는 아이를 위해 꽃 모양을 담은 한글 카드(‘훈민정화’)를 만들었다. ㄱ은 개나리, ㄴ은 나팔꽃 등 14종의 꽃이 한글 자음 위로 피어나면서 그 자체로 하나의 사업 아이템이 됐다. 훈민정화가 내려앉은 여권 케이스, 여행 가방 등이 출시된 것이다. 지난 8월 모두를 위한 디자인 언어를 연구하는 ‘랜포랄(Lanforal)’ 대표로 변신한 정씨는 이제 한국을 대표하는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를 꿈꾸고 있다.

콘진원 아이디어 융합팩토리 사업 #창업부터 단계적 실무교육 지원

예측게임에 등장한 펭수. [사진 각 업체]

예측게임에 등장한 펭수. [사진 각 업체]

#2. 올 6월 ‘플레이42’를 설립한 조재희(34)씨와 조수진(31)씨는 각각 홈쇼핑 MD와 드라마 PD 출신이다. 상품과 작품 기획 작업을 해오던 이들은 많게는 수백억씩 투입되는 프로젝트의 의사결정 과정이 너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는 것에 문제가 있다고 느꼈다. 이에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해 성공 가능성을 점칠 수 있는 ‘이거 뜰까? 예측게임 캐스터’를 만들었다. 이달 중순 출시를 앞둔 이 게임은 “‘겨울왕국 2’는 1000만 관객을 돌파할까” “펭수는 연말 시상식에서 몇 관왕이 될까” 같은 퀴즈를 제공한다. 향후 이를 토대로 콘텐트 기획 솔루션까지 내놓을 계획이다.

이들은 지난달 말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한콘진)이 진행한 ‘아이디어 융합팩토리’ 사업에서 각각 팩토리랩 최우수, 컨버전스랩 우수 프로젝트로 선정됐다. 지난 5월부터 6개월간 ▶팩토리랩(장르·플랫폼·분야 간 융합) ▶컨버전스랩(콘텐트와 기술 융합) ▶뉴미디어랩(온라인·디지털 뉴미디어) ▶론칭랩(사업화 지원) 등 총 4개 분야에서 진행된 99개 프로젝트 중 상위 20팀에 뽑힌 것이다. 이번에 10기를 맞은 팩토리랩을 제외하고 나머지 3개 분야는 시대 흐름에 발맞춰 올해 신설됐다.

2014년 시작된 이 사업은 크리에이터의 아이디어가 창작물로 만들어지고, 아예 사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돕는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이다. 지난 6년간 총 615건의 아이디어가 발굴돼 콘텐트 제작 활동비와 맞춤형 멘토링 등 지원을 받았다. 한콘진 창업지원팀 유은영 대리는 “게임·드라마·애니메이션 등 기존 문화 콘텐트 제작 지원 사업은 많지만 장르 간 융합 콘텐트를 위한 사업은 거의 없어서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올해 프로그램 중에선 론칭랩이 특히 좋은 반응을 얻었다. 기존 아이디어 융합팩토리 참가팀을 대상으로 열린 것으로, 창업 이후 단계의 실무 교육을 제공한 덕분이다. 2017년 참여해 최우수 프로젝트로 선정된 유튜브 채널 ‘블라이미(Blimey)’는 올해 론칭랩에 참여해 굿즈 제작 등 커머스 서비스로 확장됐다. 블라이미는 말레이시아어로 ‘오 이런!’을 뜻하는 감탄사로 대학에서 만난 세 사람이 말레이시아 문화를 체험하는 콘텐트를 주로 다룬다.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양다솔(28)씨는 “2017년 프로젝트 시작 당시 500명이었던 구독자 수가 현재는 37만 명”이라며 “체계적인 멘토링 덕분에 큰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실제 업계에서 화제가 되는 프로젝트도 늘고 있다. 2017년 권양헌 감독이 시작한 프로젝트 ‘나인 데이즈’는 이듬해 1월 국내 최초 극장형 VR 영화로 개봉하고, 2016년 송제윤씨가 만든 당뇨 환자를 위한 모바일 플랫폼 ‘닥터 다이어리’는 누적 다운로드 30만 회를 달성했다. 한콘진 박경자 기업인재양성본부장은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전 콘텐트 분야를 망라하는 창업 베이스 캠프가 되도록 더욱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팀들끼리 교류와 협업이 이어질 수 있도록 네트워크도 구축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